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쭈뼛쭈뼛 들어서는 젊은 기자를 한 여성 회원이 웃으며 맞아주었다. 다섯 평 남짓한 사무실엔 열 몇 대의 컴퓨터가 다닥다닥 놓여 있었다. 60~70대로 보이는 남성 회원이 대부분이었다. 여성 회원은 삼분의 일 정도인 듯했다. 일요일인 지난 10월1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바른뉴스 사무실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팬클럽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서울지역 SNS 교육을 열었다. ‘팔로워 늘리기 노하우 전수 및 회의’가 목적이었다.

이름과 닉네임, 지역구와 연락처를 종이에 적고 자리를 안내 받았다. 곧이어 서정구(가명)씨가 다가왔다. 그는 트위터 팔로워 2만 명이 넘어 지난 6월 ‘이만호장’에 임명됐다. 박사모에선 팔로워 1천 명이 넘으면 ‘천호장’, 1만 명이 넘으면 ‘만호장’으로 불린다. 박사모 중앙부회장 한병택씨는 “지난 2월부터 전국적으로 SNS교육을 해왔다. 팔로워가 만 명을 넘은 박사모 회원이 벌써 200여명이다”라고 말했다. 일주일 뒤인 21일에는 역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경기(인천)지역 SNS 교육이 열린다.

교육은 일정한 순서로 이뤄진다. 우선 트위터 응용프로그램인 트윗 애드온즈(twitaddons.com)에 접속해 ‘트친찾기 등록’을 한 뒤, ‘맞팔률 계산기’를 눌러 맞팔률이 100%인 트위터 이용자들을 팔로우한다. 빠른 시간 내에 팔로워를 늘리기 위함이다. 팔로우는 1시간에 100번 이상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단계는 금방 끝이 난다. 그런 뒤 박사모 회원들의 트위터모임인 ‘사랑의 생명나눔’에 가입하고, 트위터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박사모 회원들을 리스트에 추가한다. 여기까지가 기본 작업이다.

야권에 불리한 글, 박후보에 유리한 글 골라 무한 RT

2시20분께 정광용 박사모 회장이 등장했다. 교육을 잠시 중단하고 인사말을 했다. “지금 온라인의 중요성이 아주 큽니다. 옛날 박사모가 벌인 사이버전사대 108개조 활동은 불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12월 이후로 모든 것이 합법화됐습니다. 오늘 나오신 분들은 우선 트위터를 잘 배워 주십시오. 아마 1대 1로 배울 수 있도록 지원체제가 돼 있을 겁니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오늘 일요일 소중한 시간 내어 오신 분들은 정말로 뭔가 해내실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중략) 문재인측에서 NLL 북한한테 주겠다고 했다는데, 그건 영토주권을 (포기한다는 겁니다). 이번 선거가 대한민국의 오늘을 좌우합니다.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나 다른 좌파조직에서도 굉장히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고, 우리 내부에도 침투해 있습니다. 앞으로 다시 사명의식 가지고 (활동해 주십시오.) 돌아가실 때는 사이버전사대 전사 임명장을 드립니다.” 그는 다시 결성된 사이버전사대는 각 지역의 지회장에 버금가는 역할과 권한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회원정보를 자유롭게 수집하고, 필요할 때 문자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교육이 진행됐다. 기본 작업이 끝난 뒤엔 트윗 애드온즈의 ‘다음아고라’ 격인 ‘트윗판도라’의 ‘정치․경제․사회’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다른 박사모 회원이 올린 설문조사에 투표하기 위해서다. ‘문재인은 왜 자주 눈물을 흘릴까’라는 제목의 설문에 ‘1 정치적 실력이 모자라니까 눈물로 국민을 현혹하여 표를 얻을까 해서’ ‘2 잘 모르겠다’ 중 1번에 투표하는 식이다. 박근혜 후보가 “과학기술이 국정 중심”이라고 말했다면 설문은 ‘1 과학기술이 국정중심이 맞다’ ‘2 아니다’로 구성된다. 보기 중 박 후보에게 긍정적인 내용에 투표한다.

투표만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업업업 올리기’를 클릭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업업업 올리기’를 많이 클릭해 ‘비타민’이라는 이름의 포인트가 쌓여야 메인 페이지에 설문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RT도 잊지 않고 해야 한다. 핵심은 어떻게든 많이 퍼트리는 것이다. 서정구씨는 “좌빨 애들도 여기 와서 설문을 많이 올려요. 그래서 우리도 (박 후보) 대통령 만들려고 죽어라고 하는 거죠. 젊은 애들이 트위터, 페이스북을 갖고 놀아서 여론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어요. 그걸 우리는 다시 뒤바꾸려고 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1대 1 교육이 어느 정도 이뤄진 다음엔 스크린을 이용해 단체 교육이 이어졌다. 역시 이만호장인 닉네임 ‘도리사방장’이 교육을 진행했다. 그는 트위터에 자신을 한 인터넷매체 기자로 소개해 놓았다. 기본 작업을 설명한 그는 곧 ‘트윗판도라’로 회원들을 안내했다. 아까 예로 든 ‘문 후보의 눈물’에 관한 설문이다. “설문 제목 밑에 문답 있습니다. 문답 1번 클릭해주세요. 아래에 업업업 올리기가 있습니다. 하셨습니까? 쭉 올려서 업데이트 합니다. 업데이트 다 하셨나요?” 

그 다음은 설문을 처음 올린 회원의 글을 ‘무한 RT’하는 것이다. 리트윗 하고 엔터, RT 클릭하고 엔터 누르기를 반복한다. 짧은 시간에 많이 하면 안 되니 주의하라는 지시도 덧붙여진다. 트윗판도라는 공지사항에서 ‘의도적인 여론조작을 위한 설문은 통보 없이 삭제되고, 설문문항에 대한 보기를 편향적으로 작성할 경우 설문 삭제 및 계정차단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사모 회원들은 다른 회원이 올린 설문을 이처럼 돌아가며 계속 노출시킨다. 모두 박사모 회원들의 트윗 계정이다. (트윗 애드온즈 캡쳐) 모자이크본

다음은 박사모 카페의 글을 트위터로 옮기는 방법이다. “굉장히 중요하니까 잘 들으셔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업무입니다”라고 그는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 업무란 박사모 카페 자유게시판의 ‘☞박사모 트위트리아☜’에 올라온 ‘트위트리아 출석부’라는 제목의 글 주소를 복사해 트위터에 올리는 것이었다. 트위터에 퍼 나를 내용을 박사모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10월13일, 14일의 ‘출석부’ 글은 〈뉴데일리〉의 10월11일자 기사로, 정당 소속의 대선 후보가 중도 사퇴할 경우 국고보조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공식 입장이 나왔다는 보도다. 단일화를 논의 중인 야권에 불리한 내용이다. 


"친구 맺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좌빨들과 싸우려고 하는 것"

이 역시 주소를 복사해 올리는 것이 끝이 아니다. 영문 주소와 기사 원문 일부의 순서를 바꾸어 트윗을 한 번 더 올린다. 이번엔 “이슈가 될 만한 말을 골라” 문구를 다시 바꿔 같은 기사를 올린다. 이렇게 해야 “글 세 개를 써도 같은 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문구를 바꾸는 방식으로 글 다섯 개를 올렸다면 이번엔 자신이 처음 쓴 글부터 하나씩 붙여넣기한 뒤 “아무거나 한타만” 친다. “똑같은 글은 다시 안 올라가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까 복사하느라 힘들었잖아요. 여기에 자기 쓴 글 그대로 붙여넣고 점을 찍든지 혹을 붙여넣든지 해서 열 개 날리면 됩니다.”

이 카페엔 거의 매일 대선 D-day와 함께 이 같은 ‘트위트리아 출석부’ 글이 올라온다. 요일별 담당자가 정해져 있는데, 주말은 자율로 한다. 최근 일주일 내 올라온 ‘출석부’ 해당 글 제목을 보면 ‘문재인 북한 김정은 체제의 변호사인가’ ‘안철수 동물원? 과거엔 재벌 거수기 노릇’ 등 야권후보에 비판적인 글이 대부분이다. 박 후보를 다룬 글은 “박근혜 ‘경제발전 최종 목표는 국민 행복 증진’”처럼 긍정적이다.

4시40분께 정광용 회장은 “저는 급히 부산에 내려갑니다. 사무실은 여러분 공간이니 되도록 자주 나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이 단체는 기자를 포함해 오늘 교육에 참석한 이들 모두에게 ‘위 회원을 대한민국 박사모 사이버 전사대 특별회원으로 임명합니다’라고 적힌 임명장을 줬다. 이날 사무실에서 만난 박사모 회원들은 “빨갱이들에 맞서 두 달 남은 선거를 이기려면 본격적으로 (트위터 활동을) 해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에게 트위터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라기보다 절박하게 싸워야 할 전장이자 그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지킬 무기였다. 옆에서 한 노년 남성에게 트위터를 교육하던 이의 얘기가 이를 잘 대변하는 듯했다. “(트위터는) 친구 맺으려고 하는 게 아니고 좌빨들하고 싸우려고 하는 거예요, 쉽게 말하면.”

기자명 시사IN 대선취재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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