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 외벽에는 가로 20m, 세로 8m 크기의 ‘광화문 글판’이 붙어 있다. 1991년 고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으며, 2000년부터는 문인·언론인·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문안선정위원회를 통해 게시 문구를 결정하고 있다. 문구는 1년에 네 번(3월·6월·9월·12월) 새로운 계절이 시작될 때마다 교체된다.가을이 시작될 무렵 중학생인 큰 조카를 데리고 광화문에 갔다. 아이는 여러 사정으로 학교를 잠시 쉬었다가 막 복학한 참이었다. 그 애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문장이 광화문 글판에 적혀 있었다.
얼마 전 올해 첫 붕어빵을 사먹었다. 붕어빵 노점의 불빛에서 달라진 계절을 실감했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사람들이 줄 서서 사가는 붕어빵 노점이 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예외는 없다. 붕어빵은 진열될 새 없이 팔려나가고 있었다. 내 앞에 선 남자 중학생 세 명이 제 차례가 가까워오자 제법 심각해졌다. 팥이 든 붕어빵을 먹을지, 슈크림이 든 붕어빵을 먹을지 토론하는 말투가 무척 신중했다. 볼에 잔뜩 여드름을 단 녀석들은 고심 끝에 고른 붕어빵을 하나씩 손에 쥐고 떠났다. ‘저 친구들 삶에서 이게 가장 큰 고민이면 좋겠다···
※ 장일호 기자가 쓰는 서평 ‘연대하는 책’ 연재를 시작합니다. 사회와 시대를 겹쳐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 독자들 곁에 펼쳐두겠습니다.“언니 오늘 조심 ㅋ”메신저에 첨부된 사진을 눌러 이리저리 확대해본다. 한 종이신문 귀퉁이에 실린 ‘오늘의 운세’가 찍힌 사진이다. 오늘 나의 운세에는 ‘사소한 일로 다투면 손해 보니 참아야’라고 적혀 있다. 며칠 전에는 ‘품위 유지하고 고행 참으면 길운 온다’ ‘현인 말 받들어 바르게 처신해야 길하다’ 같은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새로 사귄 친구가 일하는 오래된 미용실에는 여전히 종이신문이 배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