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신자유주의가 진보 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를 ‘종북 본색’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3대 세습’도 비판하지 않는다나…. 이 대표가 ‘종북’인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그가 북한에 대한 언급을 아예 삼가는 것 자체엔 합리적 설명의 근거가 있다.

북한은 대단히 특수한 나라다. ‘신정(神政) 국가’라 해도 부끄럽지 않다. 21세기에 이런 체제를 유지하기란 정말 힘들 거다. 그러니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온갖 독하고 악랄한 말을 늘어놓는 주제에 자기 체제에 대한 비판엔 극도로 예민하다. 교섭 상대로는 그야말로 최악.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대화를 이어 나가야만 한다면 지극히 조심스러운 포지션을 취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친북’ 소릴 들으면서도 ‘수령 체제 문제 많다’고 못한 이유가 있는 거다. 이 대표가 영민한 진보 논객들이 원하는 대로, ‘3대 세습 끔찍’이라고 해주면, 내 속도 시원하겠다. 그러나 권할 수는 없다. 통일을 주요 목표로 삼는 민노당이 북한과 일절 대화를 못하게 되는 사태가 명약관화하니까.


ⓒ시사IN 양한모

국민참여당의 전과(前過)는 신자유주의다. 지금의 고용 불안정, 자영업자 범람, 빈부 격차 심화의 주요 원인은 신자유주의 개혁에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절대 악’일 수는 없다. 예컨대 한국의 ‘반민중적’ 신자유주의 개혁에는 ‘반기득권 민주화’적인 성격도 있었다. 예컨대 신자유주의의 핵심인 ‘주주 가치 제일주의’는 재벌의 그룹 지배에 대한 가장 정치하고 세련된 비판이다. 반군사독재·반재벌 노선을 유지해온 한국의 전통적 민주화 세력 중 상당수가 신자유주의로 넘어간 것은 우연도 변절도 아니다.

지긋지긋하다. ‘주의’ 문제로 치고받는 똑똑한 진보주의자들을 언제까지 우러러 지켜봐야 할 것인가. 차라리 그 새로운 대중적 진보 정당의 투명성 강화를 논의하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누가 종북적인 말을 했고 누가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제안했는지, 당원과 시민이 알 수 있는 투명한 정보공개 시스템, 당권이 당원의 구성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투표제도 등. 그러고 보니 이거, 상당히 신자유주의적인 처방이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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