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이 지령 300호를 맞았다. 이를 기념하고 독자들께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제법 돈을 들여 특집 기사도 준비하고 경품 행사도 마련하는 등 나름 노력을 기울였다. 그까짓 6년 역사를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 할지 모른다. 우리로서도 ‘지령’이라는 단어가 낯간지럽기는 하다.

그러나 〈시사IN〉의 6년은 남다르다고 감히 단언한다. 인쇄 매체가 추락하고 온라인·모바일이 대세인 상황을 거슬러 감행한 도전이 ‘독립 언론’ 오프라인 〈시사IN〉의 창간이었다. 지지자들조차 걱정 어린 눈길로 우리를 지켜봤다. 낡고 왜곡된 미디어 질서에서 안존을 꾀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가는지 한번 두고 보자”라며 냉소를 보냈고.
 

겨우 4년2개월 뒤 ‘기적’이 일어났다. 2011년 11월 〈시사IN〉은 우리나라 시사 주간지 시장 1위에 올랐다. 잡지를 만드는 ‘정직한 사람들’이 잘나서 이룬 쾌거가 아님을 우리는 안다. 공정한 세상, 새로운 미디어 질서를 꿈꾸는 이들의 집단적 반란이 아니고는 한국 사회에서 설명이 안 되는 경이적 현상이다. 최근 한국ABC협회가 ‘2011~2012년분 정기공사 결과(2011.7~2012.6)’를 발표해 그것을 공식 입증했다. 

〈시사IN〉으로서는 이제 자립 기반이 닦였다고 안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왜곡된 현실과 마주친다. 텔레비전은 시청률이 높아지면 광고 단가가 오르고 물량이 는다. 신문도 마찬가지로 유가 부수가 늘면 광고 수입이 많아진다. 매체가 독자를 늘리고 시청률을 올리려 애쓰는 이유다.

무릇 세상일이 일반 원리에 따라서만 움직이지 않음을 알지만, 우리나라 시사 주간지 광고시장은 그야말로 ‘엿장수 맘대로’다. 언론진흥재단에서 대행하는 정부나 공기업 광고가 그렇고 외국계 광고주들과 제약회사, 금융회사 등이 지금도 아무런 신뢰도가 없는 엉터리 자료를 근거로 광고를 집행한다. 1등 〈시사IN〉에는 광고를 주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신뢰도를 인정받는 유일한 발행부수 인증기구가 ABC협회임을 그런 조직의 대표들이 모를 바 없는데도 말이다.

엊그제 언론계 대선배 한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한국ABC협회 자료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 “1등을 했지만 저희는 한 쪽짜리 기사로 다뤘다”라고 겸손함을 보였더니 뜻밖의 반응이 돌아왔다. 무슨 얘기냐, 조·중·동이 급격히 추락하는 상황에서 〈시사IN〉이 그렇게 빨리 1등을 한 것은 뉴스 중의 뉴스인데 왜 그랬냐는 거였다. 혼란이 왔다. 정말 크게 벌였어야 했나?

기자명 표완수 (〈시사IN〉 발행인) 다른기사 보기 wspy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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