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당헌·당규는 당 통합·해산 같은 문제를 대의원 과반수가 투표해 투표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가결된다고 규정했다. 진보신당의 당내 역학구도에서 통합파가 이 정도 동의를 끌어내기란 쉽지 않다. 부결될 경우 진보 통합 실패의 책임은 진보신당이 지게 되고, 은근히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더 선호해온 민노당 당권파는 정치적으로 홀가분해진다(〈시사IN〉 제196호 커버스토리 참조).
진보신당 통합파에게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오는 것이 ‘전 당원 총투표’다. 대의원이 아닌 당원 총투표로 합의문 추인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진보신당 내에서는 당원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당원의 60% 안팎이 통합 찬성파에 속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변수는 있다. 독자파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당 간판인 노회찬·심상정 전 대표와 조승수 대표의 탈당이다. 내년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세 사람은 정세 인식을 공유하는 통합파이며, 통합이 부결될 경우 진보신당에 남는다는 보장이 없다.
‘대의원 투표’ 통과 가능성도
따라서 독자파의 과제는 6월1일 합의문을 부결시키면서도 노·심·조 트로이카가 탈당할 명분을 주지 않는 것이다. 총투표 제안을 거부하고 대의원 숫자로 밀어붙였다가는, 2008년 민노당 분당의 원인이었던 ‘패권주의’의 재판이라는 역공을 당할 수 있다. 즉, 전 당원 투표제는 노·심·조 트로이카에게 탈당 명분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자파도 매력을 느낄 만한 카드이다. 어차피 총투표의 정족수와 규칙까지 당대회에서 정해야 하는 만큼, 과반수가 아닌 ‘당 해산 정족수인 3분의 2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하자고 주장해서 받아들여지면 독자파에게도 승산이 있다. 독자파와 통합파 일각에서는 “당원 총투표로 가기 위해 노·심·조가 총투표 결과에 승복한다(즉, 통합이 부결될 경우 반드시 당에 남는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오지만, 세 사람이 그런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은 현재까지는 높지 않다.
현 시점에서 통합파의 ‘공식 전략’은 당대회에서 대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통합파에 속하는 진보신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정희·유시민 두 사람이 때 아닌 밀착 행보를 보이고, 이 대표가 진보신당 독자파를 자극하는 등, 우리 쪽에서 판을 깨줬으면 하는 분위기를 대놓고 풍겼다. 독자파에서도 이정희 대표 뜻대로 놀아날 수는 없지 않으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라며 대의원 투표 통과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