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사IN〉 227호 커버스토리로 보도한 ‘조희팔 사기사건’의 일부 주모자들이 2월8일 중국 공안에 체포돼 국내 송환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체포된 이들은 강호용, 최천식씨 등으로 2008년 12월 초 서해 공해상을 통해 중국으로 밀항한 뒤 지난 3년 동안 칭다오, 다롄, 옌타이 등 산뚱성 동부 3개 도시에 은신처를 마련해 숨어 지낸 주범 조희팔의 최측근 수배자들이다.
지난 2008년 말 해경 경비정의 ‘수상한 호위’를 받으며 충남 태안 앞바다를 통해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 일당은 그동안 “MB정권에서는 나를 절대 못잡는다”라고 큰소리치며 ‘배후의 힘’을 과시해왔다. 조씨가 밀항한 뒤 경찰청은 조씨 등을 인터폴 적색수배자 명단에 올려두긴 했지만 지난 3년 동안 아무런 체포 송환 노력도 기울이지 않아 피해자들로부터 ‘일부러 안잡는다’는 비난과 원성을 샀다.
이번에 조희팔 일당이 중국에서 체포된 이면에는 대검찰청과 대구지검 서부지청의 숨은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시사IN〉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검찰은 조희팔 일당 체포와 국내 송환을 위해 오래 전부터 긴밀히 움직였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중국 공안부장에게 조희팔 일당 체포 송환 요청 공문을 보내 협조 약속을 받은 뒤 대검 국제협력단과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중국 공안 실무자들과 은밀히 공조 체포 작전을 펼쳤다. 검찰은 국내에서 붙잡힌 조희팔 측근 수사 과정에서 파악한 조씨 일당의 중국내 은신처와 주로 출입하는 골프장 위치 정보 등을 중국 공안에 보내줬다고 한다.
이처럼 검찰과 중국 공안의 공조 수사로 조희팔 일당이 체포돼 한국 송환 절차에 들어감으로써 이 사건 수사는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조씨 일당이 일부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가장 먼저 나선 곳은 대구지방경찰청이다. 대구청은 ‘우리가 수사하겠다’며 그동안 먼지 쌓인 조희팔 사건 수사 기록을 다시 들춰내 전면 재조사에 나서겠다고 언론에 밝혔다. 하지만 4만여 명에 이르는 조희팔 사기 피해자들은 대구지방경찰청의 이런 움직임에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격’이라며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달 〈시사IN〉은 조희팔이 밀항하기 직전 대구지방 경찰청 간부인 권혁우 총경에게 9억원의 수상한 돈을 건넨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권총경은 밀항 전 조희팔로부터 수표로 받은 9억원이 ‘투자유치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단군이래 최대 사기범으로 불리는 조씨와 부적절한 거액의 돈거래를 한 경찰 간부가 조희팔 사기사건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대구청 수사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시사IN〉보도로 드러나면서 여론은 발칵 뒤집혔다. 이 기사가 나가자 1월10일 경찰청 본청은 곧바로 권총경을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직에서 해임하고 치안지도관으로 전보 발령했다.
이처럼 조희팔 사건 주모자들이 중국에서 송환돼 들어올 경우 조희팔과 9억원대 수상한 돈거래를 한 권혁우 총경과 일부 수사 관계자들은 ‘조희팔 비호 유착 혐의’로 수사를 받을 수도 있는 처지다. 조희팔 사건을 재수사하겠다는 대구경찰청의 ‘언론 플레이’에 피해자들이 적극 반대하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대구지역의 한 조희팔 사건 피해자모임 간부는 “대구경찰청이 조희팔 사건을 수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구청은 조희팔 밀항 도피 과정에 연루된 내부 경찰관을 찾아내 처벌하는 일에나 먼저 손대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희팔 사기사건' 핵심인물, 중국 공안에 체포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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