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8반 임현진 학생 엄마 이미숙씨(53)와 아빠 임희민씨(54)는 세월호 참사 1년 뒤 이사했다. 두 사람은 새집에서 아들의 방을 다시 만들었다. 방은 큰 가구 대신 성장과정이 담긴 사진 액자와 사용하던 물건으로 채워졌다.
“가끔 현진이 방에 와서 사진도 들여다보고, 혼잣말도 하고 그래요. 외동아들이니까, 이렇게 저희와 같이 지내는 것처럼 꾸며놓고 지내요. 현진이가 용돈을 모아 사준 전자레인지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어요. 점점 나이가 들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밝게 살다가 현진이에게 가야겠다고. 슬프게 지내면 아들도 엄마가 늘 우울해했다고 안 좋아할 것 같아요. 2016년도에 친정엄마가 돌아가셨어요. 병원을 오가며 돌보느라 힘들었는데 그 이후로는 마음을 닫고 살게 되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안산생명센터에서 그림도 그리고,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고, 종종 목공도 배워요. 집에 있는 것보다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생겼어요. 저녁에는 운동을 배우러 다녀요. 이제는 세월호 엄마들이 없는 곳에서도 사람들에게 제가 세월호 유가족이라고 말해요. 그림 그리러 가는 날에는 밝은 옷을 입기도 하고요. 저 스스로 과거보다 밝아졌다는 생각을 해요. (이미숙씨)”
“현진이 발인하던 날이 생일이었어요. 5월9일인데 생일마다 하늘공원에 가요. 가끔씩 생각나면 들를 때도 있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 기억에서 세월호가 잊혀가는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까지 세월호 관련 활동을 하는 분들께 정말 고마운 마음이에요.
참사가 나도 정부의 대처 방식은 계속 반복될 것 같아요. 지금도 안산 생명안전공원 조성을 두고 여러 이유를 들어 미루고 있어요. 정치적인 말은 못 믿겠어요. 5년 전 안산시청 앞에서 생명안전공원을 반대하는 극렬 시위자와 싸움이 난 적 있어요. 그 자리에 유가족이 저밖에 없었는데, 너무 화가 났죠. 반대 현수막이 아파트 단지 내에 걸린 것도 봤어요. 시위하는 스피커 소리가 집 안에서도 들렸죠. 그때는 퇴근하면 밖에서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았어요. 생명안전공원이 해외의 유명한 추모 장소처럼 안전에 대한 인식을 새길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그것이 살아 있는, 살아남은 어른으로서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 같아요. (임희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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