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팽목 기억관을 출발해 팽목 기억관으로 돌아오는 ‘팽목바람길’은 사람이 걷는 길이다. 66차 걷기 행사가 이어지고 있는 이 길은 아동문학가인 임정자 사무국장(58)과 지역 주민, 뜻있는 동료들이 2018년 1월2일 함께 낫을 들고 뚫었다. 진도대교에서 시작해 세방낙조 전망대 쪽으로 근사한 길을 낼 계획도 세웠지만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팽목바람길로 방향을 틀었다. 잊지 않기 위해 팽목바람길을 찾기 시작했던 안병호씨(46)는 지금은 공동운영위원장으로 이 길을 함께 지켜가고 있다.
“광화문 집회의 구호는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는 것 같았어요. 근데 2018년 팽목항에 길이 만들어졌고, 같이 걸어보자는 제안이 왔을 때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나 스스로 어떻게든 기억해야겠다, 일단 걷는 것 자체만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지요. 그런데 바람길 중간에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있거든요. 구할 수 있었는데도 손 놓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안타까웠어요. 10년이 다 되도록 재발 방지 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진상규명은 또 얼마만큼 진행됐는지, 그리고 책임자 처벌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등을 생각해보면 답답합니다.
희생자들이 뭍으로 올라온 곳이 바로 여기였기 때문에 기억의 출발점이라 여겼고 기억하기 위해 이곳에서 걸음을 시작했어요. 어떻게든 이 공간이 계속 남아 있었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냥 없어질 것만 같기도 하고…. 여객선 터미널 건물들이 들어서고 주변이 정비되다 보니 더 빨리 잊으라고 등 떠미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다른 사람들도 계속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장소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안병호)
“조간신문을 보고 세월호 참사를 알게 됐어요. 참사 당일은 전혀 몰랐어요.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어서 며칠 뒤 진도로 내려왔어요. 여주에서 너무 먼 길을 갔던 탓일까요. 어둑어둑해질 무렵 집에 돌아가려는데, 등대에서 어떤 어머니가 아이 이름을 부르면서 우는데, 사람의 소리가 아니었어요. 그 울음소리를 등에 짊어지고 돌아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여기에 있었나 봐요.
처음 화랑유원지 분양소에 갔을 때 5·18 민주묘역 갔을 때보다 더 힘들었어요. 사진이 다 있으니까. 그날 밤 아이들이 찾아오는 꿈을 꿨어요. 쉬고 싶으니, 팔을 내어달래요. 그래서 팔을 내줬는데 하늘에 떠 있는 애들이 내려와서 팔을 베고 자더라고요. 아이들이 쉴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어린이 문학 하는 사람들, 책 만드는 사람들, 편집자들, 동화작가, 청소년 소설 쓰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들을 모아서 100일 될 때 세월호 이야기책을 만들었고, 광화문에서 한 뼘 걸개전도 했어요. 200일 되었을 때는 ‘기억의 벽’ 작업을 시작했고,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거예요.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 다 잊힐 것 같더라고요. 누군가 계속 찾아올 수 있게 하려고 2018년 1월2일 처음 낫을 들었어요.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 사람이 있는 길, 그리고 기억할 수 있게 하려고 팽목항을 지나도록 길을 만들었죠.
세월호는 사람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말하게 만들었고, 결국 박근혜 정부를 탄핵했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서서히 잊었다고 여겼는데 잊은 게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갔을 뿐이더라고요. 사실 5·18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것처럼 세월호도 천천히 가는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지금의 결과를 다 용인하는 게 아니라는 거지요.”(임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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