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이 세상에는 이제 인간의 눈보다도 휠씬 많은 수의 카메라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내가 사용하는 아이폰에만 앞뒤로 2개의 카메라가 붙어 있다. 그리고 요즘 컴퓨터에는 화상 채팅을 위한 카메라가 적어도 한 개씩은 붙어 있다. 아이패드도 마찬가지다. 굳이 CCTV까지 가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나의 모습, 나의 행동이 카메라에 잠재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언론에 보도된 뉴스들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굳히게 됐다. 이제 개인의 프라이버시란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돌입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우선 최근 미국의 테이저인터내셔널이 ‘엑손 플렉스 비디오카메라’라는 새로운 상품을 내놓았다. 전기충격기 테이저건으로 잘 알려진 이 회사가 내놓은 이 신제품은 경찰관의 선글라스에 붙일 수 있는 담배 한 개비만 한 크기의 카메라다. 여기에 2시간 분량의 비디오를 저장할 수 있고 도킹스테이션을 통해 스토리지로 옮기면 자동으로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올라간다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은 특히 경찰이 범법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총기 사고가 빈번하다. 또 그로 인한 법적 분쟁이 많다. 그런데 이 카메라 시스템을 통하면 자동으로 현장 증거 수집이 되므로 분쟁으로 인한 비용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다. 또 경찰 처지에서는 카메라가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면 시민이나 경찰관이나 더 ‘얌전하게’ 행동하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자동으로 녹화된 동영상은 경찰관이 임의로 지우거나 편집할 수 없으며, 클라우드 시스템에 업로드된 후 자동으로 날짜 등 정보가 입력되고 분류된다.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등장인물의 얼굴을 자동 인식해 범죄자인지 아닌지 즉석에서 판별하는 것도 사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볼 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미국 테이저인터내셔널이 개발한 비디오 카메라. 경찰관의 선글라스에 카메라를 달아 현장 증거를 남기도록 했다.

이 시스템이 미국 경찰에 광범위하게 보급된다면 향후 한국 경찰까지 보급되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제 경찰을 만날 때면 내 일거수일투족이 다 녹화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

그뿐이 아니다. 정보 수집을 위해 중동 지역 등에서 활약하는 무인정찰기 ‘드론’이 미국 경찰에 보급될 조짐이 보인다. 이것은 원격으로 조종하는 소형 무인 헬기인데 기본적으로 ‘날아다니는 카메라’다. 인질 사태라든지 자동차 추격전이 벌어질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해서 마이애미와 텍사스의 경찰이 도입했다고 한다. 이 드론도 미국 항공 당국의 규제 가이드라인이 완화되는 올 연말이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내 집 뒷마당을 이 무인 정찰기가 날아다니면서 찍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라이버시와 관련해 미국 시민단체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할인점에서도 고객 구매 패턴 분석

꼭 카메라만이 당신을 감시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타깃 같은 할인점은 더 지능적인 방법으로 고객의 비밀을 빼낸다. 예를 들어 이런 소매업체에게는 여성의 임신 여부를 알아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임신부가 금맥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출산을 앞두고 아기옷, 유모차, 기저귀 등 값비싼 출산 준비물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만약 일찍 고객의 임신 여부와 출산 예정일을 알아낼 수 있다면 그에 맞게 마케팅을 해서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래서 특정 여성 고객이 일상적인 구매 패턴에서 벗어나 철분제나 임신 진단시약 같은 것을 구매하면 자동으로 컴퓨터 알고리즘에 따라 임신 가능 고객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임신 여부와 출산일 등을 더 정확하게 추정해내 아기침대, 유모차 등의 할인쿠폰을 그에 맞춰 보낸다.

굳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로 우리 자신을 열심히 드러내지 않아도 이처럼 요즘 세상에서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카메라와 마이크에 노출되어 있고 분석의 대상이 된다.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체념하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기자명 임정욱 (전 라이코스 CEO)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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