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왔던 ‘십알단’, 죽지도 않고 또 왔네
  • 김은지·전혜원 기자
  • 호수 320
  • 승인 2013.11.0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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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던 조직(십알단)이 적발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본격 활동한 때가 국정원 트위터팀 설립 시기와 맞물리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정원 심리전단 트위터팀 요원들이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SNS 미디어 본부장이었던 윤정훈 목사의 트윗 글을 퍼나르기(리트윗)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와 관련된 SNS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13일, 대선을 닷새 앞두고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을 덮쳤다. 사무실 안에는 ‘President War Room(대통령 상황실)’ ‘D-6’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컴퓨터 본체 8대, 모니터 6대도 쉴 새 없이 작동하면서 78개 사이트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의 SNS 미디어 본부장인 윤정훈 목사 등 8명이 트위터로 박근혜 후보 지지·문재인 후보 비방 글을 쓰고 리트윗했다. 속칭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이 운영한 불법 선거사무실이었다.

대선 하루 전날에는 서강바른포럼이 적발되었다. 박근혜 후보와 동문인 서강대 출신들이 꾸린 선거 조직 역시 서울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문재인 후보 비방 글을 트윗·리트윗했다. 서강바른포럼은 당시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명예회장이었고, 박근혜 후보 또한 2010년 12월 이 포럼 송년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지난해 12월 박근혜 후보 지지 활동을 펼치다 적발된 SNS팀으로부터 선관위가 압수한 증거품.
두 조직은 모두 선관위에 고발되어 각각 유죄판결을 받았다. 윤정훈 목사는 1·2심 모두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강바른포럼 김철규 대표도 최근 1심에서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박근혜 후보 지지 글 작성할 ‘최정예 요원’

두 사건 판결문을 보면, 두 조직이 트위터 활동을 준비하거나 시작한 때가 국정원 트위터팀(안보5팀)이 신설된 시기와 겹친다. 국정원 트위터팀은 2012년 2월 요원 20명이 증원되며 신설되었다. 윤정훈 목사가 운영한 ‘십알단’은 2012년 3월 SNS 관련 교육 및 SNS를 이용한 홍보 등 컨설팅을 목적으로 사업자등록을 했다. 서강바른포럼은 2012년 초 SNS를 활용해 박근혜 후보 선거운동 관련 글을 작성하고 유포할 ‘최정예 SNS 요원’ 30명을 선발한 후 팔로어 확대, SNS 교육 등의 사업을 기획했다.

서강바른포럼은 박근혜 후보의 외곽 조직인 포럼동서남북과 관련이 깊다. 포럼동서남북은 1970~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몸담았던 유공자들이 만든 조직이다. 서강바른포럼과 사무실을 같이 사용하기도 했고, 서강바른포럼이 만든 SNS팀에 회원들이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트위터팀 26명, 페이스북팀 15명, 포럼동서남북 회원이 포함된 대응팀 55명을 구성했다.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는 미리 수집한 전파용 트위터 계정(봇 계정 등) 945개를 자신들의 서버에 입력한 다음, 박근혜 지지·문재인 비방 내용 1만8931건을 퍼뜨렸다. 봇 계정을 사용해 트위터상에서 선거운동을 한 행태는 국정원 SNS팀의 ‘대장 계정-보조 계정-봇 계정’을 사용하는 방식과 유사하다(서강바른포럼은 트위터뿐 아니라 네이버 ‘지식IN’ 코너에서도 선거운동을 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 선거 전날까지 ‘모범질문 및 답안’을 모아놓고 관련 대응을 해야 할 경우 바로 복사해서 옮길 수 있게 해놓았다. 네이버 지식IN에서의 선거 개입도 박근혜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질문과 답을 하고 상대 후보(문재인·안철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질문과 답을 하는 방식으로 글 1100건을 게시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십알단’ 윤정훈 목사도 자신의 트위터뿐 아니라 리트윗 계정을 통해 박근혜 후보 지지 436건·상대 후보(문재인·안철수) 비방 551건을 쓰고, 이를 수차례 리트윗한 혐의가 인정되었다. 윤 목사는 지난해 <나는 꼼수다>를 통해 공개된 녹취 파일에서 “여의도 오피스텔을 지원한 곳이 국정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근혜 수석보좌관도 2시간 동안 (나와) 이야기를 하고…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주기로 했다. 박근혜 보좌관이 계속 긴밀하게 연락하고 있거든. 그 사람이 웬만한 3선 의원보다 힘이 세”라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윤 목사는 “사무실 임차보증금과 임차료를 내준 분이 국정일보와 국정방송 총재인데 국정원 직원으로 잘못 알았다”라고 해명했고, 박 후보의 수석보좌관은 이춘상 보좌관이라고 밝혔다. 선거운동 기간 중에 숨진 이춘상 보좌관은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서 박근혜 후보의 SNS 메시지 관리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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