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SNS상에서 박근혜 후보와 관련해 활발한 활동을 한 이들이 바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의 ‘사이버 전사’들이다. 기자는 지난해 10월 박사모에 가입해 직접 교육을 받고 사이버 전사 임명장도 받았다(〈시사IN〉 2012년 10월15일자 온라인 기사 “박사모의 ‘사이버 전사’ 교육에 참여해보니…” 참조). 이번에 검찰 수사로 드러난 국정원 직원들 트윗을 분석하다 보니, 이날 받은 교육을 그대로 수행한 듯한 트윗이 적지 않았다.

먼저 ‘트윗 판도라’ 활용이다. 트윗 판도라는 트위터 이용자 스스로 항목을 작성해 설문조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다른 회원이 올린 설문에 투표를 한 다음 해당 설문 제목과 URL 주소, 자신과 다른 회원이 투표했다는 트윗을 서로 ‘무한 RT’하라고 교육을 받았는데, 국정원 직원들의 트윗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견되었다. 국정원 직원의 글 중에도 ‘트윗 판도라’ 또는 ‘~설문에 투표하셨습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된 트윗이 1280개가량 되었다. 설문 자체도 편파적이었다. 예를 들면 ‘문재인 아들 5급 특채 의혹 밝혀라’ ‘문철수 단일화는 ‘변태’와 ‘엽기’의 밀실 짝짓기이다 설문에 투표하셨습니다’처럼 제목 자체가 박근혜 후보에게는 긍정적이고 야권 후보에게는 부정적인 설문을 리트윗한 글이 국정원 직원들 트위터 계정에서 대거 발견됐다. 국정원 직원들은 기자가 교육을 받았던 날 박사모 회원들이 퍼 날랐던 설문 ‘문재인은 시도 때도 없이 울고 있는데 정치는 언제 하나’를 리트윗하기도 했다.
 

ⓒ시사IN 전혜원지난해 10월 〈시사IN〉 기자가 직접 참석한 박사모의 사이버 전사 교육 현장.


박사모의 사이버 전사 교육 내용 중 두 번째는 박사모 카페의 글을 트위터로 옮기는 방법이었다. 이때 주소를 복사해 한 번 올리는 게 끝이 아니다. 영문 주소와 기사 원문 일부의 순서를 바꾸거나, 아무거나 한 타만 쳐서 계속 올리라고 했다. 이렇게 해야 “글 세 개를 써도 같은 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교육 담당자는 말했다. 같은 내용의 트윗을 연달아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쓰는 이런 ‘꼼수’는 국정원 직원들 트윗에서도 대거 발견되었다. 국정원 직원들은 문구 뒤에 1, 2, 3처럼 번호를 달거나 느낌표, 점 등을 숫자를 달리해 추가하는 방식으로 똑같은 내용의 트윗을 계속 쓰거나 리트윗했다. 사이버 여론 공간에서 박사모와 국정원 직원들이 쓴 방법은 유사했다.

기자명 김은지·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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