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태안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해 삼성중공업 예인선단 선장 3명과 삼성중공업을 업무상 과실 및 해양오염방지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상법 746조는 ‘선주 자신이··· 손해 발생의 염려를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에 의한 피해’에 대해서는 책임제한을 적용하지 않는다. 논란이 되는 삼성 측의 ‘중과실’ 여부가 이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다.
국내외 판례에 비추어 삼성중공업 예인선단의 행위가 법적으로 ‘무모하다’는 점에서는 전문가도 대체로 동의한다. 풍랑주의보에도 불구하고 자기 무게의 수십 배가 넘는 크레인을 철사줄 두 개로 끌고 출항한 점, 충돌 한두 시간 전에 이미 유조선 충돌에 대한 경고를 받았는데도 회항, 정지, 피항 등의 조처를 포기하고 항해를 계속한 점 등은 일반인의 법 감정으로 보기에도 ‘무모하다’고 여길 만하다.
문제는 이런 행위가 ‘선주 자신의 행위’였는가 하는 점이다. 판례에 따르면 선주가 법인인 경우 대표이사는 아니더라도 ‘무모한 행위’의 책임자 지위에 놓인 사람의 과실은 선주 자신의 행위로 본다. 그런데 이번 검찰 수사는 삼성중공업 법인 자체를 기소함으로써 위의 행위가 선주 지위를 가진 삼성중공업 자신의 행위였음을 확인했다. 혹자는 삼성중공업에 대한 기소가 해양오염방지법의 양벌 규정상의 ‘형식적 기소’였다고 폄훼할지 모르나 그렇지 않다.
양벌 규정이란 법인의 직원이 법을 위반했을 때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것이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양벌 규정에 의해 법인을 처벌할 때 직원에 대한 선임·감독상 과실이 근거가 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르면 검찰이 삼성중공업을 기소한 것은 선주의 지위를 가진 삼성 측이 선장들을 선임·감독할 때 과실을 저질러 형사책임을 물은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검찰은 헌재 결정에 합당하게 삼성중공업의 관리감독 상황에 관한 사실 수사를 충분히 벌여야 한다.
실제로 외국의 판례들을 보면 선장이 무모한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업무 환경을 제공하거나 선장의 잘못된 습성에 대해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것도 선주 자신의 무모한 행위라고 판단한다. 영국에는 과속의 습관이 있고, 새로운 레이더에 익숙하지 못한 선장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은 것도 ‘선주 자신의 행위’로 인정한 판례가 있다.
검찰은 삼성중공업 해운부장 등 회사 측 관련자 8명을 조사한 결과, 운항을 강행하라는 지시는 없었고 사고 당시 전화통화 내역에서도 상부와 통화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것이 관행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평소에도 선장이 이와 같은 항해를 할 때 단독으로 결정을 내려왔다면 그 선장의 무모한 행위가 ‘선주 자신의 행위’인 것이다.
궁금한 것은 과연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고 하루 임대료가 6000만원을 넘는다는 크레인의 운송 과정에서 선장이 출항부터 충돌까지 모두 단독 결정을 했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그렇다면 항해의 ‘결정권자’인 선장의 행위는 선주 자신의 행위가 된다. 이래저래 삼성중공업의 ‘중과실 입증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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