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명성교회 '기억의 벽' 앞에 선 김홍선 담임목사. ⓒ시사IN 신선영
안산시 명성교회 ‘기억의 벽’ 앞에 선 김홍선 담임목사. ⓒ시사IN 신선영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는 매일 오후 4시16분에 세월호 참사 추모곡이 흘러나오는 정원이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단원고등학교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소중한 생명길, 단원 소생길’ 마지막 코스인 고잔복지센터 옥상 정원이다. 안산시 명성교회 김홍선 담임목사는 교회의 별관인 이 건물을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과 지역 주민에게 내어줬다. 그는 10년째 세월호 추모 예배를 열고 유가족들에게 마이크를 쥐여준다.

“단원고 정문 앞에 있는 교회를 중심으로 주변 피해 가정이 100가구를 넘겼어요. 한 집 걸러 한 집이 초상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완전히 슬픔에 잠긴 도시 같았어요. 이 교회에서도 희생자 6명이 나왔죠. 당시 시도와 민간 차원에서 수많은 치유 프로그램이 생겨났어요. 외부인들은 시간이 흐르거나 예산이 없으면 떠나게 된단 말이죠. 우리 동네 사람들은 여기에 있는 우리가 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슬퍼할 겨를도 없이 거리에서 싸우던 피해 가족들도 언젠가 집이 있는 이 동네로 돌아올 테니까요. 결국 이웃이 치유자가 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2014년 9월15일 명성교회 옆 별관에 ‘힐링센터 0416 쉼과힘(현 고잔복지센터)’이 개관했어요. 교회는 운영 주체로서 공간만 제공하고 선부종합사회복지관, 연세대 대학원 상담코칭센터와 협업했어요. 치유, 공동체 회복, 기억을 중점으로 목표를 세웠죠.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 사회가 공감능력을 상실한 사회라는 걸 알게 된 것이 마음 아팠어요. 단식하는 부모들 앞에서 치킨을 먹는 풍경이 한 예죠. 다른 사람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고 공감하는 능력이 없는 거예요. 누구라도 다 재난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국가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어요. 역지사지, 긍휼의 마음이 있으면 해결책이 더 잘 보일 거예요. 기억하는 일은 이 참사의 중심 지역에 있는 우리 교회의 본분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잔복지센터 옥상 정원에서 내려다보이는 단원고등학교. ⓒ시사IN 신선영
고잔복지센터 옥상 정원에서 내려다보이는 단원고등학교. ⓒ시사IN 신선영

 

기자명 신선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ssy@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