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6월 말 발간된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 ‘세계경제 전망’은 매우 스산하다. 올해 세계경제의 성장률을 -4.9%로 예측했다. 지난 4월 추정치(-3%)보다 1.9%포인트나 낮아진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부정적 경제효과가 4월 시점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IMF는 팬데믹이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면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므로 경제적 손실 역시 2분기(4~6월)에 집중될 것으로 가정했다. IMF는 ‘팬데믹 이후(그런 날이 온다면!)’의 경제회복 속도도 당초 기대보다 늦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국들의 2020년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살펴보면, 미국 -8.0%, 일본 -5.8%, 캐나다 -8.4%, 독일 -7.8% 등이다. IMF는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의 성장률이 -12% 이하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 추정치는 -2.1%(4월엔 -1.2%)로 선진국 중에서는 가장 우량한 편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크게 늘어나거나 해외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한국의 성장률 역시 더 악화될 수 있다. 이번 IMF 보고서의 제목은 ‘전례 없는 위기, 불확실한 회복’이다.

먼저, 경제 규모의 축소에서 전례가 없다. 지난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글로벌 경제의 성장률은 -0.1%였다. 이번 위기와는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의 수치. 위기의 원인도 전례가 없다. 주기적 불황, 생산성 하락, 소득불평등 따위의 흔한(?) 문제가 아니라 낯선 바이러스로 인한 ‘거리두기’다. 국가의 경제 개입 강도와 방법도 전례 없다. IMF가 코로나19 대응 경제 구제 프로그램들을 종합·정리한 보고서(〈Fiscal Monitor〉)에 따르면, 각국 정부가 올해 상반기(1~6월)에 배정한 정부지출 규모(실업급여, 임금 보조금, 현금 지급, 감세 등)가 지난 세계 금융위기 3년(2008~2010년) 동안의 그것을 모두 합친 수치와 비슷하다. 올해 하반기에도 대규모 정부지출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게 되면, 현대 국가에선 사실상 금기인 ‘행정부가 중앙은행으로부터 직접 돈을 빌려 지출하는’ 행태가 ‘노골적’으로 시도될 수도 있다(‘노골적’이란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이런 방식이 이미 암묵적으로나 간접적으로 활용되어왔기 때문이다). ‘화폐’의 개념이 바뀌는 순간이다.

전례가 있든 없든, 경제위기 때만큼 해당 사회의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기는 없다. 그 모순을 직시하고 기존의 생산-분배-소비 제도들을 선순환과 발전이 가능한 방향으로 개혁해야 위기를 생산적으로 통과할 수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이 자타공인 ‘특권’으로 간주되고 이를 둘러싼 민망한 싸움이 전개되는 현재 상황은, 노동시장도 개혁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증거 중 하나다.

기자명 이종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