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형제자매 공간 ‘우리함께’를 이끌었던 박성현 전 사무국장. ⓒ시사IN 신선영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형제자매 공간 ‘우리함께’를 이끌었던 박성현 전 사무국장. ⓒ시사IN 신선영

‘안산복지관 네트워크 우리함께(이하 우리함께)’는 경기도 안산의 10개 복지관이 모여서 만든 비영리단체다. 지역에 기반을 둔 사회복지사들은 세월호 참사 직후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피해자들을 상담했다. 당시에 주목받지 못하던 희생자의 형제자매들을 위해 공간도 만들었다. 4년 가까이 ‘우리함께’를 이끈 박성현 전 사무국장(44)은 현재 4·16재단에서 피해자 지원과 안전 문화 사업을 담당하는 나눔사업1팀의 팀장을 맡고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엄마가 제 직장 동료였어요. 아이가 탄 배가 가라앉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 언니를 단원고등학교에 데려다주었던 기억이 나요.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들이었어요. 저에게 너무 충격적인 일이었죠. 이후에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을까 궁리했어요. 복지관에서 진행하던 프로그램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사회복지사들이 빠르게 모였고, 4월 셋째 주에 상담 활동을 시작했어요.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면 열어주는 분은 대략 25%였어요. 검게 변한 부모의 얼굴과 집에 홀로 남겨진 형제자매들을 봤던 것 같아요. 5월 말까지 상담이 이어졌어요. 2014년 6월 초에 ‘우리함께’가 만들어졌어요. 사무국 3명을 포함해 10개 기관에서 파견된 40여 명이 활동했어요.

형제자매들에게 ‘너희는 괜찮니?’라고 물어봤을 때, 그 아이들의 마음이 무너졌던 것 같아요. 참사 이후에 그들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부모님들도 진상규명 활동으로 바쁘셨으니까요. 연립주택 1층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내부를 꾸밀 때 형제자매들과 함께 공간을 기획했어요. 그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줬어요. 시간이 갈수록 많이 찾아오고, 공간에 애착을 가지는 친구들도 생겨났어요. 유가족들이 삭발을 하던 날에 다들 모인 적이 있어요. 그 이유가 집에 가서 삭발한 엄마 아빠의 모습을 못 보겠대요. 책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인세가 모이자, 저희끼리 여행 프로그램을 만든 적도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를 만났어요. 3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눈 후에 느낀 점을 말하는 자리에서 그 친구들이 ‘이제야 부모님이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냥 그들 곁에 서 있었을 뿐이에요. 최근 한 친구에게 잘 지내냐고 물으니, 상담도 받고 명상도 하고, 자신을 잘 돌보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국장님은 자신을 잘 돌보세요?’라고 물었어요. 제가 일이 너무 바쁘다고 했더니, ‘언제든지 도망가도 괜찮아요, 저희가 허락할게요’라고 말하더군요. 이제 저에게 그 친구들은 나무처럼 든든한 존재예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4·16재단 창문 외부 커튼에 쓰인 글. ⓒ시사IN 신선영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4·16재단 창문 외부 커튼에 쓰인 글. ⓒ시사IN 신선영

 

 

기자명 신선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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