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텔레비전이 없는 정민아씨(35)는 모든 뉴스를 스마트폰으로 본다. 페이스북 친구들이 링크해준 세월호 참사 관련 기사를 읽을 때마다 한숨이 새어나왔다. ‘모든 부분이 썩어 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무력한 한 주를 보냈다. 그러다 ‘지금 여기, 나와 당신이, 또 다른 세월호-대한민국에 승선해 있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는 한 여성의 사진을 보았다.

그 사진이 그녀를 광장으로 이끌었다. 4월25일 오전 11시30분께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광화문에는 경찰 병력이 가득했다. 광화문광장 한가운데서 정씨가 가야금 연주를 시작했다. 부드러운 가야금 소리와 정씨의 목소리가 철통같이 에워싼 경찰 사이를 뚫고 퍼져나갔다. 그날 이후, 정씨의 SNS와 휴대전화에는 응원과 지지 메시지가 가득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정민아 제공〈/font〉〈/div〉가야금 싱어송라이터 정민아씨는 음악과 함께할 때 애도가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정민아 제공 가야금 싱어송라이터 정민아씨는 음악과 함께할 때 애도가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정씨는 자신이 쓴 노랫말과 곡으로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국내 유일 가야금 싱어송라이터다. 지난 2월, 4집 앨범 〈사람의 순간〉을 발매했다. 그동안 그녀는 앨범 활동 중에도 용산참사 피해자나 이랜드 노조를 위해 거리에서 노래했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분노하는 마음도 음악으로 들려주고 싶다. 

정씨는 인디 가수 사이씨와 함께 ‘음악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결정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씨가 1인 시위를 한 이후 받은 응원의 메시지가 힘이 되었다. 음악이라는 이름으로 뭉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 뮤지션 74개 팀이 5월10일과 11일 오후 2∼5시, 홍대와 걷고 싶은 거리에서 버스킹(길거리에서 연주와 노래를 하는 행위)을 펼쳤다. 정씨는 음악과 함께할 때 ‘추모’와 ‘애도’ ‘위로’가 더 큰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그는 100명의 개인이 저마다 가진 바람으로 펼치는 100개의 공연을 꿈꾼다. 각자 나서서 일정을 짜고, 촬영팀을 조직하고, 자원봉사자로 나서는. 그렇게 꿈틀대는 힘으로 세월호 참사가 잊히지 않도록, 끝까지 악기를 들고 거리로 나오리라 정씨는 다짐한다.

기자명 고제규·장일호·송지혜·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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