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좀비물의 유쾌한 창궐 김봉석 (영화평론가) 〈부산행〉 이후 2020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즌 2 방영과 시즌 3 확정, 〈#살아있다〉와 〈부산행〉의 속편 〈반도〉가 개봉하며 한국에서도 좀비물은 주류가 되었다. 하지만 해외에 비하면 아직 시작이다.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 (2002)가 분노 바이러스를 통해 ‘좀비’의 리얼리티를 확보하고, 〈월드워 Z〉(2013)가 블록버스터 좀비 영화를 성공시키면서 좀비는 전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좀비에게 쫓기며 생존을 갈구하는 공포와 액션에서 확장되어,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파고들며 좀비를 희화화하 [스포] ‘새 육체를 사시겠습니까?’ 영화 ‘셀프/리스’ 김봉석 (영화평론가) 현세의 부와 권력을 넘치도록 성취했다면 필연적으로 남는 것은 불사(不死)의 욕망인 것일까. 재벌인 데미안은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모든 것을 남겨두고 떠나야만 했던 데미안은 우연히 영생의 방법을 알게 된다. 실험실에서 배양된 육체에 자신의 기억을 옮기는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육체이기 때문에 현재의 관계와 지위를 포기해야 하지만, 그래도 젊음이 돌아온다. 빼돌려놓은 상당한 재산과 함께. 타셈 싱 감독의 〈셀프/리스〉는 영원한 생명을 얻은 남자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끊임없이 육체를 바꿔가면서 영생을 이룰 수 있 결코 가질 수 없었던 그녀… ‘이방인의 사랑’ 김봉석 (영화평론가) 1920년대,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가 제일 먼저 거치는 곳이 엘리스 섬이다. 폴란드에서 온 에바는 엘리스 섬에서 동생과 헤어진다. 결핵에 걸린 동생은 병원에 격리되고, 에바는 브루노의 도움으로 겨우 입국할 수 있었다. 댄스홀 ‘밴디츠 루스트’의 지배인 브루노는 에바에게 일자리도 준다. 춤을 추게 하고, 매춘을 시킨다. 그리고 브루노의 사촌인 마술사 올란도가 나타난다. 어릴 때 함께 자랐지만 어른이 되면서 서로를 싫어하게 된 사촌 형제다. 능글맞고 제멋대로인 올란도는 천방지축이고, 브루노는 그런 올란도를 죽일 듯 미워한다. 두 남 영화 ‘루팡3세’… 만화 원작이 읽고 싶어진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몽키 펀치의 만화 〈루팡 3세〉를 실사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앞섰다. 일상과 코미디 장르에서는 만화 원작 영화도 수작이 어느 정도 나오지만 〈데빌맨〉과 〈독수리 오형제〉 등 액션과 스펙터클이 중요한 작품에서는 ‘망작’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괴도 루팡 3세가 주인공이니 할리우드 스타일의 케이퍼 무비(caper movie:범죄를 모의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중점으로 보여주는 영화)로 만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루팡 3세〉의 묘미는 기발한 상상력이 통용되는 초현실주의에 있다.루팡 3세는 모리스 르 간만에 ‘가오’가 있는 영화를 만났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형사 캐릭터는 〈공공의 적〉에 나온 강철중이었다. 적당히 부패한 경찰이지만 권력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래도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을 막무가내로 부둥켜안는 사내. 후속작들은 지지부진했지만 〈공공의 적〉은 강철중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만점을 받을 만했다. 그로부터 13년 만에 강철중 못지않은 형사 서도철(황정민)을 만났다. 잠깐 도움을 받은 트럭 운전사가 대기업 건물 비상계단에서 뛰어내렸다는 것을 알게 된 서도철은 끝까지 파고든다. 관할권도, 상부의 압력도, 뇌물도 통하지 않는다. 재벌과 갤러그 게임 좋아하니 김봉석 (영화평론가)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한다. 그런데 1980년대 전자오락실에서 보던 스페이스 인베이더, 팩맨, 갤러그, 동키콩, 센티피드 같은 게임 캐릭터라면?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디 있는가 싶겠지만, 터무니없는 상상을 그럴듯하게 꾸며낼 수만 있다면 더없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된다.〈픽셀〉의 설정은 이렇다. 1982년, 세계 최초로 비디오 게임의 최강자를 겨루는 대회가 열린다. 이 영상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하는 우주선에 실린, 지구의 문화를 담은 타임캡슐에 실리게 된다. 혹시 외계인이 발견할 경우 지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반복이 아니다 〈터미네이터〉의 완벽한 ‘리부팅’ 김봉석 (영화평론가) 제임스 캐머런이 연출한 2편 이후 지지부진했던 속편들 때문에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나온다고 했을 때도 별 기대는 없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다시 출연해봐야 소용없었다. 하지만 1984년작인 〈터미네이터〉에 나왔던 젊은 날의 슈워제네거와 이제는 노인이 된 슈워제네거가 맞부딪치는 장면을 예고편에서 보았을 때 생각이 달라졌다.〈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단지 늙은 슈워제네거가 나와서 더 강해진 터미네이터와 싸우는 내용이 아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필요한 것은 공식의 반복이 아니라 완벽한 리부트였다. 스카이넷이라는 인공지능이 모든 더 크고, 더 많고, 더 생생해진 공룡 김봉석 (영화평론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이 선보인 해는 1993년. 너무나도 사실적인 공룡들이 모두 컴퓨터그래픽(CG)으로 창조된 〈쥬라기 공원〉은 충격이었다. 이어서 〈토이 스토리〉(1995)가 등장하자 미래에는 피사체 없는 실사 영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피라미드의 공포〉(1985)에서 CG만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처음 등장한 후 특수효과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사실적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 가상의 공간과 캐릭터라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한의 상상을 사실로 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쥬라기 공 이 구역의 미친놈은 나야! 김봉석 (영화평론가) 한국에 번역되기를 바란 만화 중 첫손에 꼽았던 작품은 야마모토 히데오의 〈고로시야 이치〉와 이노우에 산타의 〈도쿄 트라이브 2〉였다. 극단적인 폭력 묘사 때문에 다들 출간을 꺼렸던 〈고로시야 이치〉는 미이케 다카시가 감독을 맡아 걸작이 되었다. 〈도쿄 트라이브 2〉는 1990년대 일본 젊은이들의 거리 문화를 적나라하면서도 개성적으로 그려낸 만화였다. 성과 폭력의 강도도 높았다. 그런 만화를 〈러브 익스포져〉와 〈차가운 열대어〉의 소노 시온이 연출했다. 게다가 힙합 뮤지컬이다. 미이케 다카시 이후 일본에서 가장 기이한 영화를 만드는 아직도 안 보셨습니까? 김봉석 (영화평론가) 이 글을 읽는 지금,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이하 〈매드 맥스〉)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당장 영화부터 볼 것을 권한다. 〈매드 맥스〉는 체험의 영화다. 물과 기름만이 권력의 원천인 종말 이후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3부작을 만들었던 조지 밀러 감독은 70세가 넘은 나이에 다시 연출을 맡아 리부트(Reboot)를 시도한다. 1980년대의 시대정신을 이어받아, 그 시절 우리의 죄악과 후회는 무엇이었는지를 거의 완벽하게 그려낸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들어진 무지막지한 자동차 추격전을 통해 그 모든 것을 귀와 눈 가슴 뛰게 하는 14세 소년들 김봉석 (영화평론가) 오래전에 〈난지도 사람들〉이라는 르포가 나왔다. 난지도가 쓰레기장이었을 때,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도시가 버린 쓰레기들 사이에서,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어간다. 〈트래쉬〉의 아이들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쓰레기장에서 살아간다. 그곳에서 태어났고 자랐고 아마도 죽어갈 것이다. 쓰레기에서 팔 만한 것들을 골라내 겨우 살아갈 돈을 버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그들에게도 꿈과 희망은 있다. 입 밖에 내는 순간, 누군가에게 말하는 순간 날아가 버릴까 두려워서 말하지 않을 뿐 그들도 쓰 ‘엄마’가 창조하고 파괴하는 폭력의 공간 김봉석 (영화평론가) 부모도, 고향도 없다. 지하철 사물함 10번에서 발견되어 일영(김고은)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노숙자들 틈에서 자라나고 차이나타운의 ‘엄마’(김혜수)를 만나게 된다. 가족도 없고, 돌아갈 곳도 없다. 지금 이곳이 일영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곳이다. 로만 폴란스키의 〈차이나타운〉에는 차이나타운이 나오지 않는다. 세상의 법이 통하지 않는, 어떤 일이건 벌어질 수 있고 그 무엇도 불가능한 세계의 은유다. 2015년 한국의 〈차이나타운〉은 인천에 있는 차이나타운이 무대로 등장하지만, 그 역시 우리가 아는 세계의 바깥에 놓인 이(異)공간이다 아저씨가 고군분투하는 절실한 이유 김봉석 (영화평론가) 요즘 액션 영화는 ‘아저씨’ 전성시대다. 실베스터 스탤론과 아널드 슈워제네거 등 과거의 액션 스타가 총출동하는 〈익스펜더블〉 시리즈가 노골적인 추억팔이로 달려가는 동안 〈테이큰〉에 이어 〈노벰버 맨〉 〈이퀄라이저〉 〈존 윅〉 등 수작이 줄을 이으며 독특한 액션 영화 장르를 만들어냈다. 리암 니슨과 덴절 워싱턴, 피어스 브로스넌은 60살이 넘었고 키애누 리브스는 1964년생이다. 리스트에 더해진 〈더 건맨〉의 숀 펜은 1960년생, 한국 나이로는 쉰여섯이다.20세기였으면 은퇴한 노인, 조직의 수장 정도로나 나왔을 나이의 그들이 액션 위험하고 폭력적인 그 어느 날의 풍경 김봉석 (영화평론가) 〈모스트 바이어런트〉를 연출한 J. C. 챈더 감독의 전작 〈마진 콜〉과 〈올 이즈 로스트〉는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는 이들의 고뇌를 그렸다. 〈마진 콜〉은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을 배경으로, 붕괴할 수밖에 없는 금융 시스템의 오류를 발견한 사람들의 고투를 보여준다. 〈올 이즈 로스트〉는 홀로 요트를 타고 나간 70대 노인이 망망대해에서 조난당하는 이야기다.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전무한 상태에서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일단은 상황을 파악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절벽 아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 채피, 뭘 보여주려는 거야? 김봉석 (영화평론가) 2016년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서는 급증하는 범죄를 막기 위해 로봇 경찰을 투입한다. 리메이크작도 만들어진 폴 버호벤의 〈로보캅〉(1987)에서는 죽기 직전인 경찰을 이용해 로보캅을 만들었다. 〈채피〉에서는 인공지능을 가진 스카우트 로봇 경찰을 대량생산한다. 스카우트의 인공지능을 개발한 디온은 인간처럼 생각하고 성장하는 ‘진짜’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려 한다.〈디스트릭트 9〉와 〈엘리시움〉을 만들었던 닐 블롬캠프의 〈채피〉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가까운 미래를 그린 SF 영화다. 〈로보캅〉에서는 경찰 업무가 민간에 넘어가고, 오로지 영 그 사람 곁에서 떠나세요, 영화 [폭스캐처] 김봉석 (영화평론가) ‘미친놈’ 곁에 오래 머무르면 위험하다. 우연한 만남이나 사건 때문에 인생 전체가 흔들리고 뒤집히는 꼴을 당할 수도 있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인 마크 슐츠는 백만장자인 존 듀폰의 후원 제의를 받아들인다. 아무 지원 없이 ‘88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던 마크에게 연봉 2만5000달러와 숙식 제공, 소속 팀은 대단한 특혜였다. 하지만 명문가의 일원이며 조류학자인 존 듀폰은 정상이 아니었다.존 듀폰은 레슬링 전문가가 아니다. 그런데 폭스캐처라는 팀을 만들고, 미국 레슬링협회에 거액을 기부하며 국가대표팀을 자신의 훈련장에 영화 ‘엑스 마키나’… 나를 사랑한 기계 인간 김봉석 (영화평론가) 인간은 인간을 만들 수 있을까? 만약 인간을 창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지금의 인간은 신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반대일 수도 있다. 〈블레이드 러너〉처럼 반란을 일으키는 리플리컨트와 끝없이 싸우거나 〈매트릭스〉처럼 인간이 기계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 창조주가 창조물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건 고정관념일 뿐이다. 어쩌면 신도 지금 인간을 제대로 제어할 방법을 찾지 못해 자포자기 상태일지 모른다.프로그래머인 칼렙은 회사 이벤트에 당첨되어 창업주인 네이든과 함께 일주일을 지내게 된다. 오지에 있는 네이든의 별장에 초대받은 칼렙은 미국의 전설적 저격수 ‘아메리칸 스나이퍼’ 김봉석 (영화평론가) 전쟁은 참혹하다. 어떤 이유가 있건, 뒤틀린 선과 악이 혼란스러워도 전장에서 적과 맞설 때는 일단 죽여야만 한다. 그건 지옥이고, 인간성을 파괴한다. 공식적으로는 160명, 비공식으로 255명을 저격한 최고의 스나이퍼 크리스 카일은 미국에서는 영웅으로, 적에게는 악마라 불렸다. 그의 삶은 어땠을까?카일은 아버지에게서 사격과 인생에 대한 태도를 배웠다. 세상에는 양과 늑대와 양치기 개가 있다. 너는 양치기 개가 되어라. 부당하게 공격을 받는다면 반드시 되갚아줘라. 끝까지, 처절하게. 로데오 선수였던 카일은 서른이 되어서야 군대에 가기 인생을 망친 사람이 지금 눈앞에 있다면 김봉석 (영화평론가) 천만 관객이 선택한 〈인터스텔라〉에서 나는 사랑보다 시간에 더 관심이 갔다. 블랙홀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행성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 쿠퍼와 브랜드는 한 시간도 안 되는 동안 임무를 마치고 돌아갔지만, 우주선에 있던 로밀리는 홀로 7년의 세월을 견디느라 폭삭 늙었다.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쿠퍼는 다차원의 공간을 만난다. 우리가 살아가는 3차원에 시간이 더해진, 그 이상의 무엇이 더해졌을 수도 있는 다차원의 공간.3차원의 인간에게는 직선으로 흘러가는 시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미래로 훌쩍 건너뛸 수도 없다 중년의 여배우에게 젊음이란 김봉석 (영화평론가) 누구나 나이가 든다. 의술의 힘을 빌려 보톡스도 맞고, 성형도 하는 등 갖은 수로 젊어 보이려 하지만 그것도 한때다. 여배우라면 더욱 세월에 민감하다. 남자 배우들은 40, 50대가 되어도 다양한 영화에서 주연을 맡고 인기를 누릴 수 있지만, 여배우들은 연기할 배역 자체가 줄어든다. 더 이상 자신이 젊지 않다는 사실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더 이상 대중의 우상, 매혹되는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마리아(줄리에트 비노슈)는 열여덟 살에 데뷔했던 영화 〈말로야 스네이크〉의 감독이 죽었다는 비보를 듣는다. 그리고 연극으로 다시 올려지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