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이 무료 음성통화 기능을 선보이면서 통신업자들은 물론 IT업계가 떠들썩했다. 통신 사업자들은 당장 무료 문자 서비스로 인해 매출에 타격을 받는 마당에 주 수입원인 음성통화까지 내어줄 것이라는 위기감에 빠졌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대다수 IT업계는 카카오톡뿐 아니라 이미 많은 모바일 메신저들이 무료 음성통화 서비스를 내놓은 점을 들어 통신사업자들이 엄살을 떨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 세계 가입자가 4600만명을 넘어섰고 하루 평균 이용자가 2100만명이 넘는 서비스에서 무료통화가 일상화된다는 것은 통신사로서는 여러모로 끔찍한 사건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톡이 무료 음성통화 서비스를 전격 실시한 배경에 중국 최대 게임업체인 텐센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정황상 중국 자본의 진출이 우리 IT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카카오톡은 지난 4월 초 중국 ‘QQ메신저’를 서비스하는 텐센트라는 중국 최대 게임업체로부터 투자금 720억원을 유치했다. 이로써 텐센트가 확보한 지분은 13.8%. 김범수 의장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카카오톡은 얼마 전 씽크리얼스를 인수하는 등 국내 포식자인 포털도 별로 관심 없어하는 국내 벤처사들을 적극 인수하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벌이고 있다. 텐센트의 투자금 일부가 한국 벤처기업 투자나 인수에 쓰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Reuter=Newsis국내 게임 전시회에 설치된 텐센트의 부스.

중국 정보 전문기업인 두두차이나가 올해 초에 내놓은 기업분석에 따르면, 텐센트가 2011년 3분기까지 대외 투자에 들인 비용은 무려 128억 위안(약 2조2000억원)에 달한다. 그 가운데 2010년 한국 벤처캐피털인 캡스톤파트너스와 함께 500억원 규모의 캡스톤벤처펀드를 구성해 한국의 7개 게임 개발사에 총 184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하기도 했다. 텐센트는 이미 세계 IT기업 중 시가총액 3~4위에 랭크돼 있는 거대 기업이다.


한국 전용 투자펀드도 계획

따라서 한국 IT에 대한 텐센트의 직접 투자는 여러 의미를 지닌 신호탄과도 같은 사건이라고 봐야 한다. 일단 최근 들어 중국이 투자 유치국에서 투자국으로 지위가 급격히 격상되는데, 투자 패턴이 주로 부동산과 IT기업에 집중되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일본의 거대 IT기업 인수에 중국 자본이 눈독을 들인다.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사모펀드인 호니캐피털과 미국의 TPG가 일본의 반도체 생산업체인 엘피다메모리를 인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이폰 제조사인 폭스콘으로 잘 알려진 타이완 혼하이정밀공업은 지난달 일본의 전자제품 제조사 샤프의 지분 10%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서 직접투자 순유입액은 2010년 276억 엔으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5년 전에 비해 20배나 증가한 수치다. 중국 IT시장 규모가 2013년을 기점으로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IDC 재팬(시장 조사기관)의 최근 보고서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2010년 12월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한국 전용 투자펀드를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CIC 한국펀드의 경우 1억 달러 이상 규모로 시작되리라 보이는데, 한국의 정보기술·금융·서비스 업종에 관심이 많다고 전해진다. 이미 중국의 한국 투자는 일본 등 제3국을 경유하거나 국내 자본과 합작해 투자하는 등 다양한 투자 기술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인수해 운영 중이던 아이템베이의 골드먼삭스 인수 건이 회자되기도 했다. 국내 아이템 거래 시장이 1조5000억원 규모인데, 이 시장 전체가 사실상 외국 자본의 소유다. 이베이 역시 국내 오픈마켓 점유율 90%를 확보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선도 기업들이 스타트업의 인수합병을 주도해가며 몸집을 키워가고 있지만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전통적 대기업은 물론 신흥 강자인 NHN 등은 국내 스타트업을 흡수하려는 노력보다 아이템을 그대로 베껴내는 풍토를 고착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중국 등 외국 자본이 한국의 벤처 생태계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기자명 명승은 (티엔엠미디어 CEO)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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