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씨는 지난 2월 단원고를 졸업한 딸의 마음에 생긴 생채기를 짐작하지 못했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날 ‘아는 친구가 있니?’라는 물음에, 방문을 닫고 들어간 딸은 열흘이 지나서야 간신히 이야기를 꺼냈다. “선생님과 후배, 친구의 동생이 숨졌어. 시신을 찾으면 장례식장 가서 조문하고, 같이 있을 거야. 집에 못 들어오는 날이 많을 거야.” 어른들이 미련하게 희망을 말하는 사이, 아이들은 체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딸은 장례식장에서 밤을 새우고 돌아오는 날이 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