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의 작품은 흔히 사회파 추리소설로 분류된다. 추리문학이라는 장르 안에도 밀실 트릭 같은 범죄 방법이나 반전을 통해 범죄자를 추적하는 본격 추리소설과, 범죄의 사회적 동기를 드러냄으로써 직간접으로 사회 구조를 파고드는 사회파 소설이 있다. 사회파 소설의 시초로 불리는 마쓰모토 세이초는 생전에 ‘특이한 환경이 아니라 일상에서 설정을 찾을 것,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일 것, 누구나 경험할 만하거나 어디서나 일어날 것 같은 서스펜스를 추구할 것, 그리고 환상이 아닌 리얼리즘 안에서 미스터리를 쓸 것’이라며 본인 작품의 원칙을 말했다.
세이초 이전의 일본 추리소설은 에도가와 란포의 ‘아케치 고고로’ 등 탐정소설이 주를 이뤘다. 트릭은 기발하지만 현실과 유리된 섬·마을이 주무대가 돼, 마니아층 외의 독자를 수용하기가 어려웠다. 미야베 미유키는 세이초의 장녀를 자처하며 “그의 세례를 받지 않고 추리소설을 쓰는 젊은 작가는 한 사람도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얼굴에 흩날리는 비〉의 기리노 나쓰오, 〈용의자 X의 헌신〉을 지은 히가시노 게이고 등도 그의 영향권에 있다.
최근 국내 출판계·영화계를 중심으로 일본 사회파 추리문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다. 지난해 말에는 이상북스가 세이초의 〈제로의 초점〉을, 올해 초에는 해문출판사가 〈불과 해류〉를, 모비딕과 북스피어가 각각 〈D의 복합〉 〈짐승의 길〉을 출간했다. 3월, 변영주 감독의 〈화차〉 개봉을 앞두고 문학동네에서도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내놓았다. 이전에도 번역돼 나온 적이 있지만 이번엔 축약 부분을 되살려 원고지 500장 분량이 추가됐다. 민규동 감독 역시 미야베 미유키의 〈스냐크 사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사회파 추리소설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뭘까. 기본적으로 추리문학은 재미를 담보한다. 극영화로 전환할 때 가지는 경쟁력이다. 그러면서도 당대 현실이 세밀하게 담겨 있다. 〈화차〉에도 우연은 거의 없다. 등골이 오싹한 추리소설 같다가도, 거품경제가 무너진 뒤 남발된 신용카드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는 경제 서적같이 전문적이고 세세하다. 개인 파산이 개인의 무능력이라기보다 시스템의 문제임을 꼬집어준다. 현실에 발 딛고 있으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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