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압축도시’는 지방 재생의 대안이 될 수 있나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지금의 지방도시 재생 전략은 도시 쇠퇴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방도시가 성장이 아닌 압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2018년 01월 18일 목요일 제539호
댓글 0

제목부터 강렬하다. <지방도시 살생부>는 지난해 10월 마강래 중앙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가 펴낸 책이다. 지금 상태로 가면 중앙정부는 지방도시의 살생부를 작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구 유출과 일자리 축소로 쇠락해가는 지방도시를 모두 살리려다 공멸할 수 있다는 진단을 담았다.

1970년대 거점 개발이 낙수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요즘은 지방도시 재생이 유행이지만 나눠주기식 지역개발이나 새로운 도시개발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방의 균형발전 또한 답이 아니라며 선택과 집중을 제안한다. 도시를 압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계에서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내놓고 하지 못했던 용기 있는 이야기”라고 평가한다. 지방 소멸은 이미 나타난 현실이자 펼쳐진 미래다(<시사IN> 제538호 ‘지방 소멸’ 커버스토리 참조). 지방 재생의 방안으로 그가 제시한 ‘압축도시(compact city)’ 전략에 대해 물었다.

ⓒ시사IN 조남진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지방도시 재생 방안으로 ‘압축도시’ 전략을 소개했다.

지방 소멸을 진단한 근거는?

마스다 히로야의 책 <지방 소멸>에서 제시한 지방 소멸 지표를 한국 상황에 대입한 보도가 있었다. 2040년이면 전국 지자체 중 30%가 기능을 상실한다는 결과가 나왔다(일본 이와테 현 지사와 총무장관을 역임한 마스다 히로야는 2014년 현재의 인구 감소 추세라면 일본의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한다는 내용의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일본에서 20만 부 이상 팔리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방식으로 직접 계산해본 지표도 있다. 과거 20년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지자체별 미래 인구를 예측해봤다. 이 예측에 따르면, 인구의 소멸 시점이 가장 빠른 곳은 전남 고흥군이다. 2040년이면 인구가 0이 된다. 지자체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때는 그보다 먼저다. 도시 쇠퇴는 이미 겪고 있는 일이다. 통계로 보다가 정말 그런가 싶어서 학생들과 답사도 여러 곳 다녔다.

현장을 직접 다녀보니 어떻던가?


경북 문경시를 가장 먼저 갔다. 도시의 인구 유출 현황, 건물의 노후도 현황, 경제 쇠퇴 현황, 고용자 수 등을 계산해보면 문경시는 쇠퇴 정도가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빠르다. 과거 석탄산업 도시였기에 지금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원도심의 활력이 엄청 떨어졌다. 문경만의 일은 아니다. 특정 도시를 꼽을 수 없을 만큼 들러본 지방 중소도시가 다들 그랬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외곽 개발이 진행됐다. 그러면 원도심이 더 쇠퇴한다. 많은 이야기와 도시의 정체성을 담은 원도심이 사라지면 그 도시는 고유한 매력을 잃는다.

지방 소멸의 문제점이 그런 안타까움뿐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 ‘정든 마을이 사라진다’ ‘지방 사람의 박탈감이 심하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가의 생존 문제와 맞물려 있다. 인구가 빠져나가 쇠퇴한 지방도시에서는 재정 투자의 비효율이 급속도로 높아진다.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독자 생존할 수 없는 지방 중소도시는 정부 예산의 블랙홀이 될 것이다. 이 비효율을 국민 모두가 함께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

살아남기 위한 지방 중소도시의 노력이 필사적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하면 힘 빠지지 않을까 걱정돼 말하기 조심스럽다. 하지만 제한된 예산을 쓰는 정책은 방향이 맞아야 한다. 다급해진 정부가 지금까지 이런저런 이름으로 4조원이 넘는 예산을 지방 재생에 쏟아부었다. ‘사업의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예산 사용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쇠퇴 도시에는 일자리 부족 문제가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일자리 창출의 대표 분야다. 그래서 산업단지를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이다. 무더기 미분양 사태가 터지면서 오히려 중소도시의 재정을 좀먹는 애물단지가 됐다. 관광산업으로 지방 중소도시 경제를 부흥시키려고 하지만 지방 축제 대부분이 적자다. 3억원 이상이 소요된 전국 361개 축제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낸 건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뿐이었다. 이조차도 1년 중 며칠 반짝할 뿐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시사IN 조남진
인구 소멸 지수가 높은 경상북도 의성군의 재래시장 풍경.

중앙정부의 도시 재생 사업도 비판했다.

도시 쇠퇴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 2013년 말 시행된 ‘도시 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보면, 지역을 깨끗하게 만들고 깨진 공동체를 복구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낡은 지붕을 개량하고 벽화를 칠하고 지역 주민끼리 뭉쳐야 한다는 정책이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지금의 상황은, 어떻게 하면 인구 유입을 늘릴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붙잡을 수 있느냐이다. 관련한 전략을 펴야 한다.

그게 ‘압축도시’ 전략인가?


이제 지방도시를 성장시키는 게 아니라 압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기술 진보라는 메가트렌드는 지방 중소도시에 불리하다. 이러한 흐름은 각각이 애쓴다고 바꿀 수 있지 않다. 메가트렌드를 거스른다면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하고 쇠퇴한 도시를 살릴 수 없게 된다. 이제 질문을 바꾸자. 국토의 어느 부분이 균형을 이뤄야 하느냐고. 지방 중소도시의 외곽 개발을 억제하고 도시의 중심으로 에너지를 집중시켜야 한다. 주민들이 흩어져 교류가 없는 마을에서는 인구 유출이 가속된다. 도심으로의 주거 기능 재배치를 유도해야 한다. 주거 기능이 집적된 곳에 상업 기능이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인구 10만명 이하인 지방도시에는 도심 하나, 인구 10만 이상은 도심 하나와 부도심 한두 개로 집중해야 한다. 또 선형의 교통 시스템을 구축해 인구가 집중되게 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공공시설과 서비스를 집중하는 것이 재생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압축도시 전략을 쓰면 일자리가 생길 수 있나?

솔직히 말하면 압축도시는 소극적 대응이다. 기본적으로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만, 인구 유지도 상당히 중요하다. 지역색에 맞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압축도시는 그것의 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런 다음 2단계로 적극적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수도권과 맞먹을 수 있는 다른 권역을 형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행정구역을 초광역 단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그 권역에 대도시 핵심이 있고, 그 핵심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유치하고 발전해야 한다. 나머지 도시는 핵심도시가 끌어안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이러한 공간 계획이 분권 모델이다. 그래서 자치분권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금의 행정단위로는 자치분권이 힘들다. 현 상태에서 분권을 했다간 오히려 지역 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권역의 규모를 키워서 적극 대응하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지방 균형발전이 된다는 뜻인가?

균형 개념을 다시 생각해보자. 모두가 똑같이 나눠 갖는다가 아니라, 밸런스다. 어떤 대상과 균형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결국 수도권과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는 압축도시에서 시작해서 초광역 단위 행정구역 개편까지 포괄해야 한다. 그게 균형발전이다.

<저작권자 ⓒ 시사IN (http://www.sisai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