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에 불똥 튈까, 경찰은 지금 전전긍긍
  • 정희상 기자
  • 호수 227
  • 승인 2012.01.3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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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조희팔과 경찰 간부 사이에 9억원대 수상한 돈거래를 보도한 뒤 경찰청은 해당 간부를 즉각 인사 조처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기조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 피해자들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호 <시사IN>은 사상 최대 다단계 사기 주범 조희팔과 경찰 간부 사이에 9억원대의 수상한 돈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보도 직후 경찰청은 해당 경찰 간부를 즉각 인사 조처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1월10일 문제가 된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 권혁우 총경을 경무과 치안지도관으로 내보내고 대신 그 자리에 서울지방경찰청 백동흠 총경을 전보 발령했다.

<시사IN> 보도가 나오자마자 경찰청이 별도 조사 없이 권 총경을 인사 조처한 것은 사건의 불똥이 경찰 수뇌부로 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4년 동안 경찰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범 조희팔을 ‘조직적으로 비호했다’는 피해자들의 지탄을 받아왔다. 수박 겉핥기식 수사, 조희팔의 중국 밀항 방조, 송환 노력 포기 등의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조희팔.
더구나 경찰청 본청은 권혁우 총경과 조희팔 간의 수상한 금품 거래를 일찌감치 알고도 안동경찰서장으로 있던 권 총경을 조희팔 사기 사건 수사 책임자 자리에 임명하는 ‘이상한’ 인사를 했다. 권 총경은 경찰이 조희팔의 다단계 회사 본사를 압수수색하기 하루 전날 주범 조씨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사실 때문에 한때 검찰 내사까지 받았다. 이로 인해 문제가 불거지자 권 총경은 상부에 “조희팔에게 받은 수표 9억원은 주식 투자 유치 자금이었을 뿐 대가성 뇌물은 아니었다”라고 소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더라도 중범죄자와의 부적절한 돈거래에 관련된 경찰 간부를 해당 사건 수사 책임자로 임명했다는 것은 ‘조직적 비호’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권 총경을 징계성 인사 조처함으로써 급한 불은 껐지만 경찰의 수사 기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 때문에 경찰에 대한 피해자들의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시사IN> 보도 직후 사기 사건 피해자 4명이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에 찾아가 책상을 뒤엎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대구 지역의 한 피해자 단체 간부는 “피해자들이 뭉쳐 대구지방경찰청 앞에 찾아가 날마다 항의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경인 지역 피해자들과 함께 경찰청 본청과 청와대 앞에서 집회와 1인 시위 등을 벌이며 조희팔 송환 투쟁을 계속할 방침이다.


   
ⓒ경찰청-제공
조희팔과 경찰 간부의 돈거래가 알려진 직후인 1월10일 조현오 경찰청장(위)은 해당 간부를 즉각 인사 조처했다.

“조희팔, 중국에서 공장 운영”

5만여 명에 이르는 조희팔 사기 피해자들은 밀항한 조희팔 일당이 피해자에게 빨아들인 3조원대 은닉 자금을 지속적으로 중국에 빼돌리는데도 당국이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더 큰 분통을 터뜨린다. 조희팔은 피해자로부터 거둬들인 돈을 빼돌릴 때 양도성 예금증서(CD)를 이용했다고 한다. 한 번에 1억~2억원씩 CD를 은행 수표로 바꾸는 돈세탁을 거친 뒤 30억~50억원 단위가 만들어지면 가족과 심복을 통해 이를 중국으로 내보낸다는 것이다. 이를 밑천 삼아 호화 도피 생활을 하는 조씨는 ‘MB 정권에서는 나를 절대로 못 잡아들인다’고 호언하며 도망자답지 않게 현지 사업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의 한 측근은 “조희팔 회장은 중국에서 조선족 바지사장(명의 사장)을 내세워 플라스틱 PVC 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필리핀에도 투자를 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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