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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꼼수 막은 한·일 법률가의 승리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2018년 11월 13일 화요일 제5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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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이춘식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원고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판결이 나기까지 무려 13년8개월이나 걸렸다. 최근 검찰 수사로 드러나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청와대 사이 재판 거래 의혹 대상 중 하나가 바로 이 소송사건이다.

“상식의 승리, 한·일 양국 법률가의 승리, 동아시아 일제 피해자에게 큰 희망을 준 판결.”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일제피해자 인권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최봉태 변호사(56)는 판결 소감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했다. 대한변협이 이번 소송을 대리했는데, 최 변호사는 법정에 직접 나서지 않았다. 장완익·김세은 변호사 등이 맡아 진행했다.

ⓒ최봉태 제공

대구에서 활동하는 최 변호사는 일제강점기 피해 문제 전문가로 통한다. 1990년대부터 일본을 상대로 강제징용자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원폭 피해자 문제 등을 공론화하고 배상 소송을 주도해왔다. 그 결과 2007년 4월 일본 최고재판소로부터 역사적 지침이 될 만한 중요한 판결을 이끌어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 전후 처리의 법률적 의미가 피해자들이 가진 청구권이 실질적으로 소멸했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일본 정부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구제를 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이런 판단에 따라 2010년 대한변협과 일본변호사연합회 등 법률가 단체가 공식적으로 머리를 맞댔다. 그해 12월 공동선언이 나왔다. 최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2010년 양국 변호사 단체가 합의한 공동선언이 타당하다고 인정해준 것이므로 한·일 법률가의 승리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실제 배상을 받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일본 정부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서다.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된 한·일 협정으로 식민지 피해 배상 문제는 이미 종결됐다고 강변한다. 일본 정부가 이번 판결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최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 가자고 하면 우리는 어떤 의미에선 더 반길 일이다. 일본 정부에 원폭 피해자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함께 중재를 신청하자고 제안하면 된다.”

최 변호사가 보기에 최종 해법은 한·일 양국 정부가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법대로 처리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최고재판소에서 나온 판결을 따르면 된다. 한·일 양국이 자꾸 외교적·정치적 꼼수로 풀려다 보니까 꼬인다. 판결대로 피해자 청구권을 인정하고 구제하는 게 기본이고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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