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드디어 뉴 아이패드를 발표했다. 한국의 사용자들은 더 커진 해상도, 더 많아진 메모리, 더 빨라진 CPU에 환호했고, 무거워진 무게와 차세대 LTE 통신 방식이 한국 방식과 호환되지 않을 거라는 말에 실망했다. 현 기술의 한계를 넘어가는 초고해상도 LCD에 대한 애플의 주문을 삼성만이 제대로 대응했다고 한다. 이렇게 하드웨어적으로 완성된 뉴 아이패드에 맞서 우리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사업 분야 어느 쪽에서 수익을 얻을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른바 양면시장 전략을 기준으로 볼 때 업체들은 저마다 다른 분야를 공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애플은 음악과 콘텐츠를 파는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지만 실제로 수익은 아이패드 등 완제품에서 얻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와 오피스 프로그램으로 수익을 얻는 반면, 구글은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검색과 동영상 콘텐츠까지 무료로 사용하게 한 후 검색어 광고로 수익을 얻는다.


ⓒAP Photo애플이 발표한 뉴 아이패드. 초고해상도 LCD 화면이 돋보이며 CPU 속도와 메모리 용량도 높아졌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수익 발생 지점은 하드웨어에 있다. 한국은 전 세계 IT 기기의 핵심 공장이다. LCD·메모리·낸드플래시 분야는 압도적인 기술과 점유율을 자랑하며, 모바일 CPU와 카메라 모듈 그리고 배터리까지 고성능 제품은 한국 기업들이 주도한다. 문제는 하드웨어 제조상의 경쟁력 우위를 지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LCD는 이미 중국 업체와 극심한 가격 경쟁으로 인해 적자로 돌아선 지 오래다. 경쟁을 따돌리기 위해 고성능 제품에 주력하다가 성능이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파괴적 혁신이 시작된다. 궁극의 화질에 매달려 아날로그 브라운관 텔레비전의 성능 향상에 매달리던 소니는 화질은 좋지 않지만 싼값에 대화면을 만들 수 있었던 디지털 LCD 제품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다. 한국이 애플의 고성능 제품을 추격하는 동안 중국의 저가 태블릿이 시장을 차지한 것도 같은 현상이다.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도 콘텐츠가 강점

뉴 아이패드의 9.7인치 2048×1536 화면 해상도는 사상 유례없는 초고해상도 제품이지만 사실 애플의 경쟁력은 이런 하드웨어적 완성도에 있지 않다. 애플은 아이팟을 위해 만든 아이튠스 스토어로 온라인 음반시장을 장악했다. 앱스토어는 전 세계 스마트폰 수익의 반 이상을 가져가는 아이폰이 계속해서 점유율을 지킬 수 있게 해주는 버팀목이다. 아이패드의 성공 비결은 북스토어와 고화질 앱에 있다. 애플은 또 디지털 교과서 분야에 진출했는데 곧 학생들은 책 대신 아이패드를 들고 다닐 것이다. 몇몇 게임을 제외하면 결국 인터넷 단말기에 불과한 안드로이드 태블릿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응용 분야를 가지고 있다.

한국 제조사들은 화면 크기와 고성능 부품을 자랑해왔지만 결국 이런 차별화도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PC에서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속도나 용량이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뉴 아이패드가 하드웨어적인 완성도를 완벽하게 달성한 지금이 오히려 애플의 콘텐츠 플랫폼 중심 전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이런 아이패드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유일한 기업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킨들 파이어란 저성능 제품을 원가 이하로 싸게 판매하고 대신 보유한 콘텐츠를 판매하여 수익을 얻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킨들 파이어의 가격이 파격적으로 싸지만 아마존이 선택한 것은 저가 전략만이 아니다. 킨들 파이어를 통해 소비할 수 있는 충분한 콘텐츠를 확보했다. 실제로 1000만 대 넘는 판매량을 달성한 킨들 파이어를 통해 더 많은 콘텐츠를 판매하고 이를 통해 다시 더 많은 킨들 파이어를 파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아마존이 성공하자 미국의 서적 유통사 반스앤드노블도 자사 콘텐츠의 힘을 믿고 전용 태블릿을 출시했다. 이런 현상은 태블릿이 하드웨어 성능이 아니라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 때문에 팔린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애플을 이기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하루빨리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그리고 플랫폼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CPU 개수와 화면 크기만을 자랑하는 한 애플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IT 업계에서 맹주로 군림할 것이다.

기자명 김인성 (IT 칼럼니스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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