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인식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황금평과 나진 개발 착공식에서 제시된 ‘라선 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 경제지대 공동개발계획 요강’에는 개성공단 개발 당시 남북한 간에 요구되었던 협의·결정 사안들이 좀 더 진전된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 황금평이 개발되면 신의주는 덩달아 개발될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라. 황금평 개발이 북한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물자 수송과 인력 투입을 어떻게 원활히 할 수 있겠는가?
한 가지 인식해야 할 점은 개성공단을 본뜬 황금평 개발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리라는 것이다. 그 사업이 머뭇거리는 듯 보이지만 이는 쌍방 간 세부 조건을 조율하기 위한 당연한 절차다. 대규모 사업을 어찌 주먹구구식으로 할 수 있겠는가? 도로를 놓고, 다리를 연결하고, 물류·통신 시설을 구축하고, 상품에 따른 관세도 결정해야 한다. 출입 장치와 노동력 체류 문제에서도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협상 여하에 따라 각각에 돌아갈 경제적 이익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10년 뒤 동북 3성은 천지개벽
이 사업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먼저 추진 주체가 민간이 아닌 당국이다.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 장성택과 중국 상무부장 천더밍이 공동관리위원장이다. 중국과 북한은 남북한처럼 적대 관계에서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다. 중국이 북한을 흡수 통일할 것이라는 염려도 없다. 중국으로서는 대북 경협이 ‘퍼주기냐, 아니냐’ 하는 갈등을 유발하는 사업이 아니다. 중국 중앙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동북 3성 개발이 북한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황금평과 나진 개발 사업은 솔직히 말해 중국이 나서기 때문에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사활적 이익이 바로 이 지역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중국의 경제적 이익을 실현시키는 수단인데, 무엇이 장애 요인이겠는가? 앞으로 10년 뒤의 동북 3성은 천지개벽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중국과 북한 간에 터진 물꼬를 우리는 그냥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경제적 교류 밀도를 따져보자면 한·중 관계는 북·중 관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이 시대적 흐름에서 비켜나 있는가?
북·중 간의 경제 밀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향후 남북 관계 및 남북 경협에 절대로 긍정적일 수 없다. 한반도 통일 과정에도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남북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것은 선진 미래 한국을 여는 데 매우 중요하다. 지금의 남북 관계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에도 걸맞지 않으며, 중국의 대북 접근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동북아 협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중국이 추진하는 대북 사업에 동참하고 그들이 잇는 물류의 길을 남한과 연결해야 할 것이다. 북한 인력을 사용하는 대규모 임가공 사업에 남한의 기술을 전수하고, 북·중 접경 지역(단둥·훈춘·투먼)에는 관광호텔도 세울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대중국 관계도 획기적으로 바꾸어놓자. 정책권자의 대승적 결단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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