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지역에 미래가 없다고 아우성치지. 인재도, 돈도, 문화도 블랙홀처럼 서울이 빨아들인 지 오래. 이 구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이제는 ‘서울 공화국’이라는 말조차 꺼내는 사람이 드물어졌다. 하긴 비판도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이 있을 때 가능한 것. 불평등 구조가 깊어지면 지배와 굴종의 관계만이 남게 된다.
이게 어디 중앙과 지방만의 일일까.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영세상인, 뉴타운 투기꾼과 쫓겨나는 원주민 사이에도 관계의 균형추는 심하게 기울어만 간다. 노조 조직률이 지난해 처음으로 10% 이하로 떨어졌다는 소식은 상징적이다. 열심히 일하면 나도 잘살 수 있을 거라던, 눈앞에 보이는 사다리를 오를 수 있을 거라던 기대가 무너지면서 급기야는 자신의 계급적 보호막도 내던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만든 이는 과연 누구일까. 사다리를 오를 의지와 기력을 잃은 나약한 자신일까, 아니면 일찌감치 높은 데 올라 사다리를 걷어차 버린 저 위의 존재들일까.
장하준 교수는 갖가지 보호 장벽으로 부를 축적한 미국·유럽 국가들이 자신들을 뒤쫓는 개발도상국가들에 보호 장벽의 해제를 강요하는 위선적 행태를 보이는 것을 ‘사다리 걷어차기’라며 신랄히 비판한 바 있다. 지금 우리 눈앞에도 사다리 하나가 놓여 있다. 한·미 FTA, 그리고 TPP라는 이름의 사다리가 그것이다. 누구는 그 사다리에 제대로 매달리기도 전에 호된 꼴을 당할 것이라 하고, 누구는 지금이라도 얼른 사다리에 편승하는 것이 통상국가인 우리가 살 유일한 길이라 하기도 한다.
한·미 FTA를 다룬 커버스토리에서부터 미국의 환태평양 군사 전략, 유럽발 경제위기, 멕시코 난민 사태에 이르기까지, 이번 호에 다룬 기사들을 읽다 보면 독자 여러분도 사다리에 오를 것이냐, 말 것이냐 선택을 강요하며 숨 가쁘게 굴러가는 국제 정세에 현기증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 사다리에 오르려다 내부의 약자들을 영영 걷어찰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물대포보다 사납게 2011년 겨울을 파고든다.
-
한·미 FTA가 미국에 중요한 진짜 이유
한·미 FTA가 미국에 중요한 진짜 이유
이종태 기자
“한·미 FTA 비준 여부는, 전체 아시아·태평양 지역 차원에서 미국이 경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지난 8월11일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
-
한국은 FTA, 일본은 TPP로 몸살
한국은 FTA, 일본은 TPP로 몸살
도쿄·채명석 편집위원
다국 간 자유무역협정 참가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의 국론도 찬반 양론으로 갈렸다.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11월14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
-
한·미 FTA 이후를 가를 6대 변수
한·미 FTA 이후를 가를 6대 변수
이종태 기자
냉전 시대에 세계를 위협한 것은 군비 경쟁이었다. 각 나라들은 (잠재적) 적국에 대응하기 위해 군비를 올렸는데, 이런 행태를 모든 나라가 되풀이하다 보니 세계는 점점 더 위험해졌다...
-
대통령 친인척과 한·미 FTA
대통령 친인척과 한·미 FTA
주진우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통과되자, 보수 언론과 방송에서는 태평양을 건너는 경제고속도로가 깔렸다며 찬사 일색이다. 국책 연구기관에서는 한·미 FTA로 향후 15년간 고용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