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치면 〈우리들의 천국〉에서 〈아내의 자격〉 사이를 오갔다. 대학생처럼 풋풋한 사랑을 할 적에 (다른 말로, 사랑에 눈이 멀어 아무것도 안 보일 때) 결혼을 ‘해치워야 한다’는 농담은 그 웃음 끝이 썼다. 혼기가 차고 이것저것 따지다가 〈아내의 자격〉처럼 뒤늦게 찾아온 불륜이야말로 진짜 로맨스가 되는 건 아닌지, 불온한 상상으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애초 ‘애정촌’ 콘셉트로 준비했던 미혼 남녀들의 수다. 혼기가 차거나, 지났거나, 앞둔 이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결혼파업〉과 〈결혼불능세대〉. 2년차를 두고 출판된 책 2권의 제목은 이 시대 결혼 기피 현상을 읽는 키워드다. 전자는 30대 여성들이 비혼(非婚) 등 결혼 파업에 돌입한 문화적·현실적 배경을, 후자는 이미 결혼 기피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임을 설명한다.


ⓒ시사IN 윤무영

자기 의지든 아니든 결혼은 점점 늦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한국인구학회에 의뢰해 조사한 ‘2010 인구주택총조사 전수 결과 심층분석을 위한 연구’를 보면 남성의 초혼 연령은 1990년 27.9세에서 2010년 31.8세로 3.9세 늦어졌다. 여성 역시 24.8세에서 28.9세로 4.1세 늘었다. 남녀 모두 30대 미혼 비율의 증가폭이 컸다. 1995년 18.6%였던 30∼34세 미혼 남성의 비율은 2010년에는 49.8%까지 증가했고, 35∼39세 미혼 남성 비율 역시 6.1%에서 26.9%로 늘었다. 결혼하지 않은 25~29세 여성은 같은 기간 28.5%에서 67.8%로, 30~34세 미혼 여성은 6.2%에서 28.5%가 되었다. 결혼은 점점 늦어지거나, 아예 생략되는 추세다.

왜 그럴까. 미혼인 남자 셋, 여자 셋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봄바람 살랑이는 저녁, 결혼과 연애에 대한 얘기를 오순도순 나누다보면 정분이 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금세 깨졌다. 짝에 대한 진화생물학에서 시작된 얘기가 노동·정치 문제로 연결됐다. ‘결혼은 모든 것과 통한다’는 격언도 등장했다. 뒤풀이는 있었지만 뒷만남까지는 모르겠다. 수다는 5월8일 어버이날 저녁 서울 중림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사회:제 소개부터. 왜 과년(?)한 미혼 남녀들이 결혼을 안 하고 있을까, 안 하나 못하나 궁금하다는 핑계로 결혼정보업체를 찾아다니며 사심을 충족시키고 있다. 각자 자기소개를 해달라.

여자 1호:00문화재단 공연기획 담당으로 일한다. 한국 나이로 서른둘. 만으론 서른이다. 문화예술계 쪽에서 일하다보니 주위에 결혼한 사람이 적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결혼을 못하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굳이 결혼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도 든다.

여자 2호:대학 졸업 후 회사에 다니다 대학원에 갔고 지금 석사 수료를 앞두고 있다. 당장은 결혼 생각이 없다. 가장 결혼하고 싶었던 때는 스물아홉, 서른 살. (적령기이니) 해야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는 크게 생각이 없어졌다. 일단 접어두고 다른 쪽에 관심을 둔다고 해야 하나? 지금은 미술이론을 공부하고 있다.

여자 3호:스물여섯 살이고, 대학 졸업한 뒤 회사에 다니다 얼마 전 그만두고 재취업을 준비 중이다. 스물여섯이면 결혼 생각을 전혀 안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을 보니 집에서 결혼비용 등 서포트가 가능한 경우엔 결혼을 빨리 했으면 하더라. 나는 마흔 살쯤에 하고 싶다.


 
남자 1호:현재 창업 준비 중이다. 한 달 전까지 시민단체에서 일했다. 월급이 125만원 정도였다. 신촌에 있는 원룸에서 사는데, 월세가 40만원이다. 이거 빼고 나면 10원도 저축이 안 된다. 사회를 돌보기에 앞서 나 자신을 돌봐야 되겠더라. 결혼 때문만은 아니지만 지금은 가구 회사를 차리려고 준비 중이다. 이거 아버지가 아시면 안 되는데. 대학 보내놨더니 목수하겠다고 하면….(웃음) 결혼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시는데 집안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결혼하려면 나 자신이 준비해서 떳떳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남자 2호:서른여섯 살 방송기자다. 작년에 결혼하려 했는데 전셋집이 마련되지 않았다. 당시 3형제 중 내가 유일한 정규직이었다. 큰형은 무직, 둘째형은 비정규직이어서 가족의 생계가 내 어깨에 달려 있었다. 내 월급은 수당 빼고 200만원이었는데 많이 드릴 때는 생활비로 한 달에 200만원을 드려야 했다. 요즘에는 큰형이 일을 하게 되면서 좀 나아졌다. 여자친구랑 2년을 사귀니까 그런 사정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1년만 더 기다리면 전셋집 마련할 수 있었는데, 그 친구는 그때 스물아홉 살에서 서른 살로 넘어가던 즈음이었다. 결혼을 가장 절박하게 여기던 시기였다. 결국 헤어졌다. 지금 와서 새 상대를 찾으려니 쉽지는 않다.

남자 3호:한국 나이로 36세. 올해부로 노총각 대열에 들어섰다. 아버지 하시던 일을 이어 서울 충무로에서 화원을 하고 있다. 결혼 적령기쯤에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해 ‘멘탈 붕괴’에 빠졌다. 살아 있는 사람도 생목숨을 끊는 세상인데 이런 세상에 새 생명을 태어나게 할 가치가 있을까 싶어서 좀 회의적이었다. 또 하나. 우리 집이 이를테면 몰락 중인 중산층이다. 서울 삼청동에 집이 하나 있다. 여자 만나면 내가 집이 있고, 물려받은 게 있으니까 기대치가 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집안 형편이 계속 기울어져가고 가게 영업도 위축되고 있다는 점. 이 여자가 나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는데 10년, 20년 뒤에도 그걸 채워줄 수 있을까, 그걸 못한다면 일종의 사기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 차라리 집이 있는 것을 숨기고 만날까 싶기도 하고.

사회:남자들 사연이 첫 소개부터 구구절절하다. 여성들의 고민을 좀 더 들어보자. 결혼을 하고는 싶은가?

여자 1호:결혼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시기가 적절한가 의문이 있다. 주변에서는 할 때라고 하는데 직장의 여자 상사들은 마흔까지 안 간 분이 많다. 공공기관이라 육아휴직이 잘 되어 있는 편인데, 휴직하고 돌아오면 자기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이 먼저 진급이 되어 있다. 팀장급은 거의 미혼이고, 고학력이다.

남자 2호:결혼정보업체가 낸 보도자료 중에 화제가 됐던 게 등급별로 보면 A급 여자랑 D급 남자가 결혼을 못한다는 거였다. 학벌 좋은 여자랑 고졸 출신 남자는 짝을 못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여자는 눈높이를 좀 높이거나 비슷하게 가니까.

여자 1호:그것도 무시 못한다. 해외 유학을 가서 석사 공부를 했는데 박사 과정을 마친 사촌언니가 어쨌든 거기서 (남자를) 잡아야 한다고 충고하더라. 나오면 남자를 만날 수 없다고. 여자가 고학력이 되는 순간 남자들이 안 본다는 거다. 실제로 남자들이 부담스러워하더라.

남자 2, 3호:부담스럽다. 왠지 배우자한테 무시당할 거 같다.

사회:여자 2호도 가방끈이 길고 명문대 출신이다. 주변에서 소개해줄 때 부담스러워하지 않나.

남자 2호:심지어 S대 나온 여자다.

남자 3호:최악이다.(웃음)

여자 2호:별로 그런 기준은 없다. 석사를 한 게 대단한 일도 아니고. 그런데 남자들이 부담스럽다고 했지만 나 역시 최소한 나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하고는 만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조건이) 더 나은 사람을 원하게 되는 것 같다.

사회:결혼정보업체 얘기가 나온 김에. 혹시 그쪽에 관심 가져보신 분?

여자 2호: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관심이 없다는데도 계속 오기에 결혼할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천생연분인지 어떻게 아냐고, 와서 상담해보면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차피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소개 못해줄 것 같다고 했더니 지금 나이가 몇 살인데 그러냐며 그렇게 생각해서는 시집 못 간다, 눈을 낮춰라, 하더라.

남자 2호:거의 인신공격이다.


ⓒ김흥구미혼들의 수다는 5월8일 서울 중림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여자 1호:나한테도 전화 와서 백수여도 상관없다며 그 전공을 했고 대학을 나왔으니까 상품 가치가 있다는 둥 말을 했다. 참고로 무용학과를 나왔다.

남자2호:선우니 듀오니 하는 업체도 다 돈 있는 사람들이 가는 거고 그들만의 리그다. 후배가 결혼정보업체에 꼭 가보라고 하더라. 나한테 중요한 건 시간이라며. 거기 가면 돈을 내고 소개를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데, 그런 데 들일 돈이 없다. 결혼 안 하면 안 했지. 결혼 불능 세대라고 하는 게 별건가. 비정규직이고 월세 사는 사람에게는 그런 결혼 시장이 해당되지 않는 거다.

사회:결혼과 관련된 경제적인 부담을 얘기 안 할 수 없겠다. 남자 2호님이 결혼반값운동을 말했다. 남녀가 결혼 비용을 반반씩 부담하는…(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1년 결혼 비용으로 남자는 평균 8078만원, 여자는 2936만원을 쓴다. 합쳐서 약 1억원이다).

남자 1호:흔히 여자는 결혼을 하면 손해라고 하지 않나. 남자는 결혼 안 하면 손해고.

남자 2호:하지만 남자는 집을 마련해야 하니까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는 손해다.

남자 3호:요즘 주변에서 결혼 비용을 5대5로 해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 얘기가 많다.

남자 2호:옛날엔 혼수랑 집값이 비슷했다. 지금 혼수는 2000만~3000만원이고 집은 2억~3억원이다. 지방에서 사는 친구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8000만원 정도면 집을 사기도 하니까. 실제로 지방 사람들은 더 일찍 자리를 잡는다. 서울은 힘들다.

여자 3호:반반 내는 것에 동의하지만, 남자가 능력이 있으면 그런 얘기를 안 한다. 이게 이중적인 건데, 여자를 동등하게 취급하는 게 아니라 내가 능력이 안 되니까 도와줘 이런 거다. 부모 능력도 중요한 것 같다. 전에 만나던 사람이 누나·어머니가 교사였는데도 아버지 사업이 망해서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그 친구도 명문대 나오고 열심히 살았는데 막상 결혼할 나이가 되니까 가진 게 없는 거다. 좋은 직장보다는 부모님이 얼마나 대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보니 그게 좌절스러운 것 같다.

남자 2호:예전만큼 개룡남(개천에서 용 된 남자)을 인정 안 해준다. 집이 받쳐줘야지. 결혼 불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결혼이 어려워진 데에는 몇 년 사이 오른 집값 탓이 큰 것 같다. 91, 92학번만 해도 웬만큼 결혼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또래인 96학번 남자애들은 반은 했고 반은 못했다. 졸업하고 결혼할 즈음 집값이 엄청 뛰어버렸다. 그나마 결혼한 쪽은 주로 서울 소재 대학 나와 아파트 얻어서 시작할 수 있었던 애들이다.

남자 3호:1980년대에는 사글세방에서 시작해전세→내 집 마련으로 가는 과정이 있었지만 요즘 누가 그렇게 시작하려고 하나?

남자 2호:결혼 준비를 하다 남자 쪽에서 집을 사줘야 한다고 상대 부모가 요구하는 바람에 결혼이 깨진 친구가 있다. 그때 이후 자기는 5년을 살더라도 각자 존중하며 잘 살 수 있는 사람이랑 결혼할 거라고 하더라.

사회:여자 3호는 마흔에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는 뭔가?

여자 3호:결혼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언제 낳느냐가 문제다. 아기를 책임지고 돌볼 수 있을 때가 그즈음인 것 같다. 수명이 늘어나고 있으니까 마흔에 하는 게 이상하지 않지 않나?

남자 2호:결혼이 늦으면 애가 안 생긴다는 게 문제다. 친구들 보면 클리닉 다니는 커플도 있다.

여자 1호:결혼해서 애 안 낳겠다는 커플도 있다. 지금 직장에만 3명이다. 실제로 혼인신고를 안 하고 몇 년째 사는 커플도 있다. 결혼한 지도 꽤 오래됐고, 40대 중반인데 애가 없다. 사람들 인식이 많이 변해간다는 생각이 들더라.

여자 2호:프랑스엔 동거하는 대통령도 생기지 않았나. 일전에 프랑스 동거법을 공부하며 알게 된 건데 프랑스 사람들 또한 학자금 대출 다 갚고 나면 마흔이라 그때 결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하더라. 단지 그들이 자유로워서 동거를 선호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남자 2호:동거가 늘어나도 애를 낳으면 상관없다. 그런데 애를 안 낳는다. 국가공동체 자체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거다. 사회문제가 되는 이유다.

여자 1호:애 낳기 무서운 세상 아닌가. 교육비도 그렇고 교육열도 심하고.

남자 1호:경제적 측면에서야 애를 낳으면 어떻게든 키우기는 할 것 같다. 그런데 실존적으로 고민이 된다. 호주로 이민을 간 형이 있다. 광풍으로 교육을 시키는 이웃들에 둘러싸여 사는 게 싫어서 한국을 떠났다. 인종차별이니 뭐니 다른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걸 감수하는 편이 훨씬 마음 편하다는 거다. 좋은 공기도 마시고.

남자 2호:〈아내의 자격〉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초등학교 때까지 다른 동네에서 애 잘 키우다가도 중학교 가면 강남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나도 소개팅 비슷한 자리가 있었는데 애 키우는 얘기가 나오니까 그 사람이 “그런데 강남에 사는 건 포기할 수 없는 거 아니에요?” 이러는 거다. 거기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양보가 안 되는 거라.

여자 1호:‘시월드’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드라마 〈넝쿨당〉(넝쿨째 굴러온 당신)처럼. 결혼한 선배도 어버이날이라서 부모님께 용돈 드리는 걸로 손위 동서랑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더라. 가정의 달 5월엔 돈 들어갈 데도 많다고.

남자 3호:어렸을 때 내가 결혼하면 마누라가 이 제사를 다 챙겨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우리 집 문화가 바뀌어서 제사를 안 지내지만 그대로였으면 결혼 재고했을 거다.

남자 2호:(다른 얘기지만) 드라마를 규제해야 한다. 플라톤도 희곡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드라마 나오는 세 집 중 두 집이 재벌이고, 다 집 안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여자 1호:능력만 되면 혼자서 살라는 어머니들이 많다. 어머니가 젊은 나이엔 아버지한테 100% 의존해 살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처럼 독립적으로 살 수 있다면 하고 싶은 거 다하고 때가 되면 결혼하라고 하더라. 우리 어머니도.

남자 1호:우리나라는 노동 강도가 너무 세다. 일하는 여자들이 결혼할 엄두가 안 나는 거다. 근로기준법에 50시간만 일하도록 돼 있지만 주말 근무는 포함 안 된다.

남자 3호:제도와 문화가 같이 가는 게 맞는데. 뭐가 먼저인지.

남자 1·2호:제도·정치가 바뀌어야지.

사회:듣다보니 점점 더 결혼할 엄두가 안 난다.

남자 2호:모를 때 질러야 한다. 복잡한 걸 피해가는 방법은 20대에 결혼해서 처가살이를 하는 것. 부모님 집 방 하나 얻어가지고 이왕이면 처가살이.

여자 1호:제 친구가 딱 그런 경우다. 여자 스물여섯, 남자 스물여덟에 결혼했다. 둘이 합쳐서 600만원 버는데도 처가살이로 시작했다. 지금도 집을 못 샀다. 애가 둘인데, 애 키우느라 집 살 돈이 없어서.

여자 2호:88만원 세대라 하지 않나. 연애도 결혼도 못하는 구조적인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젊을 때는 자기가 노력하면 된다고,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남자 2호:동의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구조의 문제인데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서 왜 결혼을 못하는지 통계로 잡을 생각을 안 한다. 정치하거나 정책 결정하는 사람들은 젊은이들 눈이 높아서 그런 게 아니냐고 하고.

사회:정치 얘기까지 왔다. 슬슬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웃음)

남자 2호:결혼에서 사랑이 굉장히 후순위로 밀렸다. 언제부터인가 결혼 얘기할 때 사랑 얘기를 안 한다. 그 얘기를 하면 굉장히 우스운 게 됐다.

남자 3호:그래서 〈건축학 개론〉이 히트를 치는 것일 수도. 옛날에는 사랑이 우선이었는데 결혼할 때는 후순위로 밀린 거다. 지나고 보니까 그게 진짜 사랑이었던 거지. 그래서 불륜도 너무 흔하다.

남자 2호:결혼하는 순간에는 집도 중요하고 그렇지만 그 문턱을 넘고 나면 정서적 친밀감에 대한 욕구가 있다. 그걸 포기를 못한다. 우리가 결혼하고 5년 만에 죽는 게 아니잖은가.

여자 1호:근데 사랑이라는 게, 어릴 때 조건 없이 만나는 게 사랑인 건지, 조건이 맞을 때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건지, 그게 모호하다.

남자 1호:처음에 실존이니 뭐니 이런 얘기했지만 결국 기본적인 사회 조건들이 맞아야 하는 것 같다. 스트레스를 재확인하게 됐다.

남자 3호:우리나라 현실이랑 되게 비슷하다. 월드컵 4강 신화니 뭐니 해서 겉은 되게 화려하다. 여기 여자분들 다 성공한 사람인데, 출산을 하면 자기 커리어가 깨지는 현실. 이상은 많이 높아졌는데 현실은 시궁창이다.

사회:몇 년 뒤 같은 멤버 다시 모아놓고 몇 사람이 결혼을 했는지, 짝은 찾았는지 보고 싶다.

일동:그때는 뭐 사랑 그까짓 거 다 필요 없다고 말할지도.(웃음) ●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