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을 사면한 공식적인 이유는 이 전 회장의 위신과 품격을 보장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기여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외신 보도만 보면, 외려 이건희 전 회장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강화된 면이 있다.

주요 외신은 이 전 회장의 사면 소식을 전하면서 그에 대한 반발 여론을 꼭 인용했다. 기자 스스로 부정적인 코멘트를 다는 경우도 많았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김상조 교수와 시민단체의 말을 인용해 이번 사면의 부당성을 전한 다음, “수십 년 동안 삼성은 다른 한국 가족 기업과 마찬가지로 반복적 부패 스캔들에 빠졌다”라고 썼다. 또 “판사들은 가벼운 형량을 선고하고 대통령의 사면은 빨리 이뤄져서, 외국 투자자의 의문을 일으킨다”라고 덧붙였다. 

 

 

해외 경제 포럼에서는 이건희 사면을 비웃는 글과 패러디 그림이 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재벌의 힘이 여전히 강한 이 나라에서 법의 원칙에 관한 의문을 일으키고 있다. 사면은 이달 초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인들의 부패에 대해 법을 엄정히 적용하라던 말과 모순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썼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가족 기업인 재벌이 경제를 지배하는 한국에서 대기업 총수가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지르고 대통령 사면을 받는 일은 흔하다”라고 했다.

이런 외신 보도에는 꼭 이건희 회장의 범죄 내용과 과거 비리 내역이 붙어 있다. 이건희 개인으로서는 괜히 사면을 받는 바람에 해외 언론에 한 번 더 과거를 추궁당하는 꼴이 됐다. 또 외국 투자자에게는, 대기업 총수가 법적 구속력 위에 있다는 점에서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의심하는 빌미가 됐다.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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