7월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08-17. 노태우 전 대통령 사저를 취재하러 온 기자에게 의경이 다가왔다. 방문 목적을 말하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자 잠시만 기다리라는 답이 돌아왔다. 곧바로 경호동에서 담당자가 나와 자신의 소속을 밝히고 기자를 맞이했다. 이 담당자는 “사저 내부 사진을 찍으려는 것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괜찮다”라며 취재를 허락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서는 경호 담당자가 직접 나오지 않고 의경이 취재를 막았다.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잠시 후, 사저에서 일하는 중년 남성이 옆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종이박스를 내다버리고, 담배를 피웠다. 그에게 노 전 대통령의 건강을 물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 이후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위독하진 않다. 외출은 힘들지만 많이 좋아졌다”라고 답했다.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몇 명이냐고 묻자 “두세 명 정도”라고 답했다. 다른 남성 한 명도 안에서 정원을 청소하고 있었다.

ⓒ시사IN 이명익노태우 전 대통령 사저 모습. 전두환 사저와 달리 아무도 행인을 제지하지 않는다.

10분 후. 한 노인이 신문지가 담긴 손수레를 끌며 노태우 전 대통령 사저 앞으로 걸어왔다. 사저에서 내놓은 종이박스를 수레에 담기 위해서였다. 곧이어 젊은 여성 한 명이 골목을 급히 뛰어 내려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동차 세 대도 연이어 대문 앞을 빠르게 지나갔다. 골목 양끝과 사저 앞에 의경이 서 있었지만, 아무도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모든 행인과 자동차를 멈춰 세우던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주변과는 달랐다.

분위기는 달랐지만 경비를 서는 사람은 같았다. 골목에 배치된 의경 대부분이 전날 전두환 대통령 사저 주변에서 근무하던 이들이었다. 정식으로 배치된 인원은 두 사저 모두 5명. 교대 시간마다 중대 숙소까지 함께 움직였다. 단, 노태우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는 바깥쪽 골목을 순찰하는 사복 의경이 없었다. 무전을 통해 교신하는 양도 달랐다. 행인과 차량을 무전으로 보고하던 모습을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는 찾기 힘들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일하던 한 의경은 “이쪽은 일할 때에도 상대적으로 긴장감이 덜하다”라고 말했다.

다른 분위기만큼이나 주민들 평가도 갈렸다. 연희동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조충석씨(가명·41)는 “노태우씨는 남들한테 피해 안 끼치고 조용히 있다. 그러나 전두환씨는 자기 경호가 우선이라 골목 전체를 막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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