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부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순환 휴업에 돌입했다.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6개월간 273명에게 유급휴직을 실시했다. 노조는 일방적인 휴업 통보라며 반발하고 있다. 차해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장은 “김 지도(김진숙씨) 농성 철회와 정리해고 철회 이후에는 노사관계가 나아간 게 하나도 없다. 남은 과제가 많다”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쌍용차 상황을 눈여겨본다. 2009년 77일간의 옥쇄파업을 한 쌍용차 노조는 회사로부터 1년 후 생산량에 따라 복직시켜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복직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았다. 대신 19명의 쌍용차 직원과 가족의 죽음이 이들을 맞았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새해부터 해고자와 희망퇴직자를 중심으로 심리치료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투위 박성호 대표는 “벌써부터 파업 후유증으로 우울증을 앓거나,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 조합원들이 있다. 쌍용차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7월3일 필리핀판 희망버스를 탄 시위자들이 수빅조선소를 8km 앞두고 경찰에게 막혔다.

필리핀 ‘스머프’(파란 작업복을 입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스머프라고 부른다)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 7월 희망버스가 부산을 향해 달릴 때,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도 필리핀판 희망버스가 움직였다. 2006년 들어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는 잇따른 산재 사망 사고와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국회 청문회까지 열렸다. 그럼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필리핀판 희망버스는 ‘한진 노동자를 위한 정의’를 외치며 수도 마닐라에서 수빅만까지 행진해야 했다. 〈시사IN〉 제200호는 ‘소금꽃의 분노, 필리핀 울리다’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로 이를 보도한 바 있다. 〈시사IN〉이 필리핀을 다녀온 직후인 7월19일 34번째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 한 필리핀 노동자가 야간작업 중 떨어져 숨졌다. 나아진 건 회사 측의 대응이 더 빨라진 것뿐이라고 필리핀 한진중공업 노동자회(SAMAHAN) 알피 알리피오 위원장이 말했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침울한 크리스마스를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새해에도 한진 상황을 외부에 알리고 내부 단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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