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가 CIA 내에 ‘북한 작전’에 특화한 KMC를 신설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북한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 덕분에 폼페이오가 국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CIA는 승승장구하는 기세다. 요즘 CIA가 주무 부처인 국무부를 제치고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주도적으로 맡고 있다. 지금은 북·미 정상회담 장소 선정 협상에 분주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회담 일정과 의제에도 CIA가 관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여러 정보기관들이 북한 문제로 모두 바쁘지만 세간의 이목은 단연 CIA에 쏠려 있다.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에 지명된 뒤에도 CIA 휘하 참모들을 활용해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은밀히 진두지휘하면서 CIA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대북 라인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폼페이오가 향후 국무장관에 취임한 뒤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외교 안보 과제인 북핵 해결을 위해 친정 CIA 측의 도움을 지속적으로 받으리라 예상하고 있다.
CIA가 국무부를 제치고 북·미 정상회담 준비 작업을 주도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폼페이오에 대한 신임 덕분이다. 폼페이오는 CIA 국장 재직 시절에도 일주일에 서너 번씩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한 관련 정보를 브리핑하면서 돈독한 친분 관계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건을 전격 수락한 뒤, 대북 라인 정비 차원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하고 폼페이오를 후임으로 지명한 배경이다. 최근 CIA는 북·미 간 전통적인 접촉 창구였던 ‘뉴욕 채널(유엔 북한 대표부와 국무부를 중심으로 한 미국 정부 사이의 대화 루트)’을 무시하고 북한 정찰총국과 정상회담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렇다고 국무부가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수전 손턴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지명자, 마크 램버트 대북정책특별부 대표,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 등도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참여한다. 그러나 회담 참석자 선정, 과거 북·미 협상 자료 준비, 한국 및 일본 등 우방과의 소통 방안 마련 등 부차적 업무만 맡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들이 KMC 중책 맡아
CIA는 지난해 5월10일 이례적으로 KMC 신설 사실을 공개하면서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KMC에는 CIA 전 부서에 걸쳐 경험 있는 요원들을 동원하고, 그 책임자로 ‘베테랑 작전 요원’을 선발했다”라고 밝혔다. CIA는 구체적으로 이 인사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계로 CIA 한국지부장을 지낸 앤드루 김으로 추정되고 있다. 앤드루 김은 지난해 초 은퇴했다가 KMC가 신설되면서 다시 현업에 복귀했고, 지난해 12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중앙정보국을 방문했을 때 브리핑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 정보조사국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존 메릴 박사는 “과거 국무부 재직 시 여러 번 앤드루 김을 만나본 적이 있는데 신중하면서도 똑똑하고 북한 관련 지식이 많은 인물이다. 앤드루 김은 한국지부장을 지냈고, 분석보다는 작전 분야에서 오래 근무한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KMC에는 또 다른 한국계가 있다. 이용석 부국장보인데, 그가 지난해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관한 인물평과 북한의 전략적 의도 등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KMC가 언론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 부국장보는 조지워싱턴 대학이 주최한 정보 관련 세미나에서 “김정은은 대단히 합리적인 인물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전쟁을 원치 않는 사람이 바로 김정은일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김정은 위원장을 가리켜 “미친 사람”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완전히 배치되는 인식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그의 발언은 미국 주요 매체에 일제히 보도됐고, 덩달아 KMC가 세간에 널리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워싱턴 외교가 일각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전초작업을 CIA가 주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있다. 하지만 존 메릴 박사는 “미국 최고의 정책 책임자들이 CIA가 확보한 대북 알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CIA가 정상회담 준비를 주도하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CIA가 DIA 등 다른 정보기관의 협조를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CIA 독주’로만 보는 건 곤란하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마땅히 북·미 정상회담을 주도해야 할 국무부가 지금처럼 취약한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라고 존 메릴 박사는 지적했다.
-
평창 주목하며 완전무장하고 주판알 굴리는 미국
평창 주목하며 완전무장하고 주판알 굴리는 미국
남문희 기자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7월6일 한국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123차 연차총회 때였다. 2003년과 20...
-
트럼프의 복심 폼페이오, 북도 반겨?
트럼프의 복심 폼페이오, 북도 반겨?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화 요청을 전격 수락한 뒤 워싱턴 외교가가 다시 어수선해졌다. 이른바 ‘폼페이오 후폭풍’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5...
-
핏대 올리던 존 볼턴 ‘정직한 중재자’ 될까
핏대 올리던 존 볼턴 ‘정직한 중재자’ 될까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내 역할을 정직한 중재자로 본다.” 미국 워싱턴 외교가에서 오랜 세월 대북 강경파로 악명 높았던 존 볼턴 전 유엔 대사가 3월22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직후 〈폭스뉴스...
-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긴 이유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긴 이유
서상문 (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3월25~28일 북·중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급작스러운 정치 정세 변화에 대응한 임기응변이었다. 양국이 사전 조율을 거쳤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예상 밖 전격 행보로 비치기도...
-
정신건강 전문가가 본 트럼프
정신건강 전문가가 본 트럼프
이은정 (심심 편집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 큰 핵 버튼이 있다”라며 곧장 전쟁을 일으킬 듯하더니 이제는 온화한 표정으로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고 말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진짜 속내는 뭘까? 우리에게...
-
‘한반도 운전자’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한반도 운전자’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남문희 기자
가와노 가쓰토시 일본 자위대 통합막료장은 미국통이다. 자위대에서 미군 움직임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통한다. 미국 태평양사령부 해리 해리스 사령관과 밀접한 관계이고 미군 내 폭넓은...
-
북한 부흥계획 이 자리에 있소이다
북한 부흥계획 이 자리에 있소이다
남문희 기자
외교는 한 국가의 ‘기억의 총량’이라고 한다. 외교 영역에서 새로운 것은 없다. 현재 새롭게 보이는 어떤 정책이나 제안도 과거 누군가 시도했던 정책이나 책략일 수 있다. 외교 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