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가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자 금융시장은 환호성을 질렀다. 미국의 대기업 및 첨단기술 부문을 대표하는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8월29일, 올해 여름 들어 가장 강력한 상승세를 시현하며 마감되었다.

로이터(8월30일)에 따르면, 이날 S&P500 지수는 6월2일 이후 제일 높은 ‘하루 상승치(strongest one-day gain)’를 기록했고, 나스닥 지수 또한 7월28일 이후 가장 강력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두 가지의 좋은(?) 신호 덕분이다.

드디어 노동시장 냉각 조짐이!

하나는, 미국 노동부가 8월29일 낸 〈구인, 이직 보고서(JOLTs)〉.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 내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882만7000건으로,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900만 건 이하로 내려갔다. 전달(6월)에 비해서도 33만8000건 하락하는 등 3개월 연속 감소했다. 7월의 고용 건수 역시 전달 대비 16만7000건 줄어든 577만3000건으로 나타났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8월25일의 잭슨홀 연설에서 ‘노동시장의 뜨거운 상태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증거가 나와야 이에 대응해서 통화정책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AFP PHOTO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8월25일의 잭슨홀 연설에서 ‘노동시장의 뜨거운 상태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증거가 나와야 이에 대응해서 통화정책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AFP PHOTO

다른 하나는, 소비자 신뢰 지수다. 미국의 공신력 있는 민간경제연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가 8월의 소비자 신뢰 지수를 예측치인 116.0에서 106.1로 대폭 내렸다. 소비자신뢰지수는 소비자가 향후 경제를 어떻게 보느냐(신뢰 수준)를 측정하는 지표다. 이 지수가 낮으면(높으면), 소비자들이 향후 경기를 비관적(낙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소비 지출이 줄어들(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한마디로 기업은 고용을, 소비자는 지출을 줄일 것이라는 신호에 투자기관들이 열광한 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렇게 되어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준은 고용이 너무 잘 되고 이에 따라 임금까지 계속 올라서(즉, ‘노동시장이 너무 뜨거워서’) 물가 인상을 부추기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8월25일의 잭슨홀 연설에서 ‘노동시장의 뜨거운 상태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증거가 나와야 이에 대응해서 통화정책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한 바도 있었다. 이로부터 불과 4일 뒤에 파월 의장이 원했던 ‘증거’가 나온 것이다.

이번 주 주목해야 할 지표들 : 미국 PCE와 비농업 고용지수

연준이 다음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의 산하기구)에서 기준금리를 어떻게 조절할지 예측하는 도구로 많이 사용되는 ‘CME FedWatch’에 따르면, 9월 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확률이 87%로 나왔다. 최근 줄곧 하향세를 보여 세계금융시장에 공포감까지 조성했던 미국 국채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거나 살짝 오르기도 했다.

실물경기 악화야말로 금융시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인 셈이다. 이제 주목할 지표는 이번 주 내로 발표될 7월분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연준이 가장 신뢰하는 물가지수로 알려져 있다)와 8월분 비농업 부문 고용지수(농업 이외 산업에서 고용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지표들이 가리키는 미국 경제의 상태가 투자기관들이 원하는 방향(경기 악화 및 고용 하락)으로 나타난다면, 9월 FOMC 위원들은 ‘금리인상을 멈추라’는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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