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인데 추웠다. 12월19일 송경동 시인을 면회하러 가는 길은 춥고 차가웠다. 〈꿈꾸는 자 잡혀간다〉라는 송 시인의 산문집 출판기념회 날 부러 면회를 갔다. 낯익은 풍경 속에 그가 있었다. 얼마 전 구속이라는 경험을 한 나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웠다.
“형, 잘 지내?” “어, 건강하게 잘 지내.” 순진한 얼굴로 해맑게 웃는 송경동 시인은 바깥 상황을 더 염려하고 걱정하는 듯했다. 면회 시간 7분은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지나갔다.
잘 지낸다는 말, 바깥 사람을 향한 위로와 안부의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시리고 서글펐다. 넘을 수 없는 벽 앞에 선 아이의 심정으로 오도카니 주변을 한참 맴돌다 발걸음을 돌렸다.
희망버스는 에너지이자 마음의 결사체
누군가 묻는다. 희망버스가 뭐냐고. 답한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와 김진숙 지도위원의 무사 생환을 기원하는 수많은 사람의 마음의 집합체라고. 또한 극한의 투쟁을 선택받는 수만 노동자를 옥죄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힘찬 발걸음이라고. 이것으로 부족한가. 누군가 기획하고 누군가는 뒷돈을 대고 또 어떤 이가 선동하지 않았냐고 끊임없이 묻고 묻는다. 왜 이런 질문이 이어지는 것일까? 남을 위한 조건 없는 행동에 대한 경험 부재, 경험만이 대답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디아스포라’는 쫓기고 내몰린 사람들, 그로 인한 집합적 상흔과 갈망이 존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 이유로 사회 안에 존재하고 있는 타자이고 이방인이며 소수자라는 수업을 얼마 전 들은 기억이 난다. 경찰에 자진 출두하기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송 시인은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달려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구속을 결정한 재판부는 바로 이 부분, 쌍용차로 또다시 희망버스가 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장에서 부당하게 쫓겨난 노동 디아스포라의 상징 쌍용차 노동자들은 이미 동료 19명을 잃은 상태다. 이들과 함께하겠다는 것이 구속 사유가 될 수 있는가. 아니 그것이 이유라면 사법부가 행정부와 무엇이 다른가.
‘노동 디아스포라’를 향한 송경동 시인의 끊임없는 연대는 이 사회가 존재하는 한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발목에 핀을 8개나 박은 시인의 현재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다친 발을 치료하고 상처 난 허리를 고칠 수는 있어야 하지 않나.
송경동은 시를 쓰는 시인이며, 아픔을 온몸으로 핥아주는 의사이며,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우는 울보다. 송경동 시인은 노동문제가 철지난 노래라며 비아냥대는 수많은 사람에게 드디어 이제 노동문제가 본격화되었노라 외치는 한 마리 나비다. 2011년 희망버스라는 작은 버스의 행렬은 애초에는 한 번의 날갯짓에 불과했다. 그것이 거대한 파도와 해일이 되어 지금 만들어내고 있는 이 사회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보라. 이 에너지의 근원이 송경동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따뜻한 마음과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저들이 먼저 눈치챈 걸까?
송경동 시인과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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