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입문 교육이 끝나고 법무 업무를 맡았다. 발령이 나자마자 삼성중공업 유령 노조사건이 패색이 짙다며 상대방 변호사를 매수해서 회유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황당해서 거부했다. 하지만 검찰 선후배들에게 뇌물을 전해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나의 임무였다.
법무팀장이 되자 구조본의 한 간부가 검찰 관리 대상 명단을 검토해달라고 했다. 그 안에 삼성 장학생 명단이 들어 있었다. 이 명단을 기초로 검찰의 핵심 주요 보직 간부, 초임 근무를 서울지법에서 한 간부 판사, 사법시험 성적 우수자 등을 대상으로 리스트를 만들었다. 이들에게 설·추석·여름휴가 때 1년에 세 차례 500만원에서 2000만원의 뇌물성 현금을 전달했다. 물론 사안이 생기거나, 공을 세웠을 때는 액수가 몇 배 커졌다. 삼성은 삼성 장학생 검사의 승진을 밀어주고 인사에 영향을 끼쳤다. 서울지검장·검찰총장 등 주요 보직 인사의 승진을 구조본에서 한 달 전에 아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현직 검찰의 최고위층 간부 가운데 삼성 장학생이 상당수 있다.
이건희 회장의 로비 지시는 구체적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사돈인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이 인천지검 특수부에서 수사받게 되자, 인천·수원 등 지방 특수부도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새한그룹의 이재관 부회장이 구속되자 교도소도 평소에 관리하라고 했다. 삼성에버랜드 편법 증여 재판과 관련해서는 담당판사에게 30억원쯤 갖다 주라고 지시했다. 불가능한 일이어서 거절했다. 그러자 상사들은 나를 무능한 사람으로 여겼다.
돈을 전달할 때는 반드시 ‘회장 선물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기본 매뉴얼이다. 보통 월간지로 포장된 현금을 전달한다고 한다. 월간지 하나는 500만원짜리 묶음이다. CD 케이스는 300만원, 007 가방은 1억원, 델시 여행용 가방은 30억원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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