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책으로 노는 데 칭찬이 윤활유 구실을 톡톡히 한다. 단, 거기에 함정이 있다. 좋은 칭찬을 받았을 때 아이는 진심으로 감동을 느껴서 책 놀이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오히려 흥미를 잃기 십상이다. 독이 되는 칭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남과 비슷한 칭찬’을 들 수 있겠다. 이런 칭찬은 감동이 떨어진다. 주로 ‘칭찬 초기’에 자주 나타나는 현상인데 몇몇 부모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바로바로 대답을 해줘서 잘했어” “긴 글 쓰느라 쉽지 않았을 텐데 끝까지 잘 써주었어” 식으로 칭찬했다.

칭찬은 존중과, 존중은 자존감과 연결된다. 형식적인 칭찬을 받은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아이를 차분히 관찰하고 ‘칭찬 포인트’를 찾아가는 부모의 칭찬은 ‘아이를 춤추게 하는 칭찬’이다. 이런 칭찬은 과장되지 않고 아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현실적일 뿐 아니라 ‘엄마(아빠)는 너를 사랑하고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아이에게 보내는 효과를 준다.

내친김에 현장에서 터득한 ‘고급 칭찬’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지적을 대신하는 칭찬’.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아이가 가지 않거나 잘못 하고 있을 때 쓴다. 일명 ‘파스칼 칭찬’(〈팡세〉에 소개)이라고 하는데, 먼저 아이가 잘한 점을 인정하고 칭찬을 해준다. 그러고 나서 아이가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을 알려주며 ‘이것만 보완하면 최고다’라며 조건부 칭찬을 더해준다. 아이는 지적을 당하지 않고 오히려 칭찬을 들어서 기쁘고,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들었기 때문에 역시 기분이 좋아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일화를 소개한다. 지연이(8세 여아, 가명) 엄마는 아이와의 애착에 집중한 나머지 책 내용을 놓쳤다. 필자는 이렇게 칭찬했다. “질문이 참 재밌어요. 지연이 엄마는 생각을 열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데 훌륭한 재능이 있네요. 그런데 책의 내용에 대해서 지연이와 함께 탐구해 들어가는 부분을 조금 더 채워주시면 훨씬 좋을 것 같아요.” 지연 엄마는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짚어주신 부분을 잘 유념해 책 읽기할 때 적용할게요”라며 책 내용을 따라가라는 칭찬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했다. 아이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이 칭찬법에 익숙해지면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피하며 아이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는 ‘부모 자신을 낮추는 칭찬’. 상대를 높이는 것도 ‘존중’의 한 방법이지만, ‘자신을 낮추는 것’ 또한 같은 효과를 준다. 부모가 자기를 낮추는 칭찬을 사용하면 심리적으로 한 가지 이점을 더 챙길 수 있다.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고, 부모보다 더 잘 하고 싶은 아이의 욕구를 속 시원히 만족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연이(9세 여아, 가명)는 엄마에게 “요리를 잘하고 숨바꼭질도 같이 해준다”라고 칭찬글을 썼다. 서연이 엄마는 댓글에 “많이 놀아주지 못했는데 서연이가 그렇게 엄마를 생각해줘서 너무 고맙고, 앞으로 더 노력할게”라고 썼다.

이 외에도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 엄마는 한 번도 못해봤는데” “아빠보다 훨씬 똑똑하네” 같은 칭찬에 아이는 크게 만족해한다.

기자명 오승주 (〈책 놀이 책〉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