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4일(현지 시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지난해 3월 이후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기준금리를 한 차례에 0.5~0.75%포인트씩 올려온 광폭 행보를 일단 멈춘 것이다. 6월15일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 5월과 같은 5~5.25%다. 이번 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나 생산자물가지수(PPI) 등의 상승률이 완만해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리 동결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연준은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거나 혹은 시장이 열망하는 금리인하 쪽으로 나아가게 될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6월14일의 금리 동결 결정 뒤 기자회견에서 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거의 모두가 올해 안에 금리가 추가 인상되어야 할 것으로 봤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미국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와 싸우려면 추가적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파월 의장은 당장 오는 7월 열리는 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강력하게 암시했다.

6월14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종료 직후 기자회견장에 나온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
6월14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종료 직후 기자회견장에 나온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

파월 의장과 FOMC 위원들이 ‘인플레이션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보는 이유가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상황을 가늠하기 위해 여러 잣대를 사용한다. 그 잣대 중 일부에 불과한 CPI와 PPI의 상승률이 완만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더 정확한(혹은 더 정확하다고 연준이 생각하는) 근원물가인상률(가격변동이 심한 식료품, 에너지 등을 제외하고 측정한 인플레율)이나 PCE(개인소비지출) 상승률은 좀처럼 내려가고 있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끝났다는 증거가 없다”

더욱이 위원들은 올해 미국 경제가 당초 예측보단 훨씬 잘 굴러갈 것으로 본다. 예컨대 지난 3월에 0.4%로 봤던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1%로 높여 잡았다. 실업률 예측치도 4.5%에서 4.1%로 낮췄다. 노동시장도 여전히 탄탄해서(노동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서) 취업이 잘 된다. 이처럼 생산이 늘어나고 임금도 올라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파월은 ‘연준이 미국 경제를 충분히 압박했다(=인플레 우려가 사라지고 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려도 된다)’고 결론 내리려면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신뢰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6월14일 나온 점도표(FOMC 위원들이 각자 예상하는 시기별 기준금리를 표기)를 보면, 대다수 위원들은 올해 말 시점에서 타당한 기준금리를 5.5~5.75%로 보고 있다. 현재 금리가 5~5.25%니까 연말까지 0.25% 포인트 인상을 두 차례 시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통화 긴축 정책을 당분간 밀고 나가겠다는 소리다. 이렇게 보면 6월16일의 금리동결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설명한 ‘추가적 금리 인상이 필요한데도 동결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동안 연준이 미국의 경제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감행해 온 수많은 조치를 감안할 때 이번 동결은 신중한(prudent) 조치다. 최근 중소 규모 은행들의 위기로 인한 역풍도 감안해야 했다.”

이를 정리하자면 ‘금리를 올릴 필요성은 충분하지만, 여러 사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잠시 동결했다. 그러나 다시 인상할 예정이니, 여러분이 부화뇌동해서 소비와 투자를 더 늘리는 일은 삼가라’ 정도의 의미로 볼 수 있을 듯하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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