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의 ‘인’은 인천, ‘하’는 하와이를 뜻한다. 1954년 개교한 인하대(당시 인하공과대학) 설립 기금의 바탕은 주로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던 하와이 동포들의 성금 15만 달러였다. “그 가난한 농장에서 번 돈, 어떤 때에는 떡을 만들어 가지고 다니면서 팔아서 돈푼 모은 이것을 가지고….(1954년 10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인하대 개교 기념식 축사 중, 〈인하대 50년사〉 발췌)”
조국에 건실한 교육기관을 세우고자 열망한 해외 동포들의 성금에,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봉급에서 5%씩 갹출한 기금, 인천시의 무상 토지 기부 등이 합쳐져 인하대가 설립됐다. 1955년 자신들의 피땀 어린 돈으로 세워진 학교를 확인하기 위해 하와이 동포 1세들이 조국에 방문했다. 그들을 태우고 한국 민항공사상 최초로 태평양 횡단비행을 한 대한국민항공(대한항공공사의 전신)의 DC-3형 여객기(우남호)는 지금도 인하대 본관 옆 잔디밭에 전시돼 있다(34쪽 사진).
그렇게 설립된 인하대는 이승만 정권 붕괴 후 재정이 악화되던 중 1968년 고 조중훈 회장이 이끌던 한진상사에 인수되었다. 조 전 회장은 인수대금 2억원을 내고 “학교법인 인하학원(옛 인하대 재단법인)의 창학 정신을 존중한다”라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사기업뿐 아니라 교육기관도 ‘세습’받은 재벌 2·3세들은 인하대의 창학 정신에 구애받지 않았다. 〈시사IN〉이 확인한 당시 목격자들 증언에 따르면, 2012년 12월14일 인하대 이사인 조원태 사장이 인하대 교정에서 동문들에게 욕설을 하던 날 인하대 이사장 조양호 회장은 “학교의 주인인 인하대 구성원들의 학교 건물 출입을 왜 막느냐”라는 항의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 학교 주인은 나다. 여긴 사립학교이고 사유지이다.” 대학의 공공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윤리와, 조 회장 일가가 대학을 바라보는 관점 사이는 인천과 하와이만큼이나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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