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엄기영 대 최문순 대결을 기정사실처럼 쓰고 있지만, 사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후보자 선출 경선을 거쳐야 한다.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거나 여전히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다른 후보들도 양당 모두 남아 있다. 양당 지도부의 의중까지 실린 카드인 엄·최 대결이 유력하기는 하나, 변수가 전혀 없지는 않은 셈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최흥집 전 강원도 정무부지사와 이호영 전 이명박 대통령 예비후보 특보가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두 사람 모두 강릉 출신으로 ‘영동 후보’의 이점을 적극 내세울 전망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영동 후보론’의 파괴력과, 영동 지역의 결집 가능성을 들어 최흥집 후보가 대이변을 일으키는 시나리오도 조심스럽게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낮다.

강원지사를 꿈꾸는 최흥집 전 정무부지사, 이호영 전 특보, 조일현·이화영 전 의원(왼쪽부터).

민주당에서는 조일현 전 의원이 3월2일 출마 의사를 밝혔고, 이광재 전 지사와 가까운 이화영 전 의원은 고향인 동해시로 주소를 옮겨 사실상 출마를 선언했다. 역시 동해 출신인 김대유 전 경제수석은 본인이 출마를 거듭 고사했지만, 주소가 원래 강원도에 있어서 여전히 출마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말이 여야 모두에서 나온다.

한나라당은 4월3일을 전후해 후보자를 선출하는 일정을 내놨다. 유권자 119만명의 3.5%에 해당하는 4만2000명으로 초대형 선거인단을 꾸린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의 공식 경선 방식인 2:3:3:2 원칙은 이번에도 적용된다. 대의원 20%, 일반 당원 30%, 일반 국민 30%, 여론조사 20%인데, 사실상 대의원 투표와 여론조사가 승부를 가르는 구조다. 인지도가 높고 당 핵심의 암묵적 지지를 받는 엄기영 전 사장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역시 4월3일 후보 선출로 가닥을 잡았다. 최문순 의원 캠프는 본선에 전념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며 3월 중순 경선 완료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기 힘든 분위기다. 한 핵심 당직자는 “후보들 간에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보장하려면 아무리 못해도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하다”라며 조기 경선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최 의원 캠프는 광역 단위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부족하다. 후보 본인도 비례대표로 배지를 달아 선거 경험이 없다. 지난 지방선거 때 한명숙 캠프에서 온라인 모금을 담당한 경험이 사실상 전부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절실한 것이 지난번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광재 팀’의 합류인데 ‘이광재 팀’도 경선이 끝나기 전에는 공식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처지다. 최 의원 캠프가 속이 타는 이유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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