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5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2월15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10월29일,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 1년 되는 날이다. 그날 밤, 이태원에서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는 짧은 소식을 포털에서 본 이후에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비현실적인 사건. 믿기지 않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1년이 지나갔다. 참사 희생자의 명단을 공개할지 말지를 두고 처음부터 논란이 일었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유가족들은 차차 모임을 만들고,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야 했다. 빗속에서 삼보일배를 해야 했다. 참사 후 1년. 희생자의 가족, 당시 현장에 있다가 구조된 이, 이태원에 있었던 상인과 경찰 등, 김다은 기자가 네 사람을 인터뷰해 커버스토리 기사를 썼다.

충남 홍성에 사는 최선미씨는 1년 전 그날, 이태원에서 딸 박가영씨를 떠나보냈다. 요즘 그는 일주일의 반은 서울에서, 나머지 반은 홍성에서 지낸다. 서울광장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홍성에 머물 때도 ‘이태원 특별법 제정’이라고 적힌 작은 현수막을 아파트 정문 앞에서 들고 서 있곤 한다. 김다은 기자는, 지난 1년을 ‘엄마’가 ‘유가족’이 된 1년이라고 표현했다.

1년간의 변화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친구들이 밥을 못 사게 해요.” 농담을 해도 친구들이 웃지를 않고, ‘네가 무슨 정신이 있어서’ 하며 애경사를 알려주지 않더란다. 최선미씨와 남편 박계순씨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는데…. 한편으로 그 친구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너무 큰일을 당한 친구가 안타깝고, 괜히 미안했으리라. 위로를 건네기도 조심스러웠을 듯하다. 유가족들이 한데 모여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이래서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이태원 참사 다음 날, ‘애들 밥이라도 먹여서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작은 상을 차려 골목으로 가져갔던 이태원 상인 남인석씨의 1년 기사를 읽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1년 전 그 영상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이 참사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아무도 사과를 안 하니까 나라도 해야겠다 싶었다”라는 그의 말이 아프다. 그날 이태원 현장에 있었던 김초롱씨나 현장에 비상 출동했던 한 경찰관의 1년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였다. 글로나마 작은 위로를 전한다.

이태원 참사 관련해 현재 네 갈래 재판이 진행 중이다. 행정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1심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태원 특별법은 늦어도 내년 2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참사 1년이 돼가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이태원 참사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이 기사의 댓글 창을 닫습니다.

기자명 차형석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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