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7월26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이전의 5~5.25%에서 5.25~5.5%로 0.25%포인트 다시 올렸다. 지난 2001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준은 올해 내로 금리를 추가 인상할 여지도 열어뒀다.

연준은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 산하 기구) 회의에선 기준금리를 동결했었다. 이에 대해 제롬 파월 의장은 2022년 3월 이후 너무 급속하게 금리를 올려온 데다 중소 규모 은행들의 위기까지 겹치면서 신중한(prudent)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을 포함한 대다수 FOMC 위원들은 추가적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봤고, 이는 이번 7월 FOMC 회의에서 그대로 실현되었다.

7월26일(미국 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연준의 금리인상 직후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실황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REUTERS
7월26일(미국 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연준의 금리인상 직후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실황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REUTERS

FOMC는 회의를 마친 뒤 낸 성명서에서 금리인상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일자리 증가도 굳건하고’ ‘경제활동 역시 완만하게나마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해 내로 금리를 더 올릴 것인가? 이에 대해 성명서는 이후 나올 경제 데이터들을 계속 살피며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주목하겠다는 원칙적 입장만 피력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는 9월의 FOMC에서 다시 금리를 올릴 것인지에 대해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회의 때마다 신중하게 상황을 평가”해서, 데이터에 따라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올릴 수도 있다는 정도만 이야기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 봄부터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노동시장에 크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물가상승률 둔화(디스인플레이션)에 성공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긴축의 완전한 효과는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기대한 만큼 인플레이션율이 떨어지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추가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 경제, 연착륙 가능성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비록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 모호한 말만 늘어놓았지만 모처럼만의 희소식도 전했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경제가 올해 경기침체(리세션)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당초 예측을 뒤집었다. “그들은 올해 말부터 미국의 경제성장에 눈에 띌 만한 둔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제의 활력을 관찰하면서 더 이상 리세션을 예측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연준에게도 좋은 뉴스인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골치 아픈 소식일 수도 있다. 경기침체가 온다면 물가 역시 저절로 떨어지겠지만, 연착륙이라면 물가를 잡기 위한 셈법이 더욱 복잡해진다. 지난 6월의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3%로 연준의 목표치(2%) 가까이 바짝 내려왔다. 그러나 근원 CPI(가격변동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측정한 CPI)는 4.8%로 여전히 높다. 노동시장은 냉각되었다고 하지만(노동자들이 예전보단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뜨뜻미지근한 편이다.

이처럼 경제상황 자체가 모호하니 연준은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해 ‘데이터를 보며 결정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들과 경제학자들의 의견 역시 ‘7월 FOMC로 금리인상 끝’부터 ‘연내에 1회 더 인상’ ‘2회 더 인상’ 등으로 엇갈리고 있는 형국이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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