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삼성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다. 의원 시절 ‘삼성 잡는 해병’으로 불리기도 했다. 심 전 대표는 “지난 17대 국회 재정경제위에서 활동하다보니 경제 민주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결국 삼성 문제가 그 복판에 있었다”라고 말했다. 심 전 대표에게 이명박 정부의 삼성에 관해 물었다.

이건희 전 회장이 사면됐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권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례가 단독 사면이다.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던 중도실용·서민이라는 포장지 안에는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있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명분이라고 하는데 정상적인 법치국가에서 용납하기 어렵다. 결국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인 거래를 주목해서 봐야 할 것 같다. 경제 수치를 지상과제로 하는 이 정권이 세종시에서 삼성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 국익을 위해 이 전 회장 사면이 필요했다고 한다.
30대 여성은 거품 없는 정치의식을 보이는 집단이다. 지역과 이미지도 관심이 없고 오로지 보육·교육과 직장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 어깨의 짐을 해결해주면 좋은 정치다. 이명박 정부의 중도서민 정치가 삶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너무 잘 안다. 이명박으로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다. 우리 사회가 전환기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이건희 회장은 나쁘지만, 사면으로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다.
부도덕한 인물이 경제에 보탬이 되리라는 것은 환상이다. 잘살아보세, 비즈니스 프렌들리 식의 성장주의가 양산한 효과라고 본다. 법치가 자본의 탐욕을 견제할 능력이 있을 때 사회가 제대로 작동된다. 미국 엔론 사 파산에서 보듯 자본의 부도덕한 탐욕은 통제해야 한다. 이명박 경제관은 미국 스탠더드를 못 쫓아가는 천박한 성장주의일 뿐이다.

삼성은 이재용 시대가 열렸고, 사면으로 삼성의 법적인 문제도 해결됐다. 이제 삼성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구실을 할 것으로 보는가?
한국의 미래는, 한국 민주주의는 삼성과의 싸움이라고 본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분점이 기본이다. 20세기의 민주화 운동은 독재 권력으로부터 시민권을 돌려받는 일이었다면, 21세기 민주화운동은 경제 권력을 어떻게 분점하느냐에 달려 있다. 삼성이 경제 권력의 정점에 있고, 일자리·복지도 모두 삼성에 걸려 있다고 본다. 삼성을 존경하는 기업으로만 볼 수 없다. 경제 권력의 분점이 한국 민주주의의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우리 현대사에서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와 사회 다양성이 짓눌려왔던 사례는 너무나 많다. 성장과 건설의 논리로 지금도 자연을 파괴한다. 국익과 성장을 앞세운 시스템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출산율 문제다. 저출산이 이제 공동체를 파괴하는 단계다. 경쟁과 효율의 가치 시스템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해 있다. 대통령이 50%를 넘는 지지율을 보일 때도 30대 여성에서는 단 한 번도 25% 지지를 넘지 않았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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