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 다람출판사 대표. 세월호 참사 기억식을 진행하고, 〈뉴스타파〉 세월호 참사 100일 특집방송 진행을 맡은 적 있다. ⓒ시사IN 박미소
박혜진 다람출판사 대표. 세월호 참사 기억식을 진행하고, 〈뉴스타파〉 세월호 참사 100일 특집방송 진행을 맡은 적 있다. ⓒ시사IN 박미소

박혜진 전 아나운서(45)는 새해 다이어리를 사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4월16일에 동그라미를 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기억식 사회를 맡을 수도 있으니, 그날을 비워둔 채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린다. 참사 초기에는 〈뉴스타파〉 세월호 참사 100일 특집방송 〈세월호 골든타임, 국가는 없었다〉 진행을 맡았다. 말하는 것에 대한 무게를 고민하던 방송 언론인을 거쳐, 지금은 글을 엮어 책을 만드는 다람출판사의 대표로 지내고 있다.

“〈뉴스타파〉에서 참사 100일 다큐멘터리를 할 때, 세월호가 침몰한 부표가 떠 있는 그 바다 한가운데까지 들어간 적이 있어요. 이 자리가 세월호가 침몰한 자리라는 걸 알려주는 부표만 둥둥 떠 있는 게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죠. 굉장히 심한 멀미를 했던 게 기억나요. 팽목항에 가족분들이 남겨둔 흔적들을 보고 오니까, 더 잊을 수가 없었죠. 어떤 분명한 각오나 다짐을 해서 이 일을 해왔다기보다는, 제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 같아요.

10년이라는 세월이 정말 무겁고 무섭습니다. 우리 세상이 바뀐 것 없이 여전하다는 사실이 아주 참담하고 무기력해진 기분이 들어요. 우리는 계속 또 다른 참사를 겪었고, 내가 사는 국가가 안전하지 않으며 여전히 국민을 보호해줄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슬픕니다. 기억식 때마다 4·16 생명안전공원 조성이나 기억식 행사를 유지하는 것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확성기로 하드록 같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방해해요. 매해 그렇지만, 작년은 가장 심각했어요. 입에 담을 수 없는 혐오 발언들이 확성기로 쏟아질 때, 정말 그들을 향해서 그만하시라고 소리를 치고 싶었죠. 기억식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건 마이크를 들고 있는 제가 유일하니까요. 대응하고 싶은 마음이 끝까지 차오르지만,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화를 내는 날이 아니고, 말 그대로 기억하는 날이다’ 하고 감정을 추스르죠.

여전히 남겨진 가족분들을 뵐 때면 마음이 매번 어렵습니다. 그저 서로 포옹하고 등을 토닥이고 안부를 물으며 함께 웃어보지만 10주기인 올해는 마음이 더 어려워지네요. 가족분들이 모두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남겨진 가족들과, 또 함께하는 이웃들과 일상을 지키며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주 노래하고 연극을 하면 좋겠어요. 우리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함께하겠습니다.”

박혜진 대표가 쓰는 다이어리. 새해 다이어리를 사면 4월16일에 동그라미 표시를 해놓고 일정을 비워놓으려 한다. ⓒ시사IN 박미소
박혜진 대표가 쓰는 다이어리. 새해 다이어리를 사면 4월16일에 동그라미 표시를 해놓고 일정을 비워놓으려 한다. ⓒ시사IN 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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