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30일 성신여대는 1936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교수, 직원, 학생, 동문 등 구성원이 직접 총장을 뽑았다. 이화여대에 이어 대학 구성원이 직접 총장을 선출한 두 번째 사립대다. 지난해 성신여대 교육방송국 국원으로 활동한 김주현·박정인·조수연씨(모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8학번)는 ‘성신여대 봄의 시작, 총장직선제’를 기획·제작했다. 장영은 국장(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7학번)이 방송국을 총괄하고, 강윤지 아나운서부장(국문과 17학번)이 AD 구실을 했다. 박정인씨는 “사회 분위기가 민주적으로 바뀌면서 대학에도 민주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의의가 있다. 학우들의 관심도 높았다. 총장직선제의 과거와 현재를 짚고, 이 제도가 미래의 우리 학교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고찰하고자 영상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조수연씨는 “취재하다 보니 20년 전에도 구성원들이 총장직선제를 도입하려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성신여대의 경우 1990년대까지는 교수가 총장을 뽑았다. 그런데 1999년 1위를 차지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성신학원 이사회가 총장에 앉혔다. 구성원들은 수업 거부, 천막 농성으로 맞섰지만 이후에도 줄곧 이사회가 총장을 선출했다. 그러다 2017년 심화진 전 총장이 공금횡령 혐의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되며 교수·직원·학생·동문 네 주체가 논의 끝에 ‘총장직선제’ 도입을 결정했다. 성신학원 이사회도 이를 수용했다. 박정인씨는 “총장, 이사장, 선거관리위원장을 길게는 두 시간까지도 인터뷰하면서 문제를 다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인터뷰할 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다시 취재하고 내용을 수정하는 일의 연속이었다”라고 말했다. 조수연씨는 “이번에 실시한 총장직선제에 대해 학생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학생들의 생각을 총장과 이사장 등에게 전달할 수 있어 의미가 컸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성신여대 봄의 시작, 총장직선제’를 만든 성신여대 교육방송국원들. 뒷줄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영은, 박정인, 김주현, 조수연, 강윤지씨.

수상작은 학생들이 총장직선제의 어떤 점에 만족했고,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하는지도 전했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69.3%는 투표 시간이 부족했다고 답했다.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이 낮은 점이나 투표 가능한 구성원 범위에서 휴학생은 제외되는 점 등 한계점도 짚었다. 특히 임시이사 체제인 현재 아직 총장직선제가 제도화되지 않아 앞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전달했다. 동덕여대와 동국대, 이화여대 등 이미 총장직선제를 도입했거나 요구하고 있는 다른 대학 사례도 짚었다. 영상에 사용된 그래픽은 유튜브로 독학하거나 서로 가르쳐주면서 배웠다고 한다. 김주현씨는 “저희의 힘으로 오롯이 만든 첫 영상이다. 학생식당에도 송출했는데, 많은 학생들이 의미 있게 봤다면 교육방송국 유튜브 채널에서도 찾아봤을 거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방송·영상 부문 심사평

직선제 정착 위한고민까지 담아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시사IN 이명익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라온 작품을 보면 소재 선택의 다양성, 편집의 우수성과 새로운 형식의 시도 등 이전에 비해 변화 발전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학 내 채식주의자의 어려운 현실과 채식주의의 가치를 담은 서울대저널TV의 ‘관악에서 비건으로 산다는 것’이나 동국대학교 교육방송국의 아동방임 문제를 담은 ‘남겨진 아이들’, 특수교육 대상자 통합교육 문제를 다룬 ‘통합교육의 현주소’ 등이 관심의 다양성 확대를 보여주었다. 숭실대학교 방송국의 ‘몰카 더 히든캠(Molka ‘The Hidden Cam’)’은 재연 다큐멘터리로서 수용자인 대학생들의 정서에 다가가기 위한 시도가 돋보였다. 또 대부분의 작품이 자연스럽고 깔끔한 편집 능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런 양질의 작품이 주요 수용자인 대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데는 조금씩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일반 사회 현실이든 대학 내 현실이든 대학언론이 다룰 때는 그 사안이 대학생들의 현실 또는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보여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심사위원들은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작품으로, 최근 뜨거운 쟁점인 ‘강사법’ 문제를 다룬 고려대학교 TV방송국 KTN의 ‘더 텐트:민주광장 텐트의 진실’과 성신여대 교육방송국의 ‘성신여대 봄의 시작, 총장직선제’를 두고 최종까지 고민했다. 대학 구성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소재를 선택했을 뿐만 아니라 사안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영상 기술 측면에서도 편집과 전달력이 좋았기 때문이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총장직선제’가 성신여대 상황만이 아니라 여러 대학의 총장직선제 문제를 비교 검토하고, 안정적인 총장직선제가 정착되기 위한 제도적 고민까지 제시하려 노력한 점에서 약간의 우위가 있다고 평가하여 방송 및 영상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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