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떠나고 달리기 시작했다 [반려인의 오후] 정우열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 개가 떠나고 빈 시간 동안 무얼 했느냐고 물으면 어리둥절하고도 머쓱해진다. 그러게요, 전 대체 뭘 한 걸까요. 아무리 찬찬히 돌이켜봐도 별로 한 일이 없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 변명거리는 안 되겠지만 그나마 하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달리기를 좀 했다는 점이다.스마트폰에 기록된 걸 보니 이번 10월에는 105㎞를 달렸다. 올해 들어 달린 걸 합치면 757㎞이고 78시간쯤 된다고 한다. 꽤나 달린 줄 알았는데 고작 78시간이라니, 개를 돌보던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적어서 대체 남은 시간 동안 무얼 한 건지 미스터리는 여전히 풀리지 작가에게 ‘작품 수정하라’는 독자의 탄생, ‘PC’인가 ‘검열’인가 임지영 기자 이미 고인이 된 작가의 문학작품이 수정되고 있다. 지난 3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미권 최대 출판 그룹인 하퍼콜린스가 1920년에서 1976년 사이 발표된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 일부 표현을 삭제하거나 수정했다. 이제 독자들은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와 ‘미스 마플’ 시리즈 일부 개정판에서 원작과 달라진 표현을 접하게 된다. 수정 대상은 ‘현대 독자들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이다. 주로 인종차별적 표현이 이에 해당한다.대표적으로 여성 캐릭터의 상반신을 ‘검은 대리석’에 빗댄 표현이나 흑인을 비하하는 용어(N 세상에 ‘무력한’ 식물은 없다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기상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잠은 벌써 깼지만 눈은 뜨고 싶지 않은,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하기가 싫어지는 계절, 겨울이다. 어릴 적 첫새벽에 일어나 연탄불을 가는 어머니를 보며 어른이 되면 날씨나 계절 따위엔 끄덕 않는 줄 알았다. 아니더라. 나이를 먹을수록 날씨와 계절에 민감해진다. 비가 오면 몸이 처지고 해가 짧아지면 마음이 먼저 어두워진다. 애면글면 살면 뭐 하나 한숨짓는데, 경고음이 들린다. 조심해, 경험이 말한다. 우울에게 한번 곁을 주면 그다음엔 손쓰기 어렵다. 가라앉는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일부러 산길을 돌아 도서관 “탄압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겁나지가 않어” 주하은 기자 “야. 너네 탄압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아. 왜냐면 나는 겁나지가 않아. 누가 더 겁이 날까? 널까? 우릴까? 몰라, 나는. 근데 세상에는 말이야. 겁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거든. 그게 바로 우리야.”까만 배경에 의자 하나를 두고 앉아 ‘탄압해볼 테면 해봐. 우린 겁나지가 않아’라고 말하는 도발적인 영상. 이 영상의 주인공은 박해철(56)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이다. 공공운수노조는 7월2일 예정된 총궐기를 앞두고 장기하의 노래 ‘부럽지가 않어’를 패러디한 선전 영상을 만들었다. 조합원들에게 총궐기 참여를 요 [대선 뒷담화] 정국 마비시킨 당대표의 ‘신출귀몰’ 김동인 기자 대통령을 뽑는 것은 유권자 시민이지만, 정치권에서는 ‘그들만의 무협지’가 펼쳐진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이재명·윤석열 두 대선후보는 이번 주, 지방 유권자와의 접점을 넓혔다. 하지만 각 당내에서는 치열한 중앙정치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때로는 후보를 따라 지방으로, 때로는 주요 정치인을 쫓아 여의도로 향한 기자들은 이번 주 정국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전국으로 흩어진 기자들이 12월2일 한자리에 모였다. 솔직하고 가감 없는 평가를 위해 각 기자의 이름은 이모티콘으로 대신했다. 각 정치인의 직책은 편의상 처음에만 언급하고 이후에는 길어지는 거리두기, 호프집 한 사장님의 ‘잔인했던 여름’ 김연희 기자 호프집 ‘마노비어’를 운영하는 한문태씨(63)는 1976년 서울에 왔다. 권투가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이었다. 체구는 작지만 몸이 날쌔고 주먹이 야무졌던 소년은 “홍수환이 챔피언 되는 것을 보고” 고향인 충북 증평을 떠났다. 꿈을 찾아온 도시에서 그가 안착한 곳은 권투 도장이 아니라 음식점이었다. 먹고 잘 곳이 필요해 중국집에 취직했고, 요리를 배웠고, 그대로 평생의 업이 됐다.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에 차렸던 중국음식점 ‘남화루’를 시작으로 여의도, 마포, 서대문 등지로 가게를 옮기며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중국집 10곳을 운 호프집 사장과 볼링장 사장이 헌법소원 제기한 사연 글 김연희 기자·사진 신선영 기자 호프집 ‘마노비어’를 운영하는 한문태씨(63)는 1976년 서울에 왔다. 권투가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이었다. 체구는 작지만 몸이 날쌔고 주먹이 야무졌던 소년은 “홍수환이 챔피언 되는 것을 보고” 고향인 충북 증평을 떠났다. 꿈을 찾아온 도시에서 그가 안착한 곳은 권투 도장이 아니라 음식점이었다. 먹고 잘 곳이 필요해 중국집에 취직했고, 요리를 배웠고, 그대로 평생의 업이 됐다.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에 차렸던 중국음식점 ‘남화루’를 시작으로 여의도, 마포, 서대문 등지로 가게를 옮기며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중국집 10곳을 운 김정은의 자아비판 이후 벌어질 상황은? 남문희 기자 북한은 노동당의 나라다. 북한 헌법 제11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영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라고 못 박아놓았다. 북한 헌법 제4조에 따르면, 주권이 ‘로동자, 농민, 군인, 근로 인테리를 비롯한 근로인민에게 있’으며, ‘근로인민은 자기의 대표기관인 최고인민회의와 지방 각급 인민회의를 통하여 주권을 행사한다’라고 되어 있긴 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최고인민회의는 노동당의 결정사항을 추인하고 입법화하는 기능을 담당할 뿐이다. 노동당의 당적 지도에서 예외인 기관은 ‘수령’을 제외하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내각을 무엇이 학교의 12월을 잔인하게 만드는가 박종훈 (산청 간디학교 교사) 대안학교라고 해서 12월을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지나칠 수는 없다. 정든 이곳을 떠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조금 더 방황하기로 결심하고 어떤 이는 계획을 세워서 나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여느 고3이 그러듯이 대학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그리고 어김없이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소식을 듣게 된다. “선생님, 저 떨어졌어요… 너무 막막해요.” “등급이 생각보다 너무 안 나왔어요… 어떡하죠?”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교실 밖에서 너무나도 빛이 났던 바로 그 친구들의 힘없는 목소리다. 누구보다 합의될 수 없는 당신만의 감각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이썸(Etham)이라는 가수가 있다. 일단 발음부터 짚고 넘어가자. 궁금해서 유튜브 인터뷰 영상을 찾아봤다. 에담 아니다. 이담도 아니다. 번데기(θ)를 소환해야 한다. 이썸이 가장 정확한 발음이다.뮤지션이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리면 제일 먼저 등록되는 사이트가 있다. 위키피디아다. 영어판 위키피디아에 접속해 그의 이름을 쳐봤다. 뭔가 하나 뜬다. 그런데 장소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민족이 당도한 지방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가수 이썸?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구글에 간략한 프로필만 떠 있을 뿐이다. 이썸은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다.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없이 ‘돌봄과 방역’이 가능할까? 변진경 기자 학교는 원래 위기였다. 입시 위주의 교육활동, 분절된 행정 체계, 학교 내 구성원 간 소통 부재, 차별과 소외…. 갈등이 번지고 삐걱대던 와중에 더 큰 위기가 닥쳤다. 코로나19라는 재난이다. 이 위기 속에서 주로 나오는 것은 교육부, 교육청, 정규직 교원들의 목소리다. 드러나진 않지만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일을 해온 교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잘 들리지 않는다. 조리사, 돌봄전담사, 교무실무사, 방과후 강사, 교육복지사, 사서, 시설관리사, 통학차량 운전사, 전산행정사…. 학교 내 직군은 80개 이상 김정은 “중국 관광객 유치할 제2의 평양 만들라” 남문희 기자 금강산의 한국 측 시설을 들어내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 배경은 매우 복합적이다. 한국과 미국에 압박을 가해 협상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북한의 생존전략이 되다시피 한 관광 활성화의 측면에서 김 위원장의 언행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인력의 대외 파견은 물론 지하자원 등 상품 수출도 차단된 상태다. 유일한 탈출구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관광산업이다.그렇다면 남북 간 최대 관광사업이라 할 금강산의 한국 기억에서 사라진, 가보지 못한 북한의 바다 고재열 기자 ‘겨울철 물고기잡이 전투를 힘있게 벌리자!’ ‘바다가(바닷가) 양식을 대대적으로 하자!’ ‘남포 갑문 건설을 힘있게 지원하자!’ ‘배마다 만선기 휘날리자!’ ‘모두 다 정어리잡이에로’ ‘청소년들이여! 모두 다 해양체육에로!’부산 영도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에 가면 이런 낯선 구호가 관람객을 맞는다. 〈잊힌 바다, 또 하나의 바다, 북한의 바다〉전(10월13일까지)에 전시된 북한 포스터에 쓰인 구호다. 요란한 구호 사이로 들어서면 또 다른 선전·선동의 바다가 관람객을 맞는다. 광복절 해양 기념식에서 북한 청소년들이 선상에서 매스게임을 잘 되는 토론, 안 되는 토론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최근 학교에서 두 번의 토론 과정을 목격했다. 하나는 우리 학급의 체육대회 입장 행렬을 정하는 토론이었고 다른 하나는 학칙을 개정하는 토론이었다.체육대회 때, 우리 학교에선 학급별로 공연의 성격을 지닌 입장을 하고 있다. 우리 반 학생들도 체육대회 몇 주 전부터 입장 콘셉트를 정하고 그에 맞는 의상과 음악을 선택해 안무도 구성했다. 중간에 시험 일정도 있었지만 틈틈이 준비했다.그 과정에서 매우 사소한 것까지도 둘러앉아 토론을 통해 정했다. 어느 시점에 모자를 벗을지, 그리고 다시 쓰는 게 좋은지 아니면 멀리 던지는 게 좋을지 하나하 무역에서 도로 건설까지북·러의 ‘윈윈 게임’ 블라디보스토크·박성준 (KMI 러시아연구센터장) 북·러 정상회담이 4월25일 극동러시아(극동러) 행정수도인 블라디보스토크의 극동연방대에서 열렸다. 2018년 11월 러시아 대통령령에 의해 극동러시아 행정수도가 하바롭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전된 뒤 열린 첫 외국 지도자와의 정상회담이다.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2011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 이후 8년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김정은-푸틴 정상회담은 4월25일 오후 2시10분쯤에 시작해 단독회담 및 확대 정상회담, 만찬 순서로 총 5시간에 걸쳐 이어졌다.단독 정상회담은 예정됐 북·중 훈풍에 신의주 특구 부흥할까 남문희 기자 북한과 중국이 ‘신의주 특구’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북·중 양국이 북한 정부수립기념일인 9·9절 직후 신의주를 단둥시와 연계해 국제경제지대(특구)로 개발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공동 개발안은 지난 2012년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중국 상무부 천더밍 부장이 합의한 것과는 다르다”라며 “양측 전문가들이 원점에서부터 새로 공동 기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북한과 중국은 신의주 일대 위화도와 황금평 개발에 합의했다(‘2012년 개발안’). 중국 측은 당시... 멀리 보이는 저 북녘땅 언젠간 걸어볼 수 있겠지 남문희 기자 중국·러시아 국경 통과는 이번 여행의 특별 체험이었다. 2011년 중국 쪽 훈춘 세관까지 왔다가 건너편 러시아 쪽을 바라만 보고 돌아간 적이 있다. 이번에는 육로로 러시아 쪽 크라스키노에서 훈춘 세관으로 넘어갔다. 크라스키노에서 러시아 국경검문소까지는 17㎞, 국경검문소에서 러시아 출국사무소까지 민간인 통제구역이 약 13㎞, 그다음 러시아 쪽 세관을 지나야 한다. 차로 30분이면 닿는 거리다. 하지만 국경검문소-출국사무소-세관을 거치며 3~4차례 검문을 받으면 보통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날 우리가 맞은편 훈춘 세관... 북·중·러 접경지에서 통일 시대를 상상하다 블라디보스토크·남문희 기자 4·27 남북 정상회담,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중국·러시아(북·중·러) 접경 지역은 어떻게 출렁이고 있을까. 7월14일 6박7일 일정으로 〈시사IN〉 독자 30여 명과 함께 북·중·러 접경 지역을 살펴봤다. 〈시사IN〉이 주최한 ‘2018 함께 걷는 길’ 행사의 일환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도착한 7월14일 신한촌 기념탑과 박물관, 독수리전망대를 둘러보는 것으로 가벼운 일정을 소화했다. 이튿날 ‘강행군’이 예정돼 있었다. 7월15일 오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80㎞ 떨어진 북·중·러 국경 도시 우수리스크로 향... 3차 방중의 비밀, ‘경협’에 있다 남문희 기자 지난 3월5일 한국 특사단이 방북했을 때만 해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국 협상 카드로 활용할 생각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를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특사단에게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중국에 폭탄선언이었다. 그동안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쌍중단)을 주장해왔다. 중국으로서는 북한과 공유해왔다고 믿어온 ‘쌍중단’ 원칙을 김 위원장이 무너뜨렸다. 김 위원장은 이날 특... 나선시에 가면 ‘경제권’ 띄우세요 이종태 기자 ‘남북 경협’은 단지 남한과 북한만의 경제 협력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중국 동북지방, 러시아 극동 지역, 몽골, 일본 등이 밀접하게 얽히는 ‘동북아시아 경제권’으로 가는 관문으로 보는 것이 맞다.상대적으로 저개발 지역인 한반도 북부 및 그 북방 지역에 새로운 수송로와 산업 중심지, 노동자와 소비자 집단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게 된다. 경제대국인 한국과 일본은 그로부터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다. 그 중심에 북한 최북단의 중국·러시아 접경 도시인 나선시가 있다. 나선시를 통한 새로운 물류(물자의 흐름)의 가능성은 이미 입증되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