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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학수 실장 김 변호사에게 ‘문자’ 6번 보내

전 삼성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찾아가자 삼성이 뒤집어졌다. 이학수 실장은 얼마나 다급했던지 6번이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심지어 한밤중에 그의 전처 집에 찾아가 대문을 두드&

주진우 기자 ace@sisain.co.kr 2007년 11월 03일 토요일 제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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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안희태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50)은 회사 전용 제트기로 문상을 다닐 만큼 회사에서 인정받았다. 회사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구조조정위원회에 참석하고, 이건희 회장 집에서 열리는 초호화 파티에도 초대받았다. S급(혼자서 1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삼성의 핵심 인재)으로 분류되어 10억원대 연봉을 받았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는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2004년 6월, 김 변호사는 승진 제의를 뿌리치고 사표를 던졌다. 김 변호사는 삼성을 ‘빌려 입은,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고 표현했다. 김 변호사가 기자회견과 각종 언론을 통해 심경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지금도 ‘왜’라는 질문이 그를 따라다닌다.

왜 삼성에서 나왔나?

김 변호사는 <시사IN>과 인터뷰에서 “이건희 회장을 신격화하는 사이비 종교 같은 사내 분위기가 참기 힘들었다. 똑똑한 사람들을 바보 노릇 하게 만드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퇴직했다”라고 말했다. 임원들은 이건희 회장과 회의할 때는 화장실에 안 가려고 와인이나 국물을 먹지 않는 불문율을 지켰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심지어 6시간 동안 이건희 회장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으며 말없이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김 변호사가 무능해서 밀려났다고 주장한다. 김 변호사도 이를 적극 부인하지 않는다.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지난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때 김인주 사장이 중수부장에게 수사에 응하겠다고 해놓고 도피했다. 나는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실장을 모시는 처지여서 수사에 응해야 한다. 삼성 수뇌부가 도피했다고 브리핑을 하면 이건희 회장을 소환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 다음부터 나는 실무에서 배제됐다. 김인주 사장은 내 부하 직원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렸고, 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왜 퇴사 후 3년이나 지나서 고백하는가? 

김 변호사가 삼성에서 퇴직한 것은 2004년 6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은 2007년 10월29일이다. 사제단 고문 김병상 몬시뇰은 “삼성에서 잘 먹고 잘살다가 이제 와서 삼성이 나쁘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라고 꾸짖었다. 삼성을 나온 김 변호사는 법무법인 서정에 들어갔다. 그는 2005년 9월부터 한겨레 기획위원을 맡았는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에 관한 기사는 가급적 피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과 등져서 이로울 게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양심선언이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라는 것도 고민을 깊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난 5월25일 한겨레 1면에 ‘에버랜드 사건 구조본이 주도했다’는 기사가 나오자, 중앙일보의 한 간부 기자가 “가볍게 듣지 마라. 다른 기업들에게도 반기업적인 변호사가 근무하는 로펌이라고 알려 영업을 못하게 하겠다”라고 ‘서정’ 측에 강력히 항의했다. 김 변호사는 떠밀려 휴직한다. 두 달 뒤 복귀하려고 했지만 로펌에서 삼성 이학수 실장의 각서를 받아오라고 해 좌절했다고 김 변호사는 주장한다. 지난 9월부터 김씨는 한겨레·조선일보·MBC·KBS 등을 찾았지만 보도한 곳은 없었다. 지난 10월29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기자 회견으로 비로소 김 변호사의 양심선언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정신 상태가 불안한 사람인가?

삼성은 김 변호사의 정신 상태가 불안한 것 같다고 했다. 우울증 약을 복용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0월22일 기자가 처음 만난 김 변호사는 불안해 보였다. 김 변호사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사제단의 한 신부는 “극도로 예민한 상태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자신의 로펌에서 쫓겨난 김 변호사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컨테이너에서 기거하며 고추·상추 등을 가꾸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 잠을 이루지 못해 수면제 신세를 지기도 했다.

   
 
ⓒ시사IN 안희태
김용철 변호사가 언론사를 찾아간 것은 지난 9월. 삼성 전략기획실은 완벽하게 보도를 막았다. 10월18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찾아가자 삼성 고위 임원들이 적극 나섰다. 김 변호사에게 보낸 이학수 부회장 문자 메시지.
 
 
김 변호사는 삼성이 자신을 감시·미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한 다음 날 삼성에서 전화를 걸어와 확인했고, 한겨레 친구가 양평 집에 다녀간 것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김 변호사가 10월19일 사제단 신부를 만난 것을 삼성 측이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김 변호사는 “내가 사제단에 몸을 의탁하지 않았거나, 눈에 띄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삼성이 벌써 강수를 썼을 것이다. 삼성에는 이런 일을 처리하는 팀이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비자금 관리하던 사람이 돈 사고를 쳤을 때는 삼성 측이 사립 탐정을 붙이기도 했다. 기자는 이 인물의 신원을 확인했다.

정신이 불안하다는 삼성의 말에 김 변호사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 물타기 하는 것은 삼성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살인에 이용된 피 묻은 칼을 찾아줬더니 인간성이 안 좋고, 정신이 불안하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검찰과 ‘서정’에서 김 변호사와 함께 근무한 권성동 변호사는 “용철이 형이 자존심이 강해서 그렇지 꽉 막힌 사람도 아니고, 정신이 이상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심선언은 돈 때문인가? 

삼성은 김 변호사에게 7년 동안 연봉과 스톡옵션으로 102억원을 지불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한때 1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다. 2002년 김 변호사의 아들이 결혼했다. 법무팀장 시절이었다. 당시 축의금으로 이건희 회장은 100만원, 이재용 전무는 100만원, 이학수 실장은 500만원을 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은 계열사 사장 경조사에 보통 30만원을 보낸다고 하니 김 변호사가 좋은 대우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이 회장은 국무위원 경조사에는 1000만원을 낸다고 한다.

   
 
ⓒ시사IN 안희태
김 변호사에게 보낸 김인주 사장 문자 메시지.
 
 
김 변호사의 고백이 돈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10월18일 김 변호사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함세웅 신부를 찾아가자, 삼성이 발칵 뒤집혔다. 밤에 삼성맨으로 ‘암약’하는 공무원들도 적극 나섰다. 청와대·검찰청·국정원 직원들이 전방위로 뛰었다.

삼성 임원들도 직접 나섰다. 10월19일 오후 5시 이종진 전략기획실 상무가 양평에 있는 김 변호사의 컨테이너에 직접 찾아왔다. 이 상무는 “형님 뵈러 양평집 앞에 와 있습니다. 오랜만에 용안이라도 뵐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날 밤 10시께 이학수 실장과 김인주 사장은 잠실에 있는 김 변호사 전처의 집을 방문해, 1시간가량 문을 두드리다 갔다. 10월20일에도 이학수 실장은 직접 나서서 김 변호사를 회유하려고 했다. 10월20~21일 이학수 실장은 김 변호사에게 여섯 차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김 변호사 우리 서로 좋았을 때를 생각해봅시다. 나는 김 변호사와 이렇게 될 만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나서 뭐든지 풀어보면 서로 유익할 것입니다. 긍정적인 판단을 기대합니다.” 이학수 실장의 메시지는 구체적이었다. 김 변호사가 마음먹기만 하면 뭐든 들어줄 거라고 했다.

돈이 목표라면 김 변호사가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학수 실장·김인주 사장과의 담판을 마다했을 리 없다. 폭로 직전에는 협상력이 가장 크지만, 일단 폭로하면 ‘딜’하기가 어렵다. 카드를 보여주고 도박을 하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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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변호사에게 보낸 이종진 상무의 문자 메시지.
 
 
사실 이때까지 사제단은 김 변호사를 신뢰하지 않았다. 함세웅 신부는 “사제의 처지에서는 삼성으로부터 좋은 제안을 받아 김 변호사와 가정이 행복해진다면 나무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에서 (내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면 돈을 주겠다고 했고, 로펌을 차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퇴직 후 한 번도 삼성 사람을 만난 적이 없고, 바란 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고문료’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김 변호사에게 퇴직 후에도 3년 동안 예우 차원에서 7억2000만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지난 9월 김 변호사의 예우 기간이 만료되자, 돈을 달라는 취지에서 회사를 협박하고 있다는 것이 삼성 측 주장이다. 상당수 언론에 이 내용이 실렸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삼성이 고문 기간을 연장하자고 제의했지만 뿌리쳤다”라고 말했다.

양심선언을 결심한 것에 대해 김 변호사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권력 시스템을 영구히 가져가기 위해 삼성은 터무니없는 과욕을 부리고 있다. 삼성의 온갖 부조리와 그것이 국가 사회 시스템을 오염시키는 것을 이제는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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