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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공〈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는 엄마가 좀비가 된 가족의 상황을 그린 코미디다.

〈부산행〉 이후 2020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즌 2 방영과 시즌 3 확정, 〈#살아있다〉와 〈부산행〉의 속편 〈반도〉가 개봉하며 한국에서도 좀비물은 주류가 되었다. 하지만 해외에 비하면 아직 시작이다.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 (2002)가 분노 바이러스를 통해 ‘좀비’의 리얼리티를 확보하고, 〈월드워 Z〉(2013)가 블록버스터 좀비 영화를 성공시키면서 좀비는 전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좀비에게 쫓기며 생존을 갈구하는 공포와 액션에서 확장되어,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파고들며 좀비를 희화화하거나 다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인간과 좀비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웜 바디스〉(2013) 정도는 이제 전혀 놀랍지 않다.

2017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되어 시즌 3까지 이어진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는 엄마가 좀비가 된 가족의 기상천외한 상황을 그린 코미디다. 남편인 조엘과 함께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슐라는 손님을 안내하다가 심각한 구토를 하게 된다. 슐라는 심장이 뛰지 않고 피가 타르처럼 걸쭉해진 것을 알게 된다. ‘언데드’가 된 슐라는 날고기를 먹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닭과 소의 생고기를 먹었지만, 치근덕거리는 남자의 손가락을 씹어 먹은 후 인육에 맛을 들인다. 다른 고기는 먹을 수가 없다. 결국 조엘은 슐라를 도와, 죽어도 싼 나쁜 놈들을 찾아서 죽이기 시작한다.

악인을 사냥하는 ‘덱스터’를 좀비로 바꾼 것인가 했는데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는 전통적인 좀비물로도 진지하게 접근한다. 멀리 세르비아의 전설이 등장하고, 다른 언데드들도 하나둘 나타난다. 슐라가 언데드가 된 이유는 식당에서 먹은 조개 때문임을 알게 된다.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는 그동안 좀비물에서 시도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코미디로 집결시켰다. 사랑하는 이가 좀비가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조엘은 슐라를 보호하고, 함께하기 위해 헌신한다.

슐라는 좀비, 언데드다. 서서히 신체기능이 죽었다가 깨어난 것은 좀비와 유사하지만 의식은 그대로 존재한다. 오로지 식욕으로 움직이며 본능을 따르는 좀비의 특성을 갖고 있다. 슐라도 인육에 대한 욕망이 강렬하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식욕과 함께 다른 본능도 강렬해진다.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원하는 것을 그대로 실행한다. 에너지가 넘치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이 된다. 사회의 관습과 도덕 등에 매여 갈등하는 이웃들과 달리 슐라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맹렬하게 달려간다. 모두가 말한다. 그녀가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그렇기에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는 끔찍한 고어 장면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밝고 유쾌한 코미디다.

〈부산행〉 〈킹덤〉처럼 좀비의 공포만 알고 있었다면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는 아주 낯설다. 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중년 여성이 갑자기 남자에게 달려들어 목을 물어뜯어 피투성이가 되는, 그러면서도 무섭기보다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은 결코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에드거 라이트 감독의 기상천외한 코미디 좀비 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개봉한 해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시체들의 새벽〉을 리메이크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새벽의 저주〉가 성공한 해와 같은 2004년이다. 이미 1980년대부터 코믹한 좀비물은 종종 등장했고, 〈새벽의 황당한 저주〉 이후에 〈블랙 쉽〉 〈카크니즈 대 좀비스〉 〈쿠티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좀비랜드〉 등이 끊이지 않고 만들어졌다.

ⓒ넷플릭스 제공시즌 5까지 이어진 드라마 〈아이 좀비〉는 주인공이 형사를 도와 범죄를 해결하는 이야기다.

인간이면서 우리가 아닌 존재에 대한 고민

2015년에 시작하여 시즌 5까지 이어진 드라마 〈아이 좀비〉도 유쾌한 좀비물이다. DC코믹스의 성인 레이블인 버티고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아이 좀비〉의 올리비아는 파티에 갔다가 좀비가 되었다.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의 슐라처럼 모든 기억과 의식이 그대로 존재하는 좀비다. 의사인 올리비아는 인육을 먹기 위해 시체 검시실 일을 시작한다. 좀비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는 뇌인데, 올리비아는 뇌를 먹으면 죽은 이의 기억과 의식 그리고 감정까지도 잠시 소유하게 된다. 그런 능력을 이용하여 형사를 도와 범죄를 해결한다는 이야기다.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와 〈아이 좀비〉를 보고 있으면 좀비도 어떤 방법을 통해서 치료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좀비에서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 이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2013년에 만들어진 영국 드라마 〈인 더 플레쉬〉와 스페인 영화 〈리턴드〉는 모두 좀비에서 돌아온 이들에 대한 차별과 사회문제를 그리고 있다. 치료약이 있더라도 완치는 되는 것일까, 계속해서 약을 먹어야만(주사를 맞아야만) 인간일 수 있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국가는 그들을 어떻게 대하거나 관리해야 하는가. 인간이면서, 우리가 아닌 존재들은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놓이게 될까.

지금도 좀비물은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로버트 커크먼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져 좀비 붐을 일으켰던 드라마 〈워킹 데드〉는 시즌 10까지 이어가며 좀비 아포칼립스 이후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좀비의 직접적 위협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인간들은 저마다 기존 국가가 아닌 새로운 집단을 만든다. 그리고 연합하거나 싸우거나 하며 이후의 세계를 살아간다. 그들은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넘어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할지, 좀비보다는 인간들과 싸우며 찾아간다. 이제 〈워킹 데드〉는 약육강식의 아수라장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일종의 역사 드라마가 되었다.

전형적인 좀비물로는 좀비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상황을 속도감 있게 그린 드라마 〈블랙 썸머〉, 영국 드라마 〈데드 셋〉을 리메이크하여 브라질의 리얼리티 세트장을 무대로 하는 드라마 〈리얼리티 Z〉 등이 있다. 2018년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일본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좀비 영화 촬영장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한 스토리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제는 좀비물 자체가 독자적인 장르가 되면서 호러와 액션은 물론 로맨스와 코미디, 사회 드라마까지 다양한 유형으로 확장되고 있다. 좀비 붐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자명 김봉석 (영화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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