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그날이 동짓날이라서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가장 짧은 낮츠쯔젠 지음, 김태성 옮김, 글항아리 펴냄“아저씨, 그건 아저씨 탓이 아니라 동짓날이라서 그런 거예요.”“내 글쓰기의 연륜은 단편소설의 연륜과 일치한다.” 작품은 선언과도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저자 츠쯔젠은 좡중원문학상·루쉰문학상 등을 수상한 중국 문학의 거장 중 한 명이다. 일하고 사랑하는 동시에 아프고 외로운 작품 속 등장인물의 삶은 충분히 핍진하다. 여기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서사 위에 자연을 포개는 저자의 주특기가 더해져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진다. 하필 그날이 동짓날이라, 안개가 자욱한 날이라 벌어지는 사건 ‘읽다가 자야지’ 했는데 실패해버렸다 [기자의 추천 책] 이종태 기자 ‘잘 모르는 나라’에 대한 읽을거리로는 크게 두 종류가 필요하다. 하나는 이론적 설명이다. 다른 하나는 구체적 이야기(소설)다. 구체적 이야기는 이론적 설명을 보완하거나 심지어 반박하면서 그 나라에 대한 ‘앎’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나 개인적으로는 ‘중국 공산주의’에 대한 마오쩌둥의 저서(〈모순론〉 〈실천론〉 등)를 읽던 시절, 이른바 ‘상흔 문학(문화혁명을 비판하고 부정하는 문학 조류)’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이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최근 타이완의 존재감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이 나라는 반도체 제조업의 글로벌 허브라는 28년 군 인생 뒤흔든 박정훈 대령의 맹세 [2023 올해의 인물] 이은기 기자 “진실이 규명되고 정의가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2023년 12월7일 ‘항명’ 재판 1차 공판을 마치고 나오는 박정훈 대령(52·사진)에게 ‘무엇을 위해 싸우는 거냐’고 묻자 한결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박 대령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하던 해병대 전 수사단장이다. 28년 차 군인인 그의 삶은 수사 외압 의혹이 일던 지난 7월31일을 기점으로 송두리째 뒤흔들렸다.〈시사IN〉은 박정훈 대령을 ‘2023 올해의 인물’로 꼽았다. 박정훈 대령은 채 상병 순직 조사 결과를 왜곡하고 축소하려는 움직임에 정면으로 맞선 군인이 “저는 제가 운이 좋은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아이의 미래는? 전진한 지음, 다림 펴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것은 자존감과 공감 능력, 그리고 신뢰성과 도전 정신이다.” 실용서 느낌을 풍기는 제목에 끌려 책을 편 독자들에게, 저자는 시작부터 쐐기를 박는다. 자신은 교육 전문가도 4차 산업 전문가도 아니라고. 그럼에도 이러한 책을 낸 이유는 뚜렷하다. 유행처럼 번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어른, 특히 부모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자기 이야기로 풀어냈다. 공부는 뒷전이던 학생이, 군대에 가 책을 읽기 시작하고 그 속에서 길을 발...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그가 사단장일 뿐 남자가 아닐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 노골적으로 평가한다면, 중국 공산당의 지고지엄(地高至嚴)한 혁명 전통을 성애(性愛)로 희롱하는 발칙한 작품이다.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어느 군부대 사단장이 성적 불능을 감추고 젊은 여성과 결혼한다. 그녀는 관사의 취사와 청소를 담당하는 군인에게 “인민을 위해 봉사하라(마오쩌둥의 혁명 구호)”며 성적 서비스를 요구한다.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갈수록 그들 사이에선 새로운 권력관계가 형성되는데…. 세... 군대 대신 탄 배에서 스스로 목 맨 까닭 김동인 기자 동생은 생활력이 강했다. 홀몸으로 자식 둘을 키운 엄마에게 도움이 되겠다며 학비가 무료인 부산해사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열여덟 살 이후로는 방학이나 돼야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고향인 경남 창원 집에 오더라도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밖으로 쏘다니기 일쑤였다. 목포해양대에 진학한 후에도 동생은 엄마에게 손 한번 내밀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로 조선소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쳤을 때에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학교를 1년 유급해야 했을 때에도 엄마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사이 누나 구설희씨(27)는 부산에서 대학을 마치고 서울에서 직장을 구했다... 세상에 ‘그냥 엄마’는 없다 은유 (작가) “한 사람과 한 단어의 진정한 만남에 기회가 필요할 때도 있다. (…)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일생에서 수많은 단어를 만나지만, 어떤 단어들은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데 비해 어떤 단어는 평생을 함께 지내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37쪽).”중국 문화대혁명 속에서 성장한 소설가 위화는 그 단어를 ‘인민’으로 꼽는다. 스물아홉 살에 작은 시위 현장을 목격하고 인민을 진정으로 이해했다고 고백한다. 내게 그런 단어가 무엇일까 생각하니 ‘엄마’가 떠오른다. 부르기도 많이 불렀고 불리기도 제법 불렸다. 엄마에게 전적으로도 의탁했 첫 마음, 첫 다짐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시사IN〉은 2007년 9월17일 창간했다. 1호가 한가위 합병호였다. 이번 호가 창간 10주년 기념호이다. 10년을 버텼다.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을 하면서 버텨냈다. ‘게을러서 못 쓰는 기사는 있어도 압력 때문에 못 쓰는 기사는 없다’라고 우리는 자부한다. 독자들과 주주, 창간 때 적금을 깨며 응원해준 분들이 있었기에 이런 배짱을 부릴 수 있었다. 해외 미디어도 디지털 파고를 넘지 못하고 좌초하고 있다. 광고 시장은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에게 권력을 내준 지 오래다. 구독자 수익 70% 대 광고 수익 30% 비율이라는 건강...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병원의 사생활 김정욱 지음, 글항아리 펴냄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갖는 목표는 환자가 어느 선을 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퇴근이 거의 없는 신경외과 전공의가 틈틈이 환자를 마주하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기록했다. 그 노트를 바탕 삼아 드로잉 노트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의사의 그림일기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건 환자와 병, 그리고 보호자다. 저자는 자주 질문을 받았다. “이 망할 놈의 병이 왜 생겼고, 앞으로 환자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의사라고 해도 명쾌하게 답해줄 수 없다.... 한국을 위한 처방전 장동석 (출판평론가) 한때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두고 설왕설래 말들이 많았다. 이 밑도 끝도 없는 논쟁은 현재진행형인데, 선택적 복지를 주장한 사람들은 ‘지나친’ 복지가 효율을 떨어뜨리고 사람들을 나태하게 만든다고 선동했다. 하지만 〈복지사회와 그 적들〉을 쓴 홍콩의 경제학자 가오롄쿠이의 주장에 따르면 “복지사회는 결코 저효율을 발생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다른 어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중국 영화의 열광적 황금기류원빙 지음, 홍지영 옮김, 산지니 펴냄 중국 영화의 황금기는 언제였을까? 문화혁명이 끝나고 난 뒤였다. 1979년 중국의 영화 관람객 수는 293억명이었다. 전 중국인이 한 달에 두 번꼴로 영화를 보았다. 왜 그랬을까? 문화혁명의 상처를 치유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중국 영화는 문화혁명 시기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상흔 영화 중국의 ‘5월35일’ 김정희 (YES24 콘텐츠미디어팀장) 중국의 시사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난팡저우모)〉 1월3일자 신년호에 실린 사설의 내용이 바꿔치기당한 사건이 있었다. 이 뉴스를 접하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은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일당이 주도하는 사회주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표방한다. 돈을 벌고 쓰는 것은 자유롭게 하면서 하고 싶은 말은 제약을 받으며 사는 것이 사실상 가능할까? 지금까지 이토록 탁월한 자본주의 문명사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이 책은 재미있고 유익하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의 먹을거리, 탈거리, 입을 거리, 즐길 거리에서부터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 미디어, 광고, 여론조사, 애니메이션을 거쳐 전쟁에서 사용되는 총, 21세기 문명의 필수품인 석유, 여행 시 반드시 들르게 되는 호텔, 섹스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을 지탱하게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어떻게 만 현대 중국을 흔든 두 개의 혁명 이현우 (서평가) 중국 공산당의 제18차 당 대회가 폐막하고 시진핑을 당 총서기로 하는 5세대 지도부가 출범했다. 알려진 대로 시진핑은 공산혁명가의 자제들 그룹인 태자당의 일원으로 분류된다. 자오쯔양과 당 총서기 직을 다투기도 했던 혁명 원로 시중쉰의 아들이어서다. 하지만 문화대혁명기에 실각했던 부친 때문에 시진핑은 어두운 소년 시절을 보냈다. 산골마을의 동굴 움막에 살면서 겨울의 책꽂이 차형석 기자 책을 항상 옆에 두고 있는 젊은 출판인, 출판 평론가, 인터넷 서점 담당자 등 16명에게, 8월에서 10월까지 출간된 책 가운데 주목할 만한 책을 다섯 권씩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의견이 모아진 다섯 권에 대한 서평을 싣는다. 독자들의 마음 가는 대로 일독을 권한다.한 출판인은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에 ‘요즘 마음의 여유가 없다’라고 말 이승만은 왜 ‘독부’라 불렸을까 시사IN 편집국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문학동네 펴냄소설가 공지영이 ‘광팬’임을 자처하는 위화는 실험적인 소설을 주로 쓰는 중국의 3세대 소설가다. 1996년 출간한 〈허삼관 매혈기〉로 중국 대표 작가로 떠올랐고 두 번째 장편소설 〈살아간다는 것〉이 장이머우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인생〉)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위화는 ‘인민’ ‘영수’ ‘독서’ ‘글쓰기’ ‘루쉰’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 ‘홀유’라는 10개 키워드로 중국을 설 루쉰을 만나는 또 하나의 길 김정현 (일빛출판사 편집자) 〈아Q정전〉 〈광인일기〉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루쉰(魯迅)은 전 세계적으로 추앙과 존경을 받고 있는 문학가이자 사상가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조형예술에도 조예가 깊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림쟁이, 루쉰〉은 루쉰의 삶과 문학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코드인 그의 미술 작품을 새롭게 발견하고 조명한 책이다. 루쉰은 중국 판화 운동의 선구자였으며, 자신이 쓰거나 편집한 책이나 동인들이 엮은 책의 표지 디자인을 직접 하거나 제자(題字)를 썼고, 대학의 휘장이나 삽화나 인장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그의 미술 행위는 죽음 부른 MB 조카사위 기업사냥 정희상 기자 해마다 3월이면 주식 투자자의 곡소리가 나는 곳이 있다. 상장 폐지(상폐) 기업 명단이 공개되는 증권가다. 상폐는 해당 기업이나 투자자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상폐 회사 주식은 매매 거래가 중지되면서 휴지 조각으로 변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상폐 대상 기업들의 명단이 공개되었다. 죽음 부른 MB 조카사위 기업사냥 정희상 기자 해마다 3월이면 주식 투자자의 곡소리가 나는 곳이 있다. 상장 폐지(상폐) 기업 명단이 공개되는 증권가다. 상폐는 해당 기업이나 투자자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상폐 회사 주식은 매매 거래가 중지되면서 휴지 조각으로 변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상폐 대상 기업들의 명단이 공개되었다. ‘수출 1억불 탑’ 받고 1년 만에 ‘상폐’라니… 정희상 기자 “수출 1억 달러 기업이 하루아침에 상장 폐지 위기에 내몰리고, 대표이사가 죽다니….” 씨모텍에 투자한 개미 투자자 1만4000명은 분노에 차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씨모텍은 2010년 무역의날 기념 ‘1억불 탑’을 수상하고, 연말에는 우수 기업으로 인정받아 이명박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