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집권 4년차에 접어들면서 레임덕 징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반박도 만만치 않다. 일종의 ‘가치 동맹’을 추구했던 참여정부에 비해, 이명박 정부는 ‘실용 동맹’ 내지 ‘이권 동맹’으로서의 성격을 뚜렷이 하면서 훨씬 더 강한 결속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재보선→총선→대선으로 이어질 본격적인 정치철을 맞아 이들 동맹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금융·법조·언론·토건 영역을 두루 장악한 이들의 동향을 추적했다.

MB와 ‘이권 동맹’
❶다시 보자, ‘고·소·영’-경제·금융을 장악하다
❷다시 보자, 권력기관 -MB 정권 최후의 보루
❸다시 보자, 개국공신 -화려한 출세 행진

 

 

 

 

 

 

 

이명박(MB) 정권의 ‘개국공신’ 가운데에서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대통령에게 각별하다. ‘왕의 남자’라는 칭호도 그의 몫이다. 강 회장과 이 대통령의 인연은 1981년 소망교회에서 시작된다. 1997년 재정경제부 차관이던 강 회장은 외환위기의 책임을 지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야인이던 그를 이 대통령은 2003년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시켰고, 2005년에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원장을 맡겼다. 대선 과정에서는 일류국가비전위원회 부위원장 겸 정책조정실장을 맡겨 공약을 총괄토록 했다. 7·4·7 공약 등 ‘MB 노믹스’의 얼개를 그린 사람이 강 회장이다.

외환위기의 주범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그를 경제 사령탑인 기획재정부 장관에 발탁했다. 장관 시절 그는 “환율은 주권이다”라며 고환율 정책을 구사했다.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며 부자 감세 정책도 밀어붙였다. 환율 급등과 부자 감세가 물가 불안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았다. 2008년 4월부터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인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에서도 강 장관에 대한 비난 기사와 사설이 쏟아졌다. 그래도 이 대통령은 강만수 카드를 내려놓지 않았다.

2009년 2월이 되어서야 그는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에 오르더니, 6개월 뒤에는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에 임명되는 뒷심을 보여주었다. 그러더니 지난 3월에는 산은지주 회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강 회장에게 삼고초려했고, 산은지주 회장의 연봉을 두세 배 올려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에서조차 “또, 만수냐”라는 말이 나왔다. 관가에서 ‘만수형통’이라는 말은 계속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의 산은지주 회장 임명에 대해 박선영 선진당 대변인은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내 사랑 내 곁에 인사’의 극치다. 이명박 대통령의 강만수씨를 향한 사랑의 끝은 어디인가?”라고 비꼬았다.

이들이 30년간 맺어온 끈끈한 인연을 설명하려면 소망교회를 빼놓을 수 없다. 단순히 같은 교회 신도라서가 아니다. 두 사람과 함께 활동했다는 소망교회 이 아무개 장로는 “신앙으로 이어진 두 사람 간 신뢰는 교회 내에서도 남달랐다. 교회 활동도 항상 함께했다. 믿음이 깊은 사람을 쓰는 것을 일반인의 눈으로 비판만 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이탈자’ 적은 이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소망교회 인사들은 특히 경제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왔다. 이명박 정부의 ‘돈줄’이 있는 곳에 어김없이 소망교회 인맥이 포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참여정부 수석비서관을 지낸 한 인사는 “이명박 정부는 돈줄을 쥐고 그 힘으로 정책을 시행하고 행정을 컨트롤한다. 돈을 모으고 집행하는 능력은 참여정부보다 열 배쯤 고수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 이탈자가 적은 이유는 소망교회 등 자기 사람을 힘 있는 자리에 쓰고, 돈이 있는 자리에 보내기 때문이다”라고도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 참여한 대구·경북(TK) 출신 변호사는 “참여정부 때는 기껏해야 사장과 감사 자리에 사람을 보냈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예 새 판을 짜고 산하 기관이나 재단을 만들어 수십 명을 심어버린다”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덜 주목받는 알짜 자리’에 소망교회 사람들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왼쪽)은 주변 사람을 ‘교회 안 사람’ ‘바깥 사람’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예로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을 들 수 있다. 그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오른 것도 소망교회 권사라는 이유가 결정적이었다. 그녀는 1980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주도한 국보위에서 일하고, 이후 민정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인수위원장에 올랐다. 그 뒤 그녀는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신청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소망교회 장로 김 아무개씨는 “인간이 아니라 모두 하나님이 하시는 일 아니냐. 대통령이야 믿음을 중시하는 분이어서 이경숙 권사님을 중용하신 것이고, 한나라당은 표가 중요한 사람들이어서 못 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소망교회 인사들, 직책 뛰어넘는 힘 발휘

그녀는 2009년 5월부터 한국장학재단 초대 이사장에 올랐다. 2008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 과제 중 하나로 맞춤형 국가장학제도를 추진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신용보증기금·한국학술진흥재단·한국과학재단 등 국가 장학 사업을 하나로 모아 한국장학재단을 세웠다. 이경숙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연간 3조5000억원에 달하는 학자금 지원을 위해 3조원 규모의 정부 보증 채권을 발행하는 학자금 전문 금융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경숙 전 총장이 이사장에 취임하자 대기업과 은행의 기탁금이 줄을 이었다. 한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이사장의 연봉은 1억6500만원이다. 여기에 연봉만큼의 판공비를 쓸 수 있다. 무엇보다 돈을 푸는 자리이기 때문에 더 큰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은 조달청과 국방부의 돈줄을 쥐었었다. 장 전 청장은 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으로 이른바 ‘고소영’이라는 3박자 스펙을 모두 갖춘 인물이다. 겹친 연줄만큼이나 힘이 셌다. 그는 고교(경남고)·재정경제원 선배인 강만수 회장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렸다. 인수위에서 경제 1분과 전문위원으로 일하던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조달청장에 임명된다. 2009년 1월에는 국방부 차관으로 영전했다. 상명하복이 생명인 국방부에서 장 차관의 힘은 장관을 능가했다. 2009년 8월 장 차관은 청와대에 국방 예산 감축안을 올렸다. 국방부 장관에게는 보고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상희 당시 국방부 장관은 청와대에 “차관의 행동이 자칫 일부 군인에게는 하극상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라는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몇 달 후 옷을 벗은 사람은 이 장관이었다. 이후 장 차관은 국방 예산의 40%가 넘는 약 12조원을 주무르는 방위사업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3월 장 전 청장은 브로커로부터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운영권 수주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3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낙마했다. 그는 현재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사업상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로 1000만원어치 백화점 상품권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소망교회 신자인 이두희 고려대 교수는 우리금융과 기아자동차 사외이사를 맡았다. 이두희씨는 초대 사회정책수석 후보로 내정됐다가 낙마한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의 남편. 임진택 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는 삼성SDI 사외이사를 지내다 지난해 6월부터 MBC 감사를 맡고 있다. 1988년 방송문화진흥회가 설립된 이후 MBC 외부 인사가 감사로 임명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금융 계통에서도 소망교회 출신은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소망교회 금융선교회, 일명 ‘소금회’가 대표적인 금융계 인맥으로 손꼽힌다(오른쪽 상자 기사 참조). 2008년 소망교회 장로 선거가 있었는데, 이때도 출마자 중 금융계 인사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강석홍(전 한국외환은행 강남본부장), 박응서(조흥은행), 이희근(국민은행), 장호영(제일은행), 홍승표(산업은행) 등이 그들이다. 2009년에는 이종상 전 토지공사 사장, 연참흠 전 토지공사 이사 등이 소망교회 출신을 배경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에 도전하기도 했다. 한 은행의 부행장은 “소망교회 출신들은 금융계에서 실세로 활약한다. 직책을 몇 배 뛰어넘는 힘을 발휘하는 게 주요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돈과 힘 추종, 안티 기독교적 행태”

최근에는 소망교회 인맥 가운데 강경호 전 서울메트로 사장에게 힘이 몰린다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현대건설 출신인 강씨는 2003년부터 4년 동안 서울메트로 사장을 지냈고, 대선 기간에는 서울경제포럼을 만들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다. 그는 2008년 6월 코레일 사장에 취임했으나, 그해 11월 인사 청탁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2009년 6월 강씨는 다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다스는 현대자동차에 시트를 독점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회사로 대통령의 형 이상은씨가 대주주로 있다. 지난 대선에서 다스 실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이 대통령의 외아들인 이시형씨가 다스에 입사해 지금은 기획팀장으로 근무한다. 한 경제계 인사는 “강씨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숨은 실세다. 특히 대통령의 심복이지만 야인 상태여서 더 큰일을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경제 분야 외에도 소망교회 인맥들은 눈에 띈다. 이상득·김형오·정몽준·권철현·이종구 등 소망교회에는 이명박 정부 들어 유독 잘나가는 정치인이 많다. 지난 1월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에 기용된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연기자 출신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도 소망교회에서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후 중용된 경우다.

이들이 활약하는 것이 단순히 소망교회 출신이어서만은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소망교회 한 부목사는 “소망교회 신자 중 훌륭한 사람이 워낙 많아서 공직에 진출하는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가까운 인명진 목사는 “소망교회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잘나갔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 또한 2008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교회를 못 간다. 하도 이력서가 들어와서. 동생이 대통령 되면서 부탁 온 게 1000건은 된다. 그러나 (인사 청탁 같은 일은) 하지 않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소망교회의 한 집사는 “대선 직전에 입당한 정몽준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것, 권철현 전 의원이 주일 대사로 발령이 난 것은 소망교회라는 인연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남오성 목사는 “이 대통령의 경우 어려서부터 배어 있는 학습 효과로 인해 주변 사람을 ‘교회 안 사람’과 ‘교회 바깥 사람’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더 큰 문제는 대통령에 의해 간택된 ‘교회 안 사람’들이 ‘돈과 권력이야말로 성공한 기독교인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인 양 행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 목사는 “예수님은 돈과 힘에 희생되신 분이다. 돈과 힘을 추종하는 것은 전형적인 안티 기독교적 행태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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