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이 소환되는 계절이다. 선거가 다가오자 너도나도 노회찬의 말을 인용한다. 당을 가리지 않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탈당 선언을 하면서 노회찬을 언급했다. 그만큼 노회찬은 누구보다 말로 기억되는 정치인이다. 말은 정치인의 무기다.
그런 노회찬의 말을 가르치는 곳이 있다. 노회찬재단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 1월 ‘약자들의 무기, 노회찬의 말하기 교실’을 개설했다. 〈언제나, 노회찬 어록〉 〈노회찬의 말하기〉를 펴낸 강상구(52) 노회찬정치학교 교장이 강의를 담당한다. 5강에 걸쳐 말하기의 철학, 자세 그리고 기술에 대해 수업하고 실습한다.
유명한 노회찬 어록이 많다. 그는 거대 양당을 비판하며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커메진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다”라고 말했다. 정치인·경제인 감형을 비판하며 “30년 동안 노동자로 일해왔기 때문에, 25년 동안 농사짓느라고 땀 많이 흘렸기 때문에 형을 경감한다, 이런 판결 있나?”라고도 했다.
어떻게 하면 노회찬처럼 말할 수 있을까? 강상구 교장이 보기에 핵심은 말의 철학이다. 말이 ‘약자의 무기’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발화하기에 파괴력이 있다. “현란한 비유를 비롯해 말의 기술을 잘 발휘하는 사람이 없지 않지만, 강자의 말하기라면 감동을 주지 않는다.” 노회찬의 말하기 교실 첫 강의가 말의 철학으로 시작하는 이유다.
강상구 교장은 말하기의 자세도 강조한다. “다정하면서 충분히 예리하고, 친절하면서도 얼마든지 급진적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거친 말만 사용하기로 여야 합의를 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정치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열광적 지지자들 간의 대결 속에, 진짜 정치적 말하기는 더욱 고립되고 있다.
말을 수집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말의 수집 통로를 다변화해야 한다. 노회찬은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표현과 용어들을 즐겨 사용했다. 자기만의 경청 네트워크를 만들라고 강 교장은 조언한다.
그는 노회찬의 부재를 마주하고 그의 말하기를 집중 탐구했다. 2014년 당시 정의당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세 당원이 진행한 〈노유진의 정치카페〉 시즌 1을 이어받은 시즌 2에 출연했다. MBTI ‘I’ 성향(내향형)이지만 마이크만 잡으면 달라지는 점이 노회찬 전 의원과 닮았다고 자부하는 그는 현재 노회찬의 말을 설파하고 있다. 단순히 말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노회찬의 정치를 더 멀리 퍼뜨리는 일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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