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롯데칠성의 밀키스나 해태의 크리미나 코카콜라의 암바사나 별다를 게 없는 맛이었다. 크림소다 음료가 맛이 다르면 얼마나 다르단 말인가. 요는 저우룬파냐 왕주셴이냐인데, 참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음료수랑 관계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
반값 등록금 논쟁이 이상한 건 그 대의에 다수가 공감하는데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연대에 균열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참여연대·원혜영 의원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90%가 반값 등록금을 지지하고 있다. 〈조선일보〉마저 ‘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라는 연속 기획 기사로 입을 모으는 형편이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건 그만큼 이 논쟁이 ‘말하기 쉬운’ 이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반값 등록금 논쟁에는 확실히 포퓰리즘적 성격과 정부·여당을 결박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선택, 그리고 무엇보다 당장 해결하지 않을 수 없다는 당위가 어지럽게 얽혀 있다. 그 와중에 사학법을 쇄신하고 사립대 등록금 제도를 근본부터 뜯어고치며, 나아가 고등교육의 연구기관 성격과 직업학교 성격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단순 무식하거나 나이브해 보이는 ‘반값 등록금’이라는 단어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듯 나는 지금의 논쟁에 포퓰리즘 성격이 확연하게 섞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학생 촛불시위가 총선을 앞둔 선동적인 정치투쟁으로 바뀌고 있다. 반값 등록금은 포퓰리즘이다”라는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 식의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제도를 바꾸고 현상을 쇄신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정치투쟁이 필요하다. 정치인이 정치적인 것을 타박하는 나라 혹은 정당에 미래는 없다.
정동영의 정치인다운 뻥, 정태인의 학자다운 염려
지각 있는 사람들의 의문과 걱정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정동영의 ‘단기간 내 무상 등록금’과 정태인의 ‘등록금 인하는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진다’ 사이에는 매우 큰 간극이 존재한다. 정동영은 정치인다운 뻥을 친 거고 정태인은 학자다운 염려를 표시한 것인데, 논박의 극단을 경유하는 것보다는 일단 눈앞에 과중한 등록금 부담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연대를 통한 개혁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유시민 식의 연대론이 번번이 실패한 건 사람들이 연대의 가치를 믿어서가 아니라 유시민 개인을 믿어서였다. 먼저 다수의 합의가 가능한 큰 틀에서 ‘반값 등록금’에 동의하게 만들고 차후 각 주체들의 이해관계와 뜻에 맞는 논의를 거치면 될 일이다. 궁극적으로는 교육복지 예산이 아닌 전체 복지 예산의 증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밀키스·크리미 이야기를 더 하자면, 우리 동네에서는 ‘밀키스 먹고 자위한 게 크리미’라는 소문이 돌면서 밀키스, 크리미 둘 다 망했다. 망하는 건 하루아침이라는 역사의 교훈. 참고로 저우룬파도 왕주셴도 아니었던 암바사는 아직도 어느 구석진 구멍가게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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